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일찍 감치 먹은 차가운 겨울저녁 남편과 딸아이가 맥주를 한잔 제안합니다. 술이란 것이 배부름과는 또 다른 존재이니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콜~’을 받습니다.
그런데 김치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감질 맛나게 캔 맥주가 1개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입구에 있는 마트로 갑니다. 이것저것 안주도 사고 술도 사고 아침밥으로 먹을 고구마와 야채도 담아옵니다. 고구마가 참 탐스럽게 예쁩니다.
흐뭇하게 돌아와 어묵탕도 끓이고 오징어도 찢고 헤롱 헤롱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술기운이 오르니 뭐 온갖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고 말도 많아지고 3명뿐인 집이 떠들썩합니다.
그렇게 한바탕 돈독한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입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일찍 일어나 어제 사온 고구마를 아침으로 먹기 위해 고구마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랩을 벗기고 고구마를 들어 올립니다.
아니 그런데 이럴 수가~ 7개 8300원인 고구마인데 2개가 물렁하게 곰팡이가 피어있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계산하니 고구마 1개당 1천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고구마 2개를 교환하러 가자니 왠지 치사한 거 같아 음식쓰레기 통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순간 그런 행동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들을 재수학원 보내고 부터는 학원비 부담으로 다소 소심한 알뜰이가 되어야 한다고 결심한 탓입니다.
‘2천원이 어디야? 인터넷에서 물건사려고 쿠폰 받는 거랑 같은데. 마트에 교환하러 가야겠다. 난 알뜰한 주부니까~~’
그렇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야무진 주부의 기운이 강림한 덕분에 아침 9시가 되기를 기다려 마트로 상한 고구마와 영수증을 들고 갑니다.
“사장님, 죄송한데 제가 어제 밤 9시 34분에 고구마를 샀는데 이게 2개나 상했어요. 교환 가능 할까요?"
“아~ 그럼요, 죄송합니다. 물건들이 가끔 그런 게 나오네요. 여기 있습니다.”
사장님은 참으로 친절하게 두말없이 고구마 2알을 교환해 주셨습니다.
왠지 그냥 나오면 안 될듯해서 마트를 한번 빙 둘러 봅니다. 덤으로 물건을 사 드리는 것이 사장님에게 보답(?)하는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저의 눈에 꽂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맛동산과 이브콘 옛날과자입니다. 입안에 침이 고이며 전 망설임 없이 그 과자 2봉지를 샀지요.
계산을 하며 생각보다 비싼 과자 값에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어차피 제가 먹는 거니 잘못된 게 없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과자 2봉지와 고구마 2알을 들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남편이 손에 들려있는 과자를 보더니 자연스레 ‘찍’ 봉지를 뜯는 겁니다. 그리고 참으로 바삭바삭 맛나게 먹기 시작합니다. 그 장면에서 제가 또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무슨 독립투사의 고문을 견디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레 그 달콤하고 바싹거리는 식감의 마법에 걸려들고 말았지요.
“여보야, 맛있지?” 오물거리며 남편에게 말합니다.
“응, 이거 마약과자네.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참으로 다정하게 웃음을 나누었답니다. 잠시 후~~~
방안에서 나온 딸아이가 우리를 바라봅니다.
“엄마,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빠는 맨날 살찐다면서 왜 과자를 그렇게 먹어. 나보고 맨날 뭐라고 하면서 가만 보면 아빠 엄마도 똑같아.”
그러고 보니 우리 손에는 2개의 빈 과자봉지가 있습니다. 분명 적지 않은 양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부부의 주변으로 과자 부스러기만 가득합니다.
햐~~~ 2천원 알뜰하게 아낀다며 간 마트에서 몸에는 1도 이로울 것 없는 과자를 6천원이나 사고 그걸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운 겁니다.
이건 뭐 5살 어린 아이입니다. 정신을 차린 우리부부는 서로를 멀뚱이 쳐다봅니다.
침묵을 깨며 남편이 말합니다.
“먹고 또 빼면 되지 뭐. 그리고 건강하면 되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그렇겠지, 먹을 때 행복하면 된 거지, 그치?”
음~ 그러나 왠지 이 알 수 없는 찝찝함은 뭘까요? 제 정당화는 아니겠죠? 뭐 그래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마약 같은 과자들은 제 뱃속으로 들어가 소화도 어느 정도 되어 아마 내일이면 다른 형태로 세상에서 사라질 겁니다. ㅋ
참, 세상 살기 어렵 네요. 곳곳에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증거들이 가득입니다. 인간적이라 해야 하는지 부족함이라 해야 하는지…
그래도 뭐, 저는 인간적이라 하렵니다. 이런 것조차 부족함으로 저를 괴롭히기에 그 과자는 너무 달콤했거든요. 짧지만 강렬한 행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