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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나’로 남편의 옆자리에 서서

- 나의 해결과제 ‘독립’을 연습하는 인생 파트너

by 파랑새의숲


나는 이제, 남편의 곁에 서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에게 전적으로 기대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두 발로 단단히 서서, 나라는 존재로 그 곁에 선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구원자처럼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내 편'이 되어달라 요구하지 않고,

그 또한 나를 '아내'나 '며느리'라는 역할에 묶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며,

그 경계 안에서 더 깊은 연결을 배워간다.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싸움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전쟁이 아니라,

서로의 자리를 재확인하고 지켜내는 건강한 논쟁이 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예전에는 무심코 그에게 의존했다.

그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서운했고,

그가 지켜주지 않으면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만 그가 내 경계를 존중해 주기를,

그리고 나 또한 그의 경계를 존중하기를.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랑에 ‘빠져 있던’ 젊은 날의 연인이 아니다.

콩깍지가 벗겨진 뒤에도,

다시 사랑하기로 결심한 연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그러나 다르기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다.


'왜 나와 같지 않느냐'며 불만을 쏟아내기보다는,

조금 다르기에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이자 연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배우자’라는 역할 뒤에 숨지 않고,

그럼에도 서로의 곁에 서기로,

끝까지 함께 걸어가기로 결심한 파트너다.


나는 홀로 설 수 있고,

그 역시 혼자 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따뜻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안다.


그것이 우리가 도달한 사랑의 또 다른 모습.

그리고 내가 이제, 어른이 되어 맞이하는

내 인생 3막의 시작이다.


좋은 결혼이란 서로를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으로 설 수 있도록 지지하는 파트너십이다.

A good marriage is not about completing each other,
but supporting each to stand fully as themselves.

-안톤 슈니츨러 (독일 심리치료사, 부부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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