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 독립, 나의 두 발로 서기

사랑이라는 이름의 조종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by 파랑새의숲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살고,

동물은 반드시 다른 생명을 먹어야 살 수 있잖아.


채식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스스로를 자급하는 존재로서의 식물과

타자에게 기대야만 살아가는 존재, 동물.

우리는 어떤 성질을 섭취하는 사회인가.


이것은 채식을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단지 무엇을 먹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의 존재 방식, 관계 구조, 그리고 에너지 순환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타인의 감정과 반응, 헌신과 희생을

때로는 자각 없이 먹으며 살아간다.


“나는 너를 위해 이만큼 했다”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사랑처럼 보이지만,

어떤 경우엔 감정의 청구서가 되고,

때론 조용한 조종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생 아들이 새벽까지 졸지 않고 공부하게

옆에서 밤까지 지켜본다고 했다.


“얘가 잘됐으면 해서요.”


표면적으로는 ‘관심’이고 ‘사랑’이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런 행동 뒤에 비겁하게 숨은

그 배려와 사랑의 언어들이 불편하다.


단지 감정을 아이와 함께 느끼는 걸 넘어,

그 아이의 행동과 결과까지 통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성취의 결과가 주는 안도감과 보상을

자신도 함께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아이는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욕망을 대리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건 단순한 감정 의존이 아니다.


감정적 착취(emotional exploitation)를 넘어,

타인의 존재와 행동을

조종하고 통제하여,

자기 정서와 사회적 자산을 채우는 구조.


이 구조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 구조가 너무 일상적이라는 데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기대에 부응해야 ‘기특한 아이’였고,

눈치를 잘 봐야 ‘배려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감정의 침범과 조종은

“원래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로

조용히 대물림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존재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는가.

그 기대는 연결인가, 조종인가.


나는 누군가를 먹고 있는가.

아니면 먹히고 있는가.


우리는 정녕 서로 먹고 먹히지 않으며

스스로의 자리에서 서로 깊게 교류할 수는 없을까.



식물은

햇빛과 바람, 흙과 물만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를 먹지 않아도,

소모시키지 않아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자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존재.


문득,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누군가를 붙잡지 않아도,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으로

조용히 충만해질 수 있다면.



그게 꼭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타인을 조종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제는 상상해보고 싶어진다.



식물성을 섭취하고자 하는 노력이 채식이며,

이는 결국 나의 ‘독립’과

착취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노력인가?


물론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식물성을 섭취하고

식물같이 자생하며

식물 같은 관계를 맺는 사람을 꿈꾼다.


감정의 채식주의자.

심리적 독립을 선택한 사람.


사랑받기를 포기하고,

사랑하기를 선택한 사람.


누군가의 댓가를 포기하고

스스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척 외로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존에 보다 근원적으로 다가가는 일이며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내 안에서 두 발로 우뚝 서는 일.

스스로를 위한 에너지를 홀로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이제 내가 지키고 싶은 존재 방식인지도 모른다.

더이상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p.s.

나는 이 글을,
여전히 반복되는 관계 속 갈등 속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이들을 위해 썼다.


모녀갈등, 시댁갈등, 부부갈등, 자녀갈등..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부터
다름을 존중하고,
진짜 사랑을 회복하는 길로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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