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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장밥 Oct 03. 2023

꿈★은 이루어진다

十一. 朝聞道, 夕死可.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찾으라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나. 아이들보다 인생을 두 세 네 배는 더 살았을 성인들 중에서도 스스로의 꿈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쎄고 쎘을 거다. 그 어려운 걸 왜 아이들에게 독촉하나.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본 경험이 있다는 건 그것 자체로도 큰 축복이다. 마침내 그걸 이루어낸 경험까지 있다면 그건 더 할 나위 없는 큰 행운일거고. 꿈이란 건 꾸기조차 어렵기에 이루기가 더 어렵다.


나 역시 그렇다. 지금껏 살면서 무언가를 그토록 애타게 원하고, 또한 그것을 위해 달려봤던 적이 있었나 싶다.



열심히 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나를 완벽주의자라고 불렀을 정도니까.


그러나 어떠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적은 전무했다. 공 하나 하나는 전력투구하면서도 정작 훈련은 게을리하는 투수 같달까.


생각해보면 자기방어 기제가 씨게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뭘 열심히 잔뜩 준비했는데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하면 내 능력이 거기까지라는 게 방증되는 거잖는가.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거다. 열심히 안 하는 거다. 결과가 좋으면 '난 살살해도 이렇게 잘 하네'라며 스스로를 잔뜩 치켜세울 수 있고, 결과가 안 좋아도 '내가 열심히만 했으면 충분히 했을 텐데. 내가 봐준 거지 뭐'라며 합리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늘 그랬다. 그러다보니 성과도 어중간했다. 공부를 잘 하기는 했지만 특목고도 SKY도 못 들어갔고, 머리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공무원 시험 합격에도 꽉 채워 5년이 걸렸다. 글을 잘 쓴다지만 고등학교 백일장이 마지막 수상이었다. 신춘문예에서는 가작조차 타본 적이 없다.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딱히 탑티어는 아닌 수준. 딱 그정도였다.


인생을 그렇게 채워왔다.



하지만 이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간절해졌다.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할 수 있는 자랑거리가 필요해졌다.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 당당해지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결혼을 했다.


내 아내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다. 대강 적당히 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라, 꽤 많은 시간을 들이며 열심히 하고 있다. 내 글이 좋게 읽혀서 책이라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뜬금 없지만 글을 쓰는 것만큼 카카오톡 이모티콘에도 힘을 쓰고 있다. 당연히 아직 출시된 건 없다. 혼자 그리고, 카카오에 재차 삼차 제안을 넣고 있을 뿐이다. 손그림에 재능이 뛰어나지도 않고,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


캐릭터 '쌀알이' 작업물의 일부. 단순해보이지만 꽤 많은 정력이 투입되었다.

첫 도전은 아니다. 2018년에 응모를 한 적도 있으니 햇수로는 어느덧 6년째다. 다만 그 때와 다른 건, 지금은 꽤나 진심이라는 것.


대부분의 경우 이모티콘 출시에 실패하고, 출시를 한다손 쳐도 끽해야 치킨값 정도 벌고 만다지만, 어쨌든 그런 객관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요즘이다. 아내가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다가도, 이거 우리 남편이 만든거라며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이듦이 체감된다. 바로 무언가에 대한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도다.


예전엔 별다른 게 필요치 않았다. '해볼까?'하는 떠올림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별 거 아닌 시작에도 더 많은 결심과 더 힘찬 채찍질이 필요하다. 무거워진 이놈의 몸뚱아리는 당최 잘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다는 간절함은 노쇠한 마음을 일으키고 손에 펜을 쥐게 한다. 약간 과장컨대, 아침에 이모티콘 승인이 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간절한 꿈을 갖게 해준 사람. 아내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꿈★은
이루어진다

朝聞道, 夕死可. <里仁>

(조문도, 석사가.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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