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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세상이 만나 그라데이션이 된다.

일상에 명상 백 마흔아홉 스푼

by 마인드풀

다들 월요일 하루는 잘 지내셨나요?


저는 2월 14일 금요일부터 2월 16일까지 한국명상학회 동계 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가정을 벗어나 오로지 제 마음과 몸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명상학회는 1년에 2번 겨울과 여름에 2박 3일로 집중 수련회를 진행합니다.


공중보건의 때는 시간이 많이 있어 언제나 참여를 할 수 있었는데 일을 하게 되니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23년 하계 집중 수련회에 참석하고 한 동안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년이 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집중 수련회는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옆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시끄럽고 농구복 입은 학생들이 많길래 무슨 일인가 보니


하승진, 전태풍 선수가 주최한 농구대회가 진행 중이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운 좋게? 하승진 선수님도 멀리서 봤습니다. 진짜 키가 엄청나게 크시더요..


중학생들의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슬리퍼를 들으니 예전에 수학여행 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집중수련회는 예전 수학여행처럼 약간의 불편감이 있습니다.


작은 방에 성인 4명이 잡니다. 매트를 4개 깔고 짐을 두면 숙소가 가득 찹니다

물론 집보다 당연히 불편합니다.

잠을 자는데 사람들이 코를 골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방은 4명 모두 코를 골았기에 모두가 잠을 뒤척여서 공평했습니다ㅎㅎ

약간의 불편감이 있지만 저는 항상 집중수련회를 올 때마다 항상 얻어가는 게 큽니다.


수련과 수업을 통해 얻어가는 것도 많지만

반 강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교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방을 쓰는 것이 아니라 4인 1실이고, 멘토링 시간을 통해 또 교류합니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우주가 펼쳐집니다.


명상을 왜 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은 여기에서 인사 같은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데 행복하고 고민과 걱정이 없는 사람은 명상을 할 필요가 없겠죠.


시련과 고통을 이야기하며 나의 세상을 펼쳐 보이고 상대방의 세상도 봅니다.



제가 만난 한 분의 대화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심리 상담하시는 중년 여성 분이셨습니다. 명상 후 마음 나누기를 하다가 처음 뵈었습니다. 그분은 처음 봤지만 그냥 왠지 모르게 편안했습니다. 웃는 상을 넘어서서 평상시 표정도 계속 편안한 미소를 지으시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내뱉는 첫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돌이켜 보자면 나를 성장시키게 하는 사람이에요."


왜 그런고 여쭤보니 자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 막내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춘기가 제대로 와서 거의 통제가 불가능했고 잔소리를 할 때마다 자기도 상처를 입고 아들은 더욱 엇나가고 말썽만 피웠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녀는 기댈 곳 없어 절을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평온을 빌며 하루에 1000배를 했다고 합니다. 아침 일찍 300배 점심에 200배 저녁에 500배 쪼개 가며 했습니다.


이렇게 고행 수준으로 하다가 문득 아이에게 잔소리가 자신의 욕심이었음을, 그리고 자기 아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아이에게 잔소리할 것이 없어지고, 어느 누가 그러더라도 자신은 아이를 믿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녀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어느 순간 천덕꾸러기였던 막내아들은 지금 지극한 효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식화되지도 않고 힘이나 지위, 권력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문제가 권위와 힘, 돈의 문제였다면 재벌 권력자들의 자제들이 왜 말썽을 피우겠습니까?


부부 사이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많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것 같은 재벌가, 연예인들이 이혼을 하고 소송을 하는 모습은 흔히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진부하지만 결국 사랑과 신뢰였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던 중년 여성분도 애증의 관계였던 막내아들을 진심을 다해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자유로워지고 그것을 깨닫게 된 아들도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어렴풋하게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 이야기에 공감이 되는 건 저희 부모님도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저도 중학생때 사춘기가 와서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이 저를 믿어주셨고 사랑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마 부모님이 저를 책망하고 늘 저를 믿지 못하셨다면 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자식이 없습니다.


오늘 집중 수련회 때 들었던 그녀의 마음을 고이고이 접어 한편에 놓아두었다가 자녀가 사춘기가 제대로 올 때 펼쳐보려 합니다.

(물론 심한 사춘기가 안 왔으면... )



이번 집중수련회를 통해서 다른 분의 세상을 보며 나의 세상도 함께 바라봅니다.


누군가의 세상에는 언제나 나의 세상과 겹쳐지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데이션으로 겹쳐지는 그 모습은 자못 그 색상이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겹쳐지는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 기억을 고이고이 접어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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