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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난 Jul 10. 2024

어디에도 내놓지 못할 글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며


내가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다면, 주제는 재발이겠지?


우스개처럼 그런 소릴 했었다.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진 않았다. 그리고 올해 4월, 병원에 입원하여 링거줄을 꽂은 채로 나는 생각했다. 그래, 이제 후속작을 쓸 때가 되었군. 섬유근육통은 나아버렸습니다. 꿈을 찾아서 대학에 편입했습니다. 좋은 보육교사가 것입니다. 아파도 무섭지 않습니다. 그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던 지난 매거진에 이어질 후속작 말이다.


내가 속세에 젖어 사는 동안 브런치북 연재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서, 이번엔 연재로 글을 쓸 예정이다.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질 때를 대비해 미리 몇 편 써두었다. 에세이를 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건 걱정되지 않는다.


다만 걱정되는 건 오직 하나. 이 에세이 전체가 나의 치부라는 사실이다.




브런치북 계획 단계에서 목차를 구상했다. 여기저기 자잘하게 아픈 얘기를 20편은 너끈하게 할 수 있을 듯했다. 그 장구한 목차 속에서 나는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일할 능력이 없습니다. 나에게는 신체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정신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나는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구태여 그런 점을 알리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초라하다. 이제는 무용지물이 된 전공지식과 이력서에 쓰일 리 만무한 짧은 알바 경험 몇 건. 연락처에 남은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친족 관계 포함). 그러니까 뭐가 자랑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쓰냐는 소리다.


15분 정도 앉아있었더니 허벅지가 쑤신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아래 책을 읽고서였다. 아서 플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 저자는 39세에 심장마비를 겪고 이후 고환암을 진단받았다. 죽을 고비를 두 번 넘기며 저자는 자신의 질병 경험을 에세이로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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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 질병 안에는 새롭게 될 기회가 담겨 있다고. 질병이 제공하는 이 기회를 붙잡으려면 질병을 적극적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질병에 관해 생각해야 하고 이야기해야 하며 질병을 주제로 써야 한다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개인이자 사회로서 질병을 받아들이고, 질병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님을 배울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새롭게 될 기회를 잡으려 한다.


이 글이 아무런 쓸모가 없더라도 좋다. 오히려 내 흠결이 되어도 좋다. 내가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릴 수 없어도 좋다. 쓰고 난 끝에 내가 나의 비실비실한 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정말로 그렇게 될까?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번 연재에선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울었으면. 눈물이 많은 엄마를 위해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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