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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감정일기
09화
아들, 나도 여기가 아프다
내면 아이
by
사공리셋
Apr 7. 2021
언제나 모이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열명 가족.
동서네와 우리네 가족, 시부모님까지 어느새 열식 구가 되었다.
아이들도 동갑내기 둘씩, 게다가 두 집다 터울도 같아서 친구같이 잘 지내는 아이들 네 명과 그렇게 열 가족이 가족처럼 잘 지내왔다.
모이면 왁자지껄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장점도 많았지만, 언제나 함께이길 바라시는 시부모님 덕분인지 때문인지 그냥 가족이라 일컬으며
요즘 같지
않은 가족애를 자랑하며 지내온 듯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의 일이다.
어느 토요일 저녁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단골 삼겹살 가게에 모였다.
시부모님 두 분은 친구분들과 등산을 하고 내려오신 후였고, 우리는 각자 아이들과 열심히 낮시간을 보낸 후 모인 자리였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열식구가 함께 밥을 먹었기에, 평일은 힘이 들고 주말 저녁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힘께 밥을 먹는 걸로 묵시적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오로지 우리 네 가족이 멀리 야외로 일박이라도 할려치면 모두에게 알려야 할 것 만 같았고 그래서 그냥 안 가기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나았다.
물론 말씀드리고 갈 수는 있다.
'우리 빼고 즈그들끼리만 놀러
다닌다...'는 말씀을 농담처럼 하시는데, 참 신경 쓰이기도 했고 어른 두 분 그럼
같이
가시자고
하게 되면 또 옆 동에 사는 동서네까지 연락이
닿을 거고 결국 열식구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벤트가 되어버리기에 그냥 안 가는 게 속편했다.
이 얘기하려는 게 아닌데...
상이 차려지고 구워 먹을 삼겹살이 나왔다!
혹여나 뜨거운 거 만질세라 활동적인 5세가 된 첫째들을
옆에 붙잡아 두고, 3세가 된 둘째들은 그나마 테이블 위에 수저와 그릇들로만 장난하는 수준이라 또 붙들어두고 그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조심한다고 해도 아이들의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
내가 내가 병
'이 한창인 5세들 두 녀석이 본인들이 고기를 구워보겠다며 팔 걷고 나섰다.
"나도! 나도"를 외치며 각자 불판 앞에 서서 고기 집게를 이미 한
손에 씩
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면서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기 시작하고 기름기가 생겨나 기름이 튀기 시작하는 통에 두 아빠들은 "이제 그만!"을 외치며 아이들의 손에 있는 집게를 빼앗았다.
겁 많은 우리 첫째는 아쉬워하며 고기 집게를 금방
아빠에게 넘겼지만
전혀 다른 기질의 동갑내기 조카는 행동이 재빠르고 의욕이 넘쳐 지글거리는 삼겹살을 굳이 뒤집으려 애쓰던 찰나 결국
뜨거운 기름
방울
이 손가락에 튀고야 말았다.
"아야!"
찬물에 진정시키고, 적신 물수건으로 감싸 보고, 소주를 부어보고 주변에 있는 것들로
아무리
상처를 달래
도
조카 녀석은
계속해서 아프다며 짜증을 내며 울먹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도 진정되지 않는 걸 보니 빨간 상처 범위가 꽤 넓은 듯 보이기도 했다.
"안 되겠다, 내가 약국 갔다 오께" 시아버님이 일어서며 말씀하셨다.
도련님이 얼른 일어서며 "제가 다녀올게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시어머님이 갑자기 "oo아, 나도 여기 아픈데..."라며 아까 다치셨다는 다리를 다시 열어 보여주시고 계신다.
뭔가 긴박한 상황에 약간 쐐... 한 분위기가...
시어머님이 산을 내려오다 다리를 약간 다치셨던 모양이었다.
아까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데 다리 다치셨다며 보이 주시
긴 하셨는데... 난 아이들 때문에도 정신이 없었고 남편과 도련님도 "조심하시지 그랬어요" 그 말만 하고 어영부영 그리고 멀리서 봐도 상처가 그렇게 크지 않은 듯 보여 가볍게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함께 손녀 상처를 걱정해주셔야 할 시어머님께서...
왜 하필
갑자기
....
처음에는 장난치시는 줄 알았다.
도련님도 딸아이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별로 반응을 안 하는 듯 보였는데
"니 딸만 아픈 게 아니고, 너희 엄마도 아프다고!"라며 재차 목소리를 내시는 통에 그제야 도련님도"아, 알았어요"라
고 대답하고 약을 산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조금 당황해서 시어머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눈을 마주쳤는데 시어머님이 웃으셨다.
작은 아들 놀린다는 약간 그런 뉘앙스이신 듯했는데...
근데 진심 아들의 관심을 받고 싶으셨던 듯
했는데
...
타이밍도 장난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난. 처. 하. 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어 처신하기 곤란하다(국어 백과사전)
이 감정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본다.
눈이 마주쳤을 때 함께 웃어드려야 할지, 아픈 다리를 함께 걱정해드려야 할지 순간 너무 혼란스러웠다.
괜히 함께 웃고 넘어갔다가 진짜 아픈 것일 수도(진짜 아프신 거였다면 병원을 갔을 테고...), 그렇다고 재차 함께 걱정해드리기에는 손에 화상 입은 5세 아이보다는 급박해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너무 아파하고 있었기에...
어쨌든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넘어갔던 듯하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그냥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셨기를.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나를 위해 좋을까.
보호와 관심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가 되고 싶으셨나보다.
희생을 일삼으며 자식들을 키워내셨고, 그 자식들에게서 보상을
받고 싶으셨던 건지도 모
르겠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색안경 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keyword
가족
내면아이
내면
Brunch Book
며느리 감정일기
06
돈봉투의 의미
07
시어머님의 환갑잔치
08
어머니, 우리가 남인가요?
09
아들, 나도 여기가 아프다
10
집을 비울 테니 밥을 차리거라
며느리 감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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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보건의료정보사 퇴사. 보건의료직에서 AI에게 자리를 내어준 뒤, 삶이라는 데이터를 다시 읽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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