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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Sep 04. 2023

첫 문장은 다이빙하듯이

울리는 문장을 써라 1

뛰어내림으로써 나 자신을 증명하고 후퇴와 성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송현, <<일만 번 다이빙>>

첫 문장을 잘 써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첫 문장에 대한 부담으로 글쓰기를 어려워하니까 그럴 때는 첫 문장이 평범해도 괜찮다고 일단 시작하라고 하는 작가들도 있다.

그런데 독자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첫 시작이 문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책을 읽을 때는 눈에 들어오는 뭉텅이 즉, 단락으로 읽을 때도 많다.

첫 문장이 강렬하고 흡입력 있는 경우도 좋지만, 일단 첫 단락자체가 흥미진진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첫 문장의 강력한 인상으로 회자되는 작품들이 있다.

"아무래도 좆됐다." 아무래도 이 첫 문장은 도저히 입으로 전달할 수 없는, 그러나 다시 나올 수 없는 첫 문장이다 싶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마션>>(엔디 위어)의 소설의 시작이다.

감히 누가 이런 문장으로 첫 문장을 시작하려 했을까. 이후에는 이 문장으로 시작하면 바로 표절의 시비가 걸릴만한 표현이다. 아주 흔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이의 첫 문장으로 유명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을 가정을 얘기할 때마다 혹은 외도에 대해서 얘기할 때마다 인용했는지 모른다.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에서 '꽃이 피었다.'로 쓸 것인지 '꽃은 피었다.'로 쓸 것인지 여러 번의 퇴고 끝에 '꽃이 피었다'로 썼다고 한다.


얼마 전, 타계한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로 시작한다. 소설이지만 니체의 사상으로 시작하는 역시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시작부터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첫 문장은 역시 중요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본인이 글을 쓸 때면 자신이 첫 문장을 잘 시작하고 있는지 알쏭달쏭하다.

그래서 본인이 첫 문장을 잘 시작하고 있는지 '느낌'을 나는 '다이빙하듯 써라.'라고 말한다.

글을 쓸 때는 자꾸만 읽는 독자의 마음을 잊어버리고  내 생각대로만 시작을 한다. 그러다 보니 시작 부분이 늘어질 때가 많다. 독자들에게 이것도 얘기해줘야 할 것 같고, 이런 것도 설명해줘야 할 것 같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스로 자신이 없어한다. '이렇게 써도 될까?'하고 말이다.


그럴 때 마음 가짐이 '다이빙'으로 물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물에 들어갈 때 찬 물이든 뜨거운 물이든 확 들어가지 못하고 손도 넣어보고 발도 담가보고 망설인다. 그런데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은 답답하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높은 곳에서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이 정말 시원하다.


처음 시작을 할 때 '첫 문장'을 잘 써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다이빙하듯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물속으로 추락하는 것 같지만 추락이 즐거움이고 스포츠가 되고 예술이 된다. 그리고 보는 사람 입장에도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이 있다.


그러나 첫 문장은 첫 문장자체로 존재할 수 없다. '제목'과 '주제'와 맞아떨어져야함은 물론이다.

제목에서 눈길을 끌었다면 첫 문장에선 독자의 뇌를 울리거나, 눈을 울리거나, 마음을 울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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