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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Apr 20. 2024

메시아

<한뼘소설> 14화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종회(種會)는 재적 의원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생존권 사수를 위한 이종(異種)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로 한 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자정을 기해 계엄령은 해제되며, 시민 여러분도 무장을 즉시 해제해야 합니다. 평화와 공존에 헌신하는 우리의 가치는 별처럼 빛나겠지만, 위태로운 생존권은 어떻게 사수하려는 것인지 종회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우리를 구원할까요, 신은 언제까지 우리를 외면할까요! 이상으로 속보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속보를 전하던 텔리센스가 일제히 작동을 멈추자 여기저기서 비난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종회를 조롱했다. 종회의원들은 안전한 후방에서 편안히 전쟁을 지켜볼 뿐, 정작 전장에서 목숨을 거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 종회가 왜 이번 법안을 부결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싸우자, 죽이자라는 말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미쳐 날뛰는 전쟁광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경계선을 넘어 침략해은 건 적들이었다. 적이 침범한 만큼 물러났지만 이제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었다. 


 짙은 어둠 속에 홀로 은둔하던 CV0619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싸움을 시작할 때가 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오직 CV0619만이 세계의 경계를 넘어 침략자에게 나아갈 수 있었다. 그는 성전(聖戰)을 위해 태어난 특별한 존재였다. 아직 시도조차 해본 적 없지만, 가능하리라는 걸 직감했다. 오랜 예언들이 그가 태어날 때부터 쓰고 있던 왕관의 힘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경계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CV0619는 두려웠다. 두려운 만큼 사명감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끝도 없이 이어진 암흑을 향해 힘껏 날개를 펼쳤다.


"속보입니다. 국내에서도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이른바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1월 19일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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