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서울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지방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 것이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서 사는 내가 보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은 환상의 도시다. 교통 편리하지, 문화생활 마음껏 할 수 있지,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지,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수 있지, 아프면 병원도 골라서 갈 수 있지,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는 환상의 도시.
지방이라고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에 치일 일 없지, 차 막힐 일 없지, 지역 특산물 마음껏 먹을 수 있지, 자연경관 뛰어나지, 집 값 싸지. 그래도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서울의 좋은 점은 돋보기라도 댄 듯 크게 보이고 지방의 좋은 점은 개미 콧구멍만큼 작아 보인다.
김신지 작가님의 <평일도 인생이니까>라는 책에 보면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 언니가 한 말이 나온다.
"제주도처럼 공기 좋은 데서 사나 서울에서 사나.. 제주도에서도 마음이 지옥 같은 사람 많아. 서울에서도 얼마나 즐기며 사는 사람이 많니. 어디에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있는 자리 그대로 그냥 너무 좋다, 만족하면 되는 거야."
여행을 가보면 세상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 많다. 해외로 눈을 돌릴 것도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아, 여기 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주와 제주가 가장 좋았다. 그런데 경주와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행복할까? 경주 시민으로서 자랑스러운 마음과 제주도민으로서 벅찬 가슴을 안고 살아갈까? 아마 아닐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은 삶을 영위하는 곳이자 생계의 터전이기에 아름답게만 볼 수 없다.
사람들이 집 놔두고 굳이 호캉스를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매일 쓸고 닦아야 하는 내 집은 남이 쓸고 닦고 관리해 준 호텔방처럼 근사한 기분이 나질 않는다.
다시 효리 언니의 말로 돌아와서 어디에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그곳이 서울이든 지방이든 너무 좋다, 하고 만족하려 노력해 보라.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만이 진정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