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날과 아름다운 날의 합류지점
인간 한 명의 날들에도 수많은 정-반-합이 있다.
다른 길을 가는 건 타인과 나뿐만이 아니다.
내가 과거의 나와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아이유의 너랑 나와 시간의 바깥처럼 긴 시간이 지나 ‘그리고‘를 말하는 서사가 있다면
싫은 날과 celebrity처럼 긴 시간이 지나 ‘그러나‘를 말하는 서사도 있다.
“봄이 오지 않으면 그게 차라리 나을까"
아이유)- 싫은 날(2013)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이야"
아이유 - Celebrity(2021)
둘 다 아이유가 직접 쓴 가사인데도 봄을 대하는 태도가 이리도 다르다.
Celebrity 곡 소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의 별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으며 시작했던 가삿말이었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점점이건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celebrity에서는 ‘보이니-’ 구절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총 3번이 반복되는데 2번은 유일함에 대해, 마지막 1번은 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야"가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면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이야"는 아이유가 과거의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번복하는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한다고 한다.
반복하면서 성장하기도 하지만 번복하면서 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 말을 번복하는 일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별로인 사람같이 느껴져 두렵기도 한 일이지만, 번복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인간이니 사실 변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또 자기 스스로를 극복하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게 되는 것 같다.
네가 두려워하던 그거 사실 해보니까 좋더라-처럼 말이다.
어쩌면 봄이 오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하던 싫은 날의 아이유는 사실 당시에는 누가 어떻게 말해도 자기가 그렇게 말했으니 부정은 하겠지만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누군가가 봄은 따뜻하고 좋다-라고 오랜 시간이 걸려도 알려주길, 믿게해 주길 원하던 거 아니었을까.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결국 그걸 알려줬다는 게, 믿게 해줬다는 게, 말하게 되었다는 게 셀프-그러나 서사의 가장 아름다운 점이다.
시대에만 정-반-합이 있는 게 아니다.
인간 한 명의 날들에도 수많은 정-반-합이 있다.
중요한 건 합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와 작사를 직접 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은 그런 정-반-합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물론 글을 쓸 때 대표적으로 처음 느껴지는 감각은 ‘고통'이다.
불편하게시리 계속 신경 쓰이던 감정을 들여다보고 꺼낸다는 게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알았던 나에 대한 어떤 것들이 뒤죽박죽 재배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풀어지고 무장해제되고 나서야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가 있다.
‘그래 다 해보니까 이게 내가 원했던 거였어’
처음부터 정해진 길은 앞이든 뒤든 모두 같다. 일직선에 평행선
그러나 이리저리 가보고 느낀 후에 맞이하는 합류지점 위에서는 앞을 보든 뒤를 보든 모두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나는 그냥 그걸 즐기면 된다.
그 모든 게 뭐 하나 정으로 끝내지 못하고 반에 합까지 해야만 했던 내가 원했던 것이니까,
그래서 내가 선택한 위치이고 풍경이니까
인간적이라는 건 각자 안에 모두가 있고, 모두 안에 각자가 있다고 막연히 느끼는 것이다.
내가 이쪽에 속할지 혹은 반대쪽에 속할지는 그
무엇도 입중해주지 못한다.
형리 안에 희생자가 있고, 회생자 안에 형리가 있으며, 무신자 속에 신자가, 신자 속에 무신자가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갈 만한 이유가 있다. 어쩌면 그 변화의 힘이 진짜 나의 본질인지 모른다.
_폴 발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