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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욱 Oct 17. 2024

금 간 천장 (完)

episode 完

6         

 

 눈을 떠보니, 어느새 이사 날 아침이었다. 늘 그랬듯 목이 말랐고, 배가 뒤틀리듯이 아팠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똥을 쌌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내일부터는 다른 아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집을 보러 왔던 남자를 생각했다. 막 자취를 시작한 직장인 같았다. 그의 눈에는 자신의 집이 생긴다는 설렘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저 작은 천장의 금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알아챘을 때에는 계약이 모두 끝나있을 시점이었다. 어쩌면 며칠 뒤가 아니라 나처럼 이 년이 지난 후에야 알지도 모르겠다. 그때쯤에는 나는 남해의 일상에 적응했을 무렵이겠고, 집 주인에게 남은 계약금을 돌려받았을 것이다. 그 남자는 저 금의 존재를 알아챈 후부터 불안에 휩싸일 것이고, 위층 뚱보를 찾아갈지도 모른다. 일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저 금은 뇌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나처럼 수리회사에 문의할 것이고, 삼 일이 지나서 찾아온 수리기사는 그에게 백만 원을 요구 할 것이다.      


 이것은 악순환이자 불안의 대물림이었다.      


 나는 휴지로 엉덩이를 닦은 후에 변기에 물을 내렸다. 그리고 금 간 천장을 향해 다가갔다. 나는 주먹을 쥐고 천장을 치기 시작했다. 쿵- 쿵- 천장의 환풍구는 내가 주먹이 닿을 때마다 들썩거렸다. 다시 한 번 쿵- 쿵- 천장의 금 사이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꿈에서 봤던 것처럼 내 얼굴과 몸 사이로 천장의 부스러기들은 떨어졌다. 계속해서 쿵- 쿵- 천장의 금은 조금씩 벌어지더니, 내 주먹 만 한 크기로 부서지고 말았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주먹으로 천장을 내리쳤다. 위층 뚱보의 놀란 목소리가 천장의 구멍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지진이라도 난 줄 아는 건지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천장의 금이 내 어깨너비만큼 켜졌을 때 주먹질을 멈추었다. 내 손은 파편들에게 찔렸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 위에는 낡은 쇠파이프들이 보였다. 나는 샤워기를 틀었다. 쇠 파이프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뚱보는 아직까지 욕을 하고 있었고, 이삿짐센터가 도착했는지 초인종이 울리고 있었다. 가장 소란스러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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