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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욱 Oct 10. 2024

금 간 천장 (4)

episode. 4

4          


 A/S 기사는 그 후로 몇 번 더 방문했다. 두 번째로 찾아왔을 때에는 <돈은 언제쯤> 세 번째로 찾아왔을 때에는 <이제는 결정을 좀 하시죠> 마지막으로 찾아왔을 때에는 <그럴 바엔 직접 수리하는 건 어때요?>라고 말했다. 그 후로 A/S 기사는 찾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그를 불러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제 저 돈벌레처럼 기어가고 있는 천장의 금에게 서서히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A/S 기사와 다툼을 하고 있었던 동안 돈벌레는 무엇을 먹었는지 점점 자라고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였던 금은 이제 두 마디 정도까지 자라났다. 이제는 어쩌면 정말로 천장이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만약에 위층의 뚱보 남자가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와장창>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아니 태풍이라도 오면 어떡해야 하는 걸까. 환풍구로 빗물과 바람이 들어온다면 내 연약한 천장은 버티지 못하고 그야말로 <휘리릭>하고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천장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생각해보라. 인테리어 회사 몇 곳을 다녀보아도 벽지나 가구들은 팔아도 ‘천장 디자인’은 팔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눈과 마주 보는 벽과 가구들에만 관심이 있었다. 기껏해야 천장에 다는 전등 정도로 천장을 꾸몄다고 생각한다. 천장에 바르는 벽지라든지. 그곳에 놓을 가구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천장은 스프링클러와 CCTV의 공간이다.      


 천장은 철저히 인테리어에서 소외됐다.    

  

 천장만의 인테리어는 없다. 천장은 방바닥이나 벽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 자신만의 독자적인 무언가가 없는 것이다. 무언가가 바뀌면 그에 맞는 대로. 마치 주위의 색으로 바뀌는 카멜레온처럼 천장은 방바닥과 벽을 따라갈 수밖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내 천장은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차별화 시킬 수 있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몸에 흠집을 내고 그 사이로 물과 바람을 뿜을 수 있는 건 천장만의 개성이었다.     


 <금이 갔다>라는 것은 어쩌면 <무너졌다>보다 더욱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의 씨앗을 내 마음속에 박히게 했으니 말이다. 천장이 언제 무너질지는 오직 천장 자신만이 알고 있다. 직장에서도, TV를 볼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내 머릿속의 한 부분은 계속해서 천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결국 나는 직접 천장을 수리해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수리가 아니라 임시방편이었다. 돈을 백 만원 모을 때까지, 아니면 내가 이 집을 나갈 때까지. 내 마음속의 불안을 잠재워둘 임시방편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 슈퍼에 들러서 방수 테이프 하나를 구입했다. 녹색 바탕에 꽤나 두꺼운 소재의 테이프였다. 테이프라기보다는 옷감 같은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금 간 천장에서는 쉬익-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방수 테이프의 포장을 벗기고, 크기에 맞게 자른 후에 천장에 불였다. 더 이상 바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내 천장은 금이 간 것보다 더 심하게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천장 한복판에 초록색 타일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것만 같았다. 나는 테이프를 잡고 뜯어버렸다. 억지로 테이프를 떼어내자 천장의 금은 아까전보다 커진 것 같았다. 녹색의 테이프에는 하얀색 타일들이 묻어 나와 있었다. 그 자국들은 마치 내 천장에 살고 있는 돈벌레가 변태를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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