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눈물OI ㄴr요...★'는 남의 얘기가 아니더라
두 번의 불안과 우울 시기를 겪으면서 '아, 그때가 왔구나.'하고 확신할 수 있었던 공통점은 바로 쉴 새 없이 눈물이 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나는 왜 이렇게 별로일까?', '나는 언제쯤 나을 수 있을까?')을 함으로써 나오는 인과관계 명확한 눈물도 있었지만,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것은 어물쩡 별다른 이유 없이도 나오는 눈물이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다가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예고 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당황스러웠다. 정말로 눈물이 나오는 그 순간 이거다! 하는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죽하면 산책을 하러 나갈 때 한쪽 주머니에는 핸드폰과 에어팟을, 다른 쪽 주머니에는 눈물을 닦을 휴지를 넣고 다녔을까. 처음에는 내가 많이 힘든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눈물 없는 하루가 반복되어 거의 매일이 되자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너무 많이 운 탓에 퉁퉁 붓는 것을 넘어 따가워진 눈으로 하루를 버텼다. 처음에는 안쓰러이 여기며 위로를 해주던 가족도 시간이 지나자 또 우냐며 타박을 주거나, 짜증을 내었다. 누구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그저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한 것뿐인데, 남의 눈치를 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때 울지 않는 것보다는 우는 것이 훨씬 낫다. 적어도 내 안에 쌓여있는 무언가를 덜어낸다는 점에서 눈물은 장기적으로 치유에 속한다. 말로써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 가슴속 검게 얽히고설킨 무거운 감정들이 눈물에 녹아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지치고 무뎌진 나라는 한 덩어리에서 덜어낼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심리 상담 중 상담 선생님께 물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 저는 이유 없이 매일 눈물이 나요. 왜 이럴까요?" 그러자 선생님이 따뜻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유 없는 눈물은 없어요. 그 이유를 찾아 보듬어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의 목표입니다." 그런 면에서 눈물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와 같았다.
그렇게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따지자면 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것이니까. 조급해 하지 않고 '왜'와 '언제까지'를 따지지 않으며 울다 보면 눈물이 안나는 날이 간혹 생길 것이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어 어느새 산책 나갈 때 휴지 따위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 그러니 걱정 말고, 눈치 보지 말고 눈물이 나면 울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서럽고 외롭더라도 결국 혼자서 울 때는 평온과 진정을, 따뜻한 누군가 앞에서 울 때는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에서 우울한 이유를 알지 못해 ‘제가 왜 이런 거죠?’라고 묻는 은정의 질문에 의사가 대답한다.
“이유는 뭐든 상관없어요. 마음에 담긴 눈물은 병을 만들고 흘려보낸 눈물은 곧 증발해서 세상에 없는 것이 돼요. 지금 은정 씨는 자연스럽게 흘려 보낸 거예요. 보내야 할 것을 보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