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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Oct 27. 2024

트램펄린 실내 놀이터

[2017년 딸아이 여덟 살 (1)]

딸아이가 르네와 웬디라는 중국인 친구 두 명과 신나게 뛰어 놀고 있습니다. (중국인이지만 국제학교 친구들이라 중국어 이름을 딱히 잘 모르겠네요.) 벌써 한 시간째 실내 트램펄린 놀이터에서 ‘얼음땡’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TO놀이라고 하는데 보기에 영락없이 얼음땡입니다. 술래가 잡으러 오면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꼬며 ‘티오’를 외치죠. 그럼 잡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티오를 스스로 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술래는 언제 다른 사람을 잡을 수 있담. 하여간 세 명이서 땀이 뻘뻘이네요. 


오늘 온 트램펄린 놀이터는 지난번에 가본 놀이터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여전히 ‘대형’입니다, 트램펄린 개수만 50개 가까이 될 듯싶네요. 베이징의 실내 놀이터 규모는 확실히 한국보다 큽니다. 한국에서도 트램펄린 실내 놀이터에 가본 적 있는데 크다는 놀이터도 오늘 놀이터의 반 정도 크기였던 것 같네요. 


글쎄 트램펄린이 언제부터 중국 아이들에게 인기였던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징 시내 중심을 벗어난 4~5환을 중심으로 대형 트램펄린 놀이터가 10여개 있습니다. 4~5환을 중심으로 대형 놀이터가 위치해 있는 것은 당연히 땅값 때문일 테지요. 베이징 집값, 땅값은 이미 전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승률도 전세계에서 5위안에 든답니다. (2016년도 기준) 


베이징시에는 우리 서울처럼(내곽, 외곽 순환도로) 순환도로를 만들어놓았습니다. 계속 그 개수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현재는 6환까지 있습니다. 서울의 사대문에 해당하는 곳이 베이징의 1~2환 정도일 것입니다. 5환 정도까지는 베이징 거주지역으로 볼 수 있고 6환을 넘어서면 아직은 그리 많이 개발되지는 않았습니다. 베이징 한가운데를 텐안먼이라 본다면 거기에서 5환 도로까지는 20~25km 정돕니다. 5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는 45km내외일 듯싶네요. 서울의 북쪽 끝 부분인 구파발역에서 남쪽 끝 부분인 양재역까지 네이버에서 거리를 확인해 보니 23~24km가 나옵니다. 베이징의 실제 ‘도시’ 크기가 대략 짐작되지요. 행정구역상 면적으로 하면 베이징은 보통 서울의 28배라 칭해집니다. 그러나 도시 구역으로 따진다면 2.7배 정돕니다.


하여간 이런 대형 실내 놀이터라면 입장료가 적지는 않습니다. 주말에는 한 명당 208위안이니까 35,000원 정도네요. 그럼에도 꽤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 놀이터 이름이 알려주는 듯합니다. ‘공기공장 트램펄린 놀이터’(空气工厂蹦床馆). 실내놀이터의 존재가치를 잘 표현한 이름?! 아무래도 베이징 공기에 대한 염려가 큰 지라 야외보다는 실내 놀이터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6월밖에 안됐지만 이미 베이징 한낮의 기온은 38도를 찍었고요. 오늘도 차오양공원에 가서 놀까 싶었지만 너무 더워서 급하게 실내 놀이터로 바꿨습니다. 



게다가 이런 실내놀이터 구조는 아이와 엄마들의 ‘윈-윈’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엄마아빠들은 한층 높은 곳에서 편안히 지켜보며 앉아있을 수 있지요.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그러다 잠시 잠시 아이들이 잘 노나 눈길을 한번 주면 족합니다. 그리고 같이 놀아주는 젊은 ‘코치’ 오빠 형들이 안에는 가득합니다. 묘기도 보여주고 안전도 트램펄린 놀이터니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많지 않으니 나름 최적화된 곳이네요.  


와이프도 르네 엄마, 웬디 엄마와 이 얘기 저 얘기 중입니다. 저는 회사 일을 핑계로 한쪽에서 이렇게 끌쩍이고 있고요. 엄마들 얘기에 끼기도 그렇고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있으니 이렇게 일요일 오후 편안하게 자판 두드리기 딱 좋습니다. 오늘 만나는 르네와 웬디 엄마는 두세 번 본 적 있는데 꽤 털털한 중국 아줌마들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사실 실내 놀이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백열등 켜져 있는 실내의 인공적인 느낌보다는 실외의 자연 속에서 놀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이겠죠. 가급적 밖에서 뛰어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햇빛도 받으면서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쓰다 보니 이얘기 저애기 다 쓰고 싶은가 봅니다. 글이 널뛰기네요. 


하여간 다음주에 딸아이와 와이프가 영국에 갑니다. 영국에서 잘 뛰어놀다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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