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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걸음이 시작됐다.

by 구봉선




발 망치소리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동적인 것보단 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조용히 라디오를 틀어놓고 작업을 한다.


근데 언제부터인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온 신경이 그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발망치 소리가 들리면 언제 끝날까? 하며 천장을 째려보고,

뭐라도 떨어뜨리는 소리가 나면 '하~'하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그 소리를 지우려고 라디오 소리는 점점 커진다.



나의 아침 기상은 위층의 기상과 함께 시작한다.

아침 7시 20분.

1시간 동안 걸어 다니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8시 20분이면 그 소리는 조금 감소한다. 하지만 그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집에 계신 분이다.



그들은 이사 온 지 10년이 넘었다.

낡은 아파트라 이사 와서 리모델링한다고 '꽝꽝' 다 때려 부수는 소리를 연신 냈다.


"아저씨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시면 아파트 금 가서 무너져요."

"네~~"


내 말에 공사하는 남성분은 건성으로 대답하시곤 뒤돌아서 망치로 또 때려 부셨다.

그리고 이틀뒤


"저희 작은 방 벽에서 물이 줄줄 흘러요. 좀 내려와 보셔야 할거 같아요."


작은방 천장에서부터 벽을 타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게 아니라 줄줄 흘렀다.


"어머 죄송해요. 빨리 고치라고 말씀드렸어요."

"이사 와서 리모델링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때리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이렇게 됐네요. 빨리 조치 부탁드려요."


부글부글 화가 났지만 그러고 싶어 그러겠나 싶고, 위아래 사는데 너무 뭐라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웃으면서 보내드렸다.


"물 새는 건 잡았는데 이런 정도의 물 새는 거면 뭐 도배 안 해도...."


인테리어 하시는 분이 벽을 보면서 말을 흘리셨다.


"아저씨.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귀찮아서 도배해야 하나 생각하는데 그런 말씀이 어딨어요. 벽지 마르면 상황 볼게요."


남의 집에 벽지를 다 적셔놓고 이 정도는 도배 안해도 된다고 자신이 판단하니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작은방에서는 쾌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냄새는 점점 갈수록 더 했고, 벽지는 만져봐도 괜찮았다. 혹시나 하는 맘에 칼로 벽지를 갈라 보니 세상에, 벽지 안에서 곰팡이가 가득했다. 실크벽지라 안에서는 곰팡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위층에 알리고 도배하기 편하게 물건을 다 치우고 벽지도 일반 벽지로 해달라고 하고선 그냥 이렇게 끝이겠거니 했다.


몇년뒤,

갑자기 베란다 천장에서 물이 줄줄 세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관리실에 말하니 위층에서 베란다 청소를 한다고 물을 아주 부어서 이곳저곳을 빗자루로 닦고 있었다고 했다. 예전 아파트라 베란다에 수도 연결이 없어 물을 쓰면 안됐었다.

가끔 그곳에 수도를 연결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그때는 바닥에 방수공사를 하고 해야 했는데, 위층은 그냥 수도만 끌고 와 공사를 하고 방수공사는 하지 않아 스물스물 우리 집 베란다 천장은 섞어 가고 있었던 거다. 기어이는 시멘트 돌이 떨어졌다.

지금은 그곳에 물건을 둬서 수도를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하~~~


그리고 2년 전 또 작은방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말도 하기 싫어 그냥 빨리 공사하시라고 했다.


위층과 그런 관계가 되다 보니 썩 좋은 감정은 없다.


그들은 가족이 다 덩치가 크다.

아저씨부터 아들까지 정말 정말 덩치가 크다.

아저씨가 집에서 있으면서부터 소음은 시작됐다.


'쿵 쿵. 퉁!! 쿵 쿵 쿵'


집에서 뭘 만드는지 분주하게 움직이고 뭘 자꾸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이게 몇 개월간 계속 지속 됐다.

가만히 있다가도 뭔가 쿵! 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대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저렇게 왜 조심성이 없지?'

'일부러 저러는 건가?'

'올라가?'

'잠깐 뭘 하는 거겠지. 참자.'

'이 시간만 보내면 괜찮겠지. 매일 그러겠어?'


그런데 정말 매일 그랬다.

관리실에 말해도 말했다고만 하고 그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구정에는 다른 가족이 방문을 했는지 윷놀이를 새벽 1시 반까지 윳을 바닥에 던지는 소리가 났다.

그들은 즐겁게 놀이를 했고, 난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길가에서 그 부부를 만났다.


"저 죄송한데 잠깐만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내 말에 그 남편은 자리를 비켜줬고, 난 내 사정을 얘기했다.


"죄송한데 집에서 뭘 만드시는지 갑자기 쿵쿵 거리는 소리에 제가 깜짝깜짝 놀라서요."

"아~ 그래요?"

"조금 신경 좀 써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알겠어요."


위층 남자분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뭘 자꾸 만들었다. 생활 소음이 아니었다. 나중에 다신 만난 아내는 바닥에 뭘 깔았다고 얘기했다. 그곳만...

한번 얘기했으면 됐겠지 하고선 위층의 소음에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잠은 자야 하지 않겠나.

새벽 2~3시까지 위층은 잠을 자지 않았다. 계속...

계속 왔다 갔다.. 쿵쿵.. 뭘 떨어뜨리고 쿵쿵..

난 그들이 잘 때까지 잠을 못 자고, 이후 잠자는 자리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몰랐다.

어느 날은 밤 11시 30분이 넘어가고 있는데 정말 군대가 지나가듯이 분주히 움직는 소리가 들렸다.

위층의 아내 전화번호가 있어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


'죄송한데 제가 지금 자야 하는데 위층에........'

'어머 미안해요. 우리 집이 마감이 좀 늦어요. 조심하라고 공유할게요.'


그리곤 그 소리가 사라졌다.

'아니 조심할수 있는 거였잖아!'


그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음은 점점 나아지지 않았다. 3개월 후

경비실에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그 아내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그 이후 밤 11시 이후의 소음은 줄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아침 7시 20분이면 어김없이 쿵쿵 대는 발소리에 눈이 떠진다. 그 진동은 집안 전체에 울린다. 그리고 내 심장과 함께.



일명 '발망치'라 했다.

오죽하면 망치라는 단어를 붙었을까...

낮에도 분주히 움직이는 그분은 안방,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망치로 바닥을 깨고 계셨다.


'일부러 저러나?'

'복수를 하나?'

'이 작은 집에서 뭐 할게 있다고 저리 분주할까?'

'길가에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만나서 얘기 좀 하게'


일을 하는 아내는 좀처럼 얼굴을 마주칠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 남자분한테 당신의 발망치로 내가 지금 병이 났소라고 할수는 없으니 아내라도 만나길 빌었다.


그리고 며칠 뒤 길가에서 걸어가는 부부를 만났고, 얘기했다.


"매번 문자해서 스트레스받았죠? 죄송해요. 그래도 밤에는 많이 조심하는거 같아서 감사해요. 근데 사장님 풍채가 너무 좋으셔서 걸으시는 발소리가 너무 커서요~~~ ~~~~ ~~~~~"

"저녁 11시 이후에는 조심히 걸으라 했고, 웬만하면 움직임 조심하라고 했어요. 여기서 더 어떻게 해... 하더라고요."

"알죠 알죠. 아래층에서 이런 얘기하면 서로 기분 나쁘다는 걸. 좀 부탁드릴게요."


아래층 사는 게 죄지.



층간 소음은 단계별로 온다.

1. 못 느끼고 있다가 뭔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온다.

2. 그리고 그 소리를 찾게 된다. 거실, 안방, 작은방, 베란다... 가는 곳마다 소리가 나는 곳에 촉수가 세워진다.

3. 쿵쿵 거리는 소리에 심장이 같이 뛴다.

4. 천장을 째려본다.

5. 욕이 나온다. 저주와 같다.

6. 스피커, 드릴, 망치 온갖 것을 생각하며 천장을 본다.

7. 아침에 좀 조용하면 밤새 계획한게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8. 그 소리가 다시 시작되면 화가 나기 시작한다

9. '나를 무시하나?''일부러 저러나?'

10. 인터넷에 층간소음 문제가 뉴스가 되면 '이해해. 저럴 수 있어.'

11. 싸우자~~!!!



지금도 쿵쿵 거리는 소리는 난다.

하지만, 그 쿵 거리는 소리는 예전보다 1/3은 줄었다.

조심할 수 있었던 거다. 발소리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고, 물건을 툭툭 던지거나 떨어뜨려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고, 식탁의 의자에 양말을 씌워 소리가 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조그만 소리에도 벨을 눌러 민원을 넣는 게 아니라 오늘만 그런 소리가 날수 있으니 소리가 왜 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위층은 아래층에 어떤 소리가 나는지 모른다. 그러니 얘기하는게 맞다.


언젠가 지방을 왔다 갔다 했던 친오빠 집을 갔더니 뭔가 우르르 천둥 치는 소리가 나길래 조카에게 물어봤다.


"뭔 소리야?"

"위층에 손자 손녀가 볼링 굴리는 소리예요."

"엥?"


그 소리는 계속 났고, 지팡이 짚는 소리도 나고 뭘 굴리는 소리도 났다.

엉덩이로 팡팡이를 타는것 같이 온 집안이 시끄러웠다.

위층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손자, 손녀가 태어나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오게 됐단다.


"한 달에 몇번이나 그러니?"

"매일요."

"매일? 아니 자기 자식 귀여운 줄은 알겠는데 아래층 사람은 죽는지 모르는 거야?"


그 이후 지방에서 일하고 온 오빠가 집에서 자고 있는데 또 소리가 계속 들리길래 올라가서 강하게, 아주 강하게 얘기하고 왔더니 조용하더란다.


친구는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랬더니 조그만 발소리에 인터폰이 계속 울리더랜다.

'아래층인데 왜 이렇게 쿵쿵 거리세요.'

조금만 소리에도 스스로 놀라 인터폰이 안 오면 '휴~'하고 숨을 들이쉬고 식구들이 다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고 했다.


엄마네 위층은 밤 9시 30분 항상 바닥에 절구를 놓고 마늘을 찧는다.

'쿵쿵쿵' 이게 하루면 되는데 이틀에 한번, 매일 이렇게 마늘을 찧는다.


"죄송합니다. 아래층인데요. 밤에 그렇게 계속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요."

"아. 그게 내가 김치 담그려고 마늘을 찧어서 그래요."

"네? 그 밤에 마늘을 찧으시면 아래층에서는 크게 들려요."

"그래서 바닥에 수건 깔고 해요. 나도 나름 신경 쓴 거예요."

"수건을 깐다고 소리가 안나는게 아니라서요."

"아니 내가 새벽기도에 김치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눠 먹어해서 그래요."

"근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그분은 작은 교회 목사님이시라고 했다.

새벽기도를 하려 오는 신도들과 밥을 먹기 위해 매일 그 밤에 김치를 담궈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층간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많고 영화도 많이 만들어진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것이다.


내 자식 귀여우면 남들도 귀엽게 보는게 아니다.

집에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애한테 뛰지 말라는 말이 가슴 아프다는 부모를 본 적이 있다.

그럼 단독집으로 이사를 가야지. 아님 1층으로 가던지.

남에 대한 예의, 배려가 첫 번째가 돼야 한다.

내 집이니 내가 이렇게 걷는데 왜 짜증 나게 뭐라 하느냐가 아니라 내 걸음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신경이 쓰인다면 고쳐야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천장에 귀를 대고서 소리가 나나 안나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다.




앞집에는 할아버지가 트럼펫을 부신다.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않으신다. 그래도 가끔 소리가 난다.

처음엔 '음? 무슨 소리지?' 하던게 지금은 잠잠하다.

언제가 만났을때 인사 드리니


"제가 운동한다고 좀 시끄럽죠?"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그 할아버지는 낮에 4시경에 15분 정도만 부신다.

처음엔 서툴었는데 지금은 제법 노래 한곡은 다 하신다.

언젠가는 컴퓨터 하다 그 노래를 따라 부른 적도 있었다.


"할아버지 많이 느셨네"


작은 배려는 이해를 돕기도 한다.



누군가 얘기했다.

아래층은 위층을 이길수 없다.


우리 집 바닥이 아래층에서는 천장이다.


바닥을 깔고 천장을 만들고, 그 천장은 바닥이 되고 또 천장을 세우고, 그 천장은 바닥이 되고...

배려를 깔고, 예의를 만들고, 배려를 깔고 예의를 만들고, 또 배려를 깔고 예의를 만들고...




내 행동으로 남이 갖는 스트레스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며 살지 않겠나.

소음으로 인해 괴롭다 하는데 '그런데 어쩌라고!'가 아니라 최대한의 소음을 줄이며 소리 나는 행동은 되도록이면 낮에 하면서 남들이 자는 시간에는 본인도 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잠이 안온다고 남들도 다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힘들어 집에 왔는데,

휴식이 아니라 지옥이 된다면 그 사람은 '악'이 될수 밖에 없다.


집은 그 자체 '집'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겁이 난다. 지금 이렇게 층간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사를 가고 거기서도 층간소음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 더 고통을 받는 건 아닐까?~~~~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조카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분이 층계를 내려가면서 그렇게 힐을 찍으면서 내가 갔다.


"아침에 지하철 타고 층계 내려갈때 샌들 신고 '딱 딱 딱' 소리 내지 마. 그거 얼마나 듣기 싫은 줄 아니? 발가락에 조금만 힘주고 걸으면 그런 소리 안나는데 일부러 그렇게 걷는 거 같아."

"맞아요. 진짜 한대 때려 주고 싶어요."


그것 또한 발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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