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했어, 사랑해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은 이것뿐

by 서윤

아이를 키우기 전까진 몰랐다. 내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걸. 초중고 시절을 거치며 나는 친구들로부터 '성격이 좋다' 혹은 '무던한 성격'이라는 평을 들으며 살아왔다. 그러니 내가 정말 무던한 사람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처음으로 의문을 가져보았다. '나, 완벽주의자였던 거야?'


육아 용품 하나 사는 데에도 그냥 살 수 없었다. 제조국이 어디인지, 재질은 무엇인지, 인증 검사는 통과되었는지 등을 늘 확인했다. 그러니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말해 무엇하랴. 이유식 시기에 들어섰을 때, 소아과 선생님이 쓴 이유식 책을 바이블 삼아 쌀죽으로 시작해서 고기, 이파리 채소, 과일 순서대로 단 1그람의 오차도 없이 레시피 그대로 따라 했다. 처음 해 보는 육아였기에 책을 교과서 삼아 열심히 학습했다. 내 아이를 위한 것은 작은 것 하나라도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아니 욕심이었다.


그런데 책대로 안 되는 게 있었다. 아이마다 기질과 성향이 다른 이유로 첫째 아이에게선 겪지 못했던 상황들이 둘째를 키우면서 빈번하게 생겼다. 말이 트이기 전, 둘째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트에서 드러눕고, 친구의 팔을 깨물기도 했다. tv에서나 보던 상황이 내 눈앞에서 벌어졌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런 시나리오는 '무던한' 내 인생의 대본엔 없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떼쓰는 아이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 했기에 나는 다시 몇 권의 육아서를 탐독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방법대로 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아이의 두 손목을 힘주어 잡고, 눈을 맞춘 채 '안 되는 거야'라며 단호하게 이야기도 해보고, 때로는 내 마음이 먼저 무너져 내려 아이와 같이 엉엉 울기도 했다. tv와 책에서 배운 대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아이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기적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유아기인 세 아이를 키우는 그때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나의 일상에서 '나'는 찾아볼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온 정성을 들여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내 예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육아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불안해졌고, 그 불안은 다시 아이를 향해 표출되곤 했다.


스스로를 자책하던 그때, 우연히 발견한 문구가 나를 살렸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서천석, BBbooks
세 가지 말과 친해집시다.
아이는 아직 자신을 믿지는 못하기에, “괜찮아.”
스스로를 믿을 힘이 자라도록, ”잘했어.“
언제나 자기편인 부모가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그래야 힘든 도전도 가능하기에, ”사랑해.“
짧은 세 글자, 세 마디 말이 아이를 키웁니다.

당시에 웬만큼 인기 있는 육아서라면 안 읽어본 책이 없을 정도로 틈틈이 육아책을 끼고 살았는데, 대부분의 육아서들은 다 읽고 나면 왠지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의 문제 행동이 그동안 내가 잘못해 온 탓인 것 같고, 지침대로 해도 책과는 다른 내 아이의 반응을 보면 더욱 좌절하고 불안해졌었다.






"부모는 아이를 '당장' 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변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표지에 쓰여 있던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밀고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랬다. 나는 아이에게 가르칠 때 '당장' 아이의 행동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당장' 변하지 않았고 엄마인 나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마음은 조급해졌었다.


'결국' 변하면 되는 거니까, 엄마인 내가 해야 할 일은 '괜찮아, 잘했어, 사랑해'라는 말을 해 주면서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 그뿐이었다. 복잡했던 마음과 머릿속이 간단명료해졌다. 하지만 모든 육아서를 읽는 마음이 그렇듯, 책을 읽을 때의 깊은 깨달음은 하루 이틀 지나가면 기억에서 흐려지고 나의 사고의 흐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걸 극복하려면 자주 보고, 자주 깨우치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작심삼일이라면 삼일마다 다시 깨우치면 되니까. 그때 카톡 프로필에 적어 두었다. 자주 보기 위해서.


'괜찮아, 잘했어, 사랑해'


어느덧 7년째, 카톡을 열 때마다 내 프로필에서 보이는 문구다. 글은 힘이 세다. 글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이 쌓이면 삶이 바뀔 수도 있는 것 같다. 세 아이를 키우며 한창 힘들었을 때 만난 짧은 이 글귀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첫째가 중3인 지금도 여전히 나는 아이와 대화할 때 ‘괜찮아, 잘했어, 사랑해’라는 말을 먼저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일이 다 괜찮다.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 속엔 아이가 잘한 것도 분명히 있다. 그걸 ‘잘했다’ 하면서 얘기해 주고 마지막으로 ’ 사랑해 ‘ 라며 꼭 안아준다. 그러고 나면 나 역시도 ‘괜찮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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