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uge
서른셋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우리만큼 어린 것인지 몰라도, 적어도 또 하나의 연애를 해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주 그러했다. 새로 시작하는 연애는 결혼을 짙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좀 늦었다. 어렸을 적, 어른이 되면 이래야겠다고 생각했던 인생 계획에서는 스물셋에 결혼을 하고 스물넷에 애를 낳기로 되어있었으니까. 서른셋이라면, 오늘 당장 결혼해도 십 년이 늦은 상황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혼자 그린 그림이었을지언정.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결혼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은 퍽 상징적이다. 대개 남자에게보다 여자에게 더 그렇다. 생애에 한 번 뿐일 웨딩드레스,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함께 입장하는 아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위를 끌어안는 엄마, 내가 던지는 부케를 받아주는 둘도 없는 절친.
어디 결혼식 당일 뿐이겠는가. 웨딩홀 답사, 스드메 투어, 청첩장 셀렉, 야외 스냅 촬영, 신혼여행까지. 정형화 된 로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들이 결혼식에 대한 로망을 갖고, 그를 위한 준비를 한다. 결혼과 별개로, 결혼식 자체에 대해.
결혼식이 가장 큰 문제였던 건, 순전히 내 탓이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으레 일반적으로 굴면 그만이었을 거다. 그래, 그냥 평범하게 결혼식을 치르면 좀 좋으련만, 나는 결혼식을 할 마음이 없었다. 더 정확히는, 결혼식을 안 할 마음이 있었다. 결혼식을 꼭 해야겠다는 사람과는 연애를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나 확고하게.
그러니 연애를 시작할 때 얼마나 겁이 났었겠는가. 서른셋, 이제 만날 이 사람은, 아마도 썩 낮지 않은 확률로, 당연히 결혼식에 대한 소망이 있는 사람일 테니.
연애를 하면서도 그러했다. 서른넷,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은, 아마도 썩 낮지 않은 확률로, 당연히 결혼식에 대한 소망이 있는 사람일 테니.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무사히 결혼에 성공했다. 서른다섯, 결혼식 없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우리의 결혼, 그러니까 결혼식 없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확실히 해두는 거지만, 이는 노웨딩을 장려한다거나 또는 K-웨딩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결혼식’하면 떠오르는 그 일률적인 모습만을 상상하며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극단적으로는 이런 선택지까지 있으며, 사람에 따라 그 선택지가 충분히 행복한 것일 수도 있음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나아가 우리와 비슷한 선택을 하려는 예비 신혼부부가 있다면, 유사한 선택을 먼저 해본 경험자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 뿐이다.
글을 준비하며, 참 많이 떨렸다. 우리의 이야기를 내놓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시덥잖고 대단찮은, 별 거 아닌 얘기들이겠지만.
용기를 내어 글을 쓴다.
본 시리즈에서 작가 간장밥은 ‘두팔’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