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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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은 내 별명이다. 얼굴이 유난히 동글동글해서 붙은 별명이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되었다. 채수에게 차이면 축구공이 되고, 뺨을 맞으면 탁구공. 뒤통수를 맞으면 농구공이 되었다. 공 가져와. 라는 말이 들리면 가장 먼저 몸이 반응한다. 당장이라도 튀어 나가야만 할 것 같은 욕구가 드는 것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공으로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채수에게 얻어터지는 것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포인트’라고 말하기엔 조금 웃기지만, 요령이라는 게 필요하다. 맞고 나서 통 – 통 – 튄다던지, 요란하게 나가떨어진다든지 하는. 그런 액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스포츠든 맞는 것이든 요령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왕따다. 왕따가 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유를 붙이자면 얼마든지 붙일 수 있었지만, 아무 이유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유를 찾을수록 죽고 싶은 마음밖에는 들지 않았으니까. 채수는 잊었겠지만, 나는 채수에게 처음 맞은 날을 기억하고 있다. 웅크려. 나는 웅크렸다. 숫자 세. 하나둘······. 컥 –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채수는 킥킥대며 웃으며, 이름값 하네. 그날부터 나는 공이 되었다.
조용히 좀 하지? 한 번은 교실에서 맞고 있는데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때 반장이 조금 멋있어 보였다. (나는 반장이 재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채수가 반장을 노려보자, 그녀는 눈을 피했다. 그러고는, 야, 너한테 한 말이라고. 나를 보며 쏘아붙였다. 내가 잘못한 건 없었지만, 뭔가 사과를 해야만 하는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만.
미안.
하고 말해버린 것이다. (미친 새끼) 나는 그 뒤로부터 맞을 때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기를 쓰고 참아냈다. 하지만 그런데도 채수에게 맞을 때만큼은 모두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내가 맞을 때마다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도와주고 싶어. 는 아닐 거 같고. 아프겠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꼴좋다. 병신 새끼. 병신 새끼······. 병신 새끼······. 병신 새끼······. 그런 생각에 빠질수록 점점 위축되다 못해 한 점의 점으로써 남아있다. 그래, 그러니까, 왕따라는 건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되어간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