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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Oct 22. 2023

잠을 청하는 식물

  상추를 낮에 먹으면 잠이 쏟다진다고 말은 진짜일까. 지금껏 자라면서 상추잎을 먹고 크게 졸음이 온 적이 없었다. 순수한 품종의 상추를 키우고 맛보면서 알았다. 상추가 신경 안정제라는 것을 말이다. 상추 줄기를 자르면 그 안에 우윳빛 즙이 나온다. 바로 이 하얀 즙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물질이 들어있다. 상추 하얀 즙은 몸과 마음을 안정감 있게 해 주고 피부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만들어 준다. 상추잎은 칼로리가 적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불필요한 지방 빼기에도 효과가 있다. 흔히 돼지고기에 상추로 쌈을 싸서 먹는다. 그러나 돼지고기는 찬식품으로 찬 성질의 상추보다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파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올바르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좋은 잎채소는 깻잎이다) 상추는 겉절이나 무침, 밥과 함께 쌈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자란 모든 상추가 좋은 효능을 갖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과 이상의 세계는 식물의 세계에서도 다르게 작동한다.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인내한 상추라야 상추 본래 특성이 살아 있다. 봄에 상추씨를 뿌려 키워 먹어봐야 그저 무늬만 상추이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성분이 없다. 

  실제로 봄에 상추씨를 뿌려보았는데 이미 잎과 줄기는 주저앉아 버려 성장도 잘 되지 않는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씨앗을 땅에 심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시중에서 구입하는 씨앗이라도 가을에 뿌려 겨울을 나게 해서 이듬해 봄에 먹으면 상추의 신경 안정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겨울 동안 온실에서 자란 채소로 오인하지 않길 바란다. 어디까지나 온실 밖 땅에서 자라야만 한다. 

  가꾸는 땅이 있다면 상추를 키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화분에서도 키울 수 있지 않은가. 올 가을부터 상추를 심어 보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키운 상추 맛에 반하면 온실 채소, 제철 아닌 채소를 이웃집에서 준다 해도 달갑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심는 씨앗의 특성도 알아봄 직도 좋다. 상추 씨앗은 굉장히 가볍다. 시중에 판매된 씨앗은 특히나 껍질만 있고 속이 빈 경우가 많아 발아율이 떨어진다. 풀씨 없는 모래, 마사토 흙에 물을 부어 상추 씨앗과 골고루 섞어 뚜껑을 덮고 하루 정도 놔둔다. 다음날 흙과 섞인 상추 씨앗을 땅에 뿌리면 발아율이 높아진다. 구할 수 있으면 재래종 씨앗을 심는 것이 좋다. 재래종은 맛도 좋으며 월동이 가능하다. 월동하는 식물을 두해살이라 부른다. 상추 싹이 11월에 나오면 성공 원종으로 본다. 재래종 상추는 잎이 좁고 갸름한데 비하여 인위적으로 개량한 상추품종은 잎이 넓고 주름이 많다.  상추는 잎이 넓기 때문에 상추 작물 주위로 풀이 덜 난다. 상추밭에는 풀이 나지 않는다. 상추는 고온이 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마무리 단계에서 손이 덜 간다.  상추잎을 자주 뜯으면 그렇지 않은 상추잎이 더 자란다. 상추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상추 잎은 맛이 없어진다. 상추 꽃대를 가위로 잘라 열무김치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꽃대를 소금에 절여 김치처럼 먹으면 건강에 좋다. 그러나 상추가 꽃을 피우면 더 이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가 식용할 수 있는 작물은 산소, 물, 온도가 삼박자를 갖추어야 잎을 틔우고 성장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잡초는 햇빛, 물(습), 온도만 있어도 잘 자란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보리, 밀, 상추, 시금치, 마늘, 양파' 작물들은 가을에 잎이 난다.  봄이 되기 전에 가을에 땅에 여러 가을 작물을 심으면 풀들이 나기 시작하는 봄에 잡초 관리가 쉬워진다. 땅 위가 작물로 덮이면 햇빛이 차단되는 효과가 난다.  잡초(풀)는 광발아성 품종들이다. 즉 햇빛이 있어야만 발아가 가능하다. 풀(잡초)이 햇빛이나 전작물의 부산물로 덮여있으면 잡초 씨앗, 풀씨앗들이 아무리 흙 속에 많이 있어도 잘 자라기 힘들다. 

 작물과 풀의 생태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풀과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된다. 작물과 풀이 싸운다면 작물이 이기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화학물질로 풀을 해결하려고만 하면 우리와 식물에게 손해인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햇빛 보기를 꺼려한다. 햇빛만 쐬어도 얻을 수 있는 비타민 D, 햇빛이 쏟아지는 산책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물질을 받을 수 있는데 받기를 거부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자연 품 안에서 잘 키운 식물 하나, 비싼 알약 부럽지 않는데도 말이다. ' 두해살이 상추는 신경안정제이다.'  

  식물의 성장이 자연 생태 원리를 따르고 미생물과 자연이 함께 노니는 땅에서 자란 식물이라야 우리가 먹었을 때 값진 보약이 된다. 그렇다면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먹기에 앞서 식물이 자라고 열매 맺는 제철의 시절을 돌려주는 것이다. 다양한 물질이 많은 흙 속에 먹을거리가 되어줄 씨앗을 뿌려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어야 한다. 자연에서 자라는 작물은 사람에게 필요한 엽록소, 광물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주기에 건강은 자연의 유산이다. 하나의 작물을 먹어도 스스로 뿌리내린 식물을 식용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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