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최고의 선물을 뭘까?
'나에게 최고의 선물은 너야.'
이런 거 말고, 이제껏 나에게 최고의 선물은 뭐였을까?
선물하면 생일, 기념일에 받은 게 제일 많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생일이면 무조건 선물을 줘야 하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외 만남 d-day를 체크하며 서로가 선물을 준비할 것이고, 결혼하면 결혼기념일도 챙겨야 하고, 부부의 날도 챙겨야 하고... 기념을 하려면 뭔들 못 만들까.
기념이란 그날을 기리고자 만들어낸 날이다.
첫 만남을 기념하고, 100일을 기념하고, 결혼을 기념하고, 10년, 20년~~ 그렇게 산 세월을 하나하나 기념하며 특별한 날을 만들고자 했다.
"결혼 않할꺼야?"신랑의 말에
"해야 해?"나는 미루고 미뤘다.
그렇게 미루다 겨울에 결혼을 했다.
예비 시누가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한해에 두 번 결혼은 할 수 없다며 그전 해에 하라는 시부모님...
하지만, 친언니의 결혼 날짜는 6월에 잡혀있고 중간에 붕~ 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새 우리집에서 2년을 건널 수는 없다며 12월에 결혼식 날짜를 잡아 결혼을 했다.
우리 집에서 한해에 두 번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결혼식장도 시아버님이 가보라는 곳으로 갔다.
그때 신랑은 일이 있어 결혼식장을 보러갈 겸 혼자 갔다. 그러다 드레스를 입어보고 홀리듯 계약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며 웃긴 일이지만, 혼자 웨딩홀을 가서 두벌의 드레스를 입어보고 이것저것 가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tv에 나오는 것처럼 예비 신랑이 예비신부의 드레스를 보고 홀딱 반하는 표정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성격상 까다롭지 않아 그저 무난한 드레스 두 벌을 입어보고 결정을 내렸다.
신랑에게 계약했다 말하고 집으로 와 누워 잠 자려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무감각하니 '청혼 이벤트'같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결혼식은 치러졌고 신혼여행 또한 일 때문에 미루다 지금까지 가지 못했다.
남들은 혼인신고를 결혼하고 1년 있다 하던데,
"혼인 신고 않할꺼야?"
"벌써 해야 해?"
미루고 미루다 20일 뒤에 하게 됐다.
그것도 혼자 가서...
증인 사인란에 엄마, 아빠를 쓰고 그렇게 용지를 들고 구청에 가서 신고를 했다.
"혼인신고 하러 왔는데요."
"혼자 오셨어요?"
"네."
그 여자분의 표정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혼인 신고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결혼하고서도 딱히 뭐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신혼이라 그럴까 싸우기는 많이 싸웠던 기억.
그러다 어느 날 신랑이 퇴근하면서 이쁜 병에 꽃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다.
"와~ 이거 뭐야? 너무 이쁜데! 나 주려고 사 왔어?"
"아니 갖고 갈 사람 가져가라고 해서, 남들도 다 갖고 가더라고."
나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사 온게 아니라도 갖고 온 노동이 훌륭해서 이쁜 곳에 놓아두고 시들 때까지 봤던 꽃. 이 사람과 만남 때부터 꽃을 받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20년 넘게 살아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렇지는 않는거 같다.
어디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겠나. 다 각기 개성이 있는데...
누구에게는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될수 있고, 부모가 될수 있고, 집이 될수 있으며, 로또 1등이 될수도 있다.
남편에게 처음 꽃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 최초의 꽃이 최고의 선물로 등록이 될수도 있고,
기념일마다 꽃을 받는 사람에게는 꽃은 그다지 최고의 선물이 될수 없다.
돈이 없어 죽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선뜻 돈이 들어온다면 그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은 그 돈이 될것이고,
아픈 사람이 의사 선생님께 듣는 '완치'라는 말이 최고의 선물이 될수있고,
열심히 같이 일해서 공동명의의 집을 구매했다면 그 집은 최고의 선물이 될수 있다.
지금 나에게 얼마나 절실하고, 얼마나 필요한가의 생각이 '최고의 선물'은 달라질 수 있다.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반짝이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주며 청혼을 했다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비신랑의 앞에 나갔을 때 그 순간이 있었다면,
손을 잡고 구청에 가서 같이 혼인 신고를 했다면,
해외에서 멋진 일주일의 신혼여행을 하고 왔다면...
그런 시간이 최고의 선물이 될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옆에서 핸드폰만 바라보는 남편이 밉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신혼여행 안가면 좀 어때서!'
'청혼 안 받으면 좀 어때서!'
하지만, 그 순간을 평생의 기억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그 순간이 행복의 순간으로 왔을 때, 가끔 기억하며 그때의 감정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밥 먹었어?"는 그때를 놓치면 다시는 그때의 밥을 찾아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의 최고는 돌아 돌아오지 않는다.
20살의 꽃은
30살에 꽃과 다르고,
40살의 꽃과 다르다.
살면서 그래도 최고의 선물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매일매일이 이벤트로 가득한 사람에게는 매일매일이 최고의 순간이겠지만,
보통 사람에게 매일매일은 치열하다.
그런 치열한 매일매일 중에서 최고의 선물이 나에게 온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그 행복의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겠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때,
내 한평생을 기억하면 무슨 기억이 떠오를까?
여행에서의 한 곳을 떠올릴까?
자식의 성공이 떠오를까?
내 성공 최고의 순간이 떠오를까?
나에게 최고의 선물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