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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미래는 부모의 과거와 닮아 있다.

by 신수현

자녀의 미래는 부모의 지난날을 닮아 있음을 느낀다.

사춘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성장통이지만 나의 사춘기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큰오빠가 결혼하며 새로운 가족이 우리 곁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전부터도 부모님의 잦은 다툼은 가족 내 작은 불꽃처럼 금세 사그라졌지만, 새 가족이 들어온 뒤부터 싸움은 엄마와 아버지에서 아버지와 큰오빠, 아버지와 큰며느리로 번졌다.

나 또한 마음속 분노를 말로 풀지 못해, 항상 얼굴에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학교에선 나의 모습을 오해하고 선생님에게 불만이 있다고 생각해 교실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다.


“언니, 사춘기인가 봐”라는 동생의 노래 같은 말에 화가 치밀었지만, 그 말이 맞기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묵묵히 어른이 되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며 부모와의 갈등은 깊어지고, 간섭이 싫어 사회로 독립하기만을 바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님은 자식의 미래를 미리 내다보셨던 것 같다.

현재를 바꾸면 미래도 달라질 거라 믿지만, 성격과 DNA는 쉽게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말이 적고 서툴며, 정이 많아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엄마는 내가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늘 궁금해하셨고, 내가 입을 닫자 가족들에게 내 친구에 대해 물으셨다.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걱정이었다. 마음 여린 내가 쉽게 상처받고 이용당할까 두려워서였다.

나 역시 부모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때는 버티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버티는 게 맞았다.

싫어도 다시 시작해야 했던 일들이 있었으니까.

부모 눈에도 예쁜 자식과 미운 자식이 있다고 한다.

미운 자식일수록 잔소리와 훈계가 많아지는데, 그건 부모가 자신의 단점을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아버지처럼 연약해 사람과의 관계가 서툴고, 방어 수단으로 소리 지르고 화를 냈던 건 아닐까?


아버지를 독재자라 생각했고, 엄마와 싸울 바엔 다른 여자를 만나길 바랐다.

원조가수 K 씨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아버지와의 다툼과 경제적 어려움,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경험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닮은 사람을 보면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나와 같았다.

부모는 나의 미래를 미리 걱정했을 것이다.

넘어질까? 위험에 빠질까? 순진한 내가 이용당할까?

그래서 더 강하게 붙잡으려 했던 게 아닐까?


시간은 나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고, 어린 나에겐 너무 길게 느껴졌지만 어른이 되는 건 너무 빨랐다.

아버지의 빠른 노화도 낯설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받았지만 제대로 쓰지 못했다.

아버지가 쉽게 떠나지 않을 거라 믿었고, 변해버린 모습이 낯설어 멀리했던 어리석음이 나를 묶는 밧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엄마가 계신다.

거동이 힘들 정도로 연약해진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부모는 언젠가 어린아이가 된다.

딱딱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거동이 힘들어 자녀에게 의지해야 하는 날이 왔다.

이제는 엄마를 돌봐야 할 때지만, 엄마는 아이처럼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는 사랑을 배운다.

사랑은 달콤하거나 행복하지 않다.

희생 없이는 사랑이 성립되지 않기에, 사랑은 아프고 슬프고 후회스러운 법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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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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