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짧은 플라워 레슨

재료준비부터 관리까지

by 문혜정 maya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 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마야의 짧은 플라워 레슨









‘꽃을 배운다는 것’은 참 정의 내리기 까다롭다. 꽃의 무엇을 배운다는 것인지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이것은 색채학이 되기도하고, 화훼나 원예학, 디자인, 또는 철학이 되기도 한다. 이런 모호함은 ‘꽃’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에도 약간의 모호함을 심어줬다.



누군가는 겨우 ‘꽃집’을 하는데 왜 전문가인척하냐고 폄훼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 경계없는 배움 앞에 막막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몇달만 배워도 ‘플로리스트’라 불릴 수 있고, 몇년을 배워도 아직도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꽃에 대해 모를 수록 꽃을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반면, 알면 알 수록 자연과 환경, 나를 둘러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인생과 찰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 수록 나의 플라워 레슨은 자세하고 명확한 ‘하우투’에서 꽃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개념적인 것으로 조금씩 옮겨갔다.

그래서 이 짧은 글과 지면으로 어떻게 꽃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까 고민했으나 첫 시작은 명쾌하고 단순한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이 레슨은 하우투에 가까워질 예정이다.









재료의 준비
Materials



꽃을 준비할 때는 사거나, 키우거나, 줍거나 어떤 것도 상관 없다. 다만 주울 때는 주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 좀 더 까다롭게 굴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잡초라고 해도 사유지의 꽃은 꼭 주인에게 물어보고 채집해야 한다.



키울 때는 시간과 정성이 꽤 들어가는 편이다. 특히 화분으로 키운다면 한 두송이 피는 꽃을 과감히 자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꽃은 그냥 사고, 가지치기나 순치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한 잎과 나무소재를 키우는 것들 중에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비나 고사리 종류는 키우기도 쉽고 볕이 많이 들지 않는 베란다에서도 잘 자란다. 자주 줄기를 잘라주어도 금방 자라기도 한다.



꽃을 살 수 있는 곳은 소매점이라면 동네의 꽃집, 도매점이라면 꽃시장이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꽃을 주문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자신에게 편한 방법으로 선택하면 된다.
동네의 꽃집은 내 취향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주인이 있는 곳을 발견하면 여러모로 편해진다. 꽃집의 단골이 되면 구하기 힘든 꽃이나, 특가로 나온 꽃을 가장 먼저 소개받고 데려갈 수 있다. 온라인은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고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택배로 배송이 오는 동안 꽃이 시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직접 가야하는 것이 귀찮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매를 대상으로 하는 꽃시장을 가는 것은 일단 아직 초보라면 권하지 않는다.



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꽃시장에서 사오는 꽃은 1번이 소국, 2번이 장미, 3번은 시넨시스나 스타티스 같은 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꽃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격이 싸거나 눈에 익은 꽃만을 들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도구 중, 꽃가위는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처음이라면 유명한 메이커의 예쁜 꽃가위 보다는 저렴하지만 날이 잘 드는 것으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대중적인 꽃가위는 5천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꽃병은 아무거나, 집에 있는 병, 그릇, 대접, 다 먹고 난 후의 음료 병이나 캔 등 상관 없다. 처음에는 작은 병에 한 두송이를 꽂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꽃의 구성
Flowers



꽃을 살 때에는 한 가지 종류만 사는 것이 아니라면 아래의 방법을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 많은 꽃들 중에서 어떤 꽃을 고를지 기준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특히 많은 종류의 꽃을 샀으나 각각은 예뻤지만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로는 안 어울리고 어수선했던 적이 있다면 말이다.

언제나 항상 이런 공식에 따라 꽃을 준비하고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며 초보자들이 따라 하기에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꼭들어가야 하는 꽃의 구성

1. 얼굴이 크고, 형태가 명확한 꽃 (Mass Flower/Main Flower)
작약, 장미, 라넌큘러스, 튤립, 카네이션처럼 한대에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꽃다발이나 꽃꽂이의 전체적인 얼굴을 담당한다.

2. 얼굴이 작고, 오밀조밀한 꽃들이 모여서 피는 꽃(Filler Flower)
안개꽃, 소국, 코스모스, 스위트피, 패랭이, 물망초 등등과 같이 한대에 작은 꽃 여러 송이가 달려 있는 형태의 것들이 많다. 한눈에 꽃의 얼굴이 파악되지 않지만 큰 꽃들 사이의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3. 녹색의 잎이나 가지, 열매 같은 것들 (Foliages)
꽃과 꽃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꽃만 있으면 내추럴한 느낌이 덜한데 약간의 가지나 매력적인 형태의 잎, 열매나 씨앗 꼬투리 같은 것을 함께 사용하면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워 보이고 인위적인 느낌을 덜어준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전체적인 컬러가 어두워 보이기 때문에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의 세가지 구분된 꽃들을 약 2:3:1 정도의 비율로 넣으면 호불호 없이 자연스러운 꽃다발이나 꽃꽂이가 된다. 물론 이 비율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경험에 따라 큰 꽃들만 넣거나, 작은 꽃들만 넣거나, 잎만을 가지고 만들거나, 어느 하나만 제외한다거나, 비율을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제안은 실패의 가능성이 적은 매우 안전한 것이다.












컬러의 구성
Colors



컬러는 정말 미묘하고 작은 차이로도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조언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주 오랫동안 꽃을 공부하고 다뤄본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까다로운 영역중 하나이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아리송하고 어렵기 때문에 조언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라면 꼭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색깔에 현혹되지 말 것’.


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유혹적인데 여기에 선명하고 매력적인 색이 더해지면 더더욱 선택이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면 이 색, 저 색 구분 없이 중구난방으로 여러가지 색의 꽃을 구입하기가 쉽다. 그리고 하나하나 따로 볼 때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이 꽃들은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기준 하에 모아보면 너무나 촌스럽다.

꽃은 꽃시장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다. 이미, 꽃을 사기 전에 어떤 꽃을 살지, 어떤 컬러를 살지, 어떤 구성과 비율로 살지 결정하고 그것을 찾아 매치하는 것이다.



오늘 핑크색의 꽃들로 꽃꽂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날 고르는 모든 꽃은 핑크 계열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노란색, 주황색의 더 예쁜 꽃을 발견했더라도 무시하고 핑크색을 찾아야 한다.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라면 핑크색을 포기하고 새로 정한 그 꽃의 색을 기준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같은 핑크라도 연핑크, 진핑크, 핫핑크 등 다양한 갈래가 있기 때문에 고르는 재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가장 예쁜(그날 사고 싶었던 것과 가장 가까운) 핑크색의 꽃을 고르고 그 색을 기준으로 약간씩 진하거나 연한 것을 찾아서 더해보자. 그 구성은 위에 설명한 ‘꼭 들어가야 하는 꽃의 구성’을 참고 하도록 한다.



가장 쉬운 컬러팔레트의 구성


1. 유사색을 사용할 경우

유사색은 흥미나 재미는 덜 할 수 있지만 누가 봐도 안정적이고 세련되어 보일 수 있다.
테마로 정한 컬러를 중심으로 비슷한 컬러의 꽃을 고른다. 이때 컬러는 비슷하더라도
텍스처(질감)에 차이를 둔다거나 꽃의 크기를 모두 다르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루함을 없앨 수 있다.


2. 보색을 사용할 경우

보색을 사용하면 유사색만 사용할 때보다 지루함이 줄어들지만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워 질 수 있다.
보색의 종류나 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은데,
유사색으로 팔레트를 구성한 뒤, 한두종류의 꽃만 보색으로 준비하여 전체 양에서 20%이내로 꽂아보자.
늘리거나 줄려도 된다. 비율에 집착하는 것보다 실제로 만들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꽃 꽂기
How to Arrange



꽃을 꽂는 방법과 만들 수 있는 형태 역시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하나 하나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수많은 디자인을 만들어 본 뒤 내린 결론은, ‘꽃이 가진 특유의 개성을 살리는 디자인’이 가장 멋지다는 것이다. 줄기가 멋지게 구부러진 꽃은 구부러진 선이 돋보이게, 얼굴이 크고 화려한 꽃은 얼굴이 돋보이게, 키가 큰 꽃은 길게, 짧은 꽃은 낮게, 화단에 있는 것처럼 앞을 보는 꽃도, 옆이나 뒤를 보는 꽃도 적당히 배치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너무 큰 꽃병을 준비하는 것보다 두어 송이만 꽂을 수 있는 꽃병을 준비하여 여러개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작품을 여러개 만들면 방마다, 테이블 마다, 창가마다 올려놓고 감상할 수 있다.

꽃병에 꽃을 꽂을 때에는 줄기의 선이 멋드러져 드러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줄기의 선이 너무 많이 보이지 않도록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각각의 꽃들이 모두 같은 높이여서 서로 얼굴을 가리거나 덩어리져보이지 않도록 각자의 높낮이를 세밀히 조절해 잘라서 꽂아준다.

최대한 꽃병과 꽃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꽃병에 가장 가까운 꽃은 꽃병에 얼굴이 걸쳐져 있는 것처럼 줄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높이여야한다. 그래서 너무 길이가 길고 높은 꽃병보다 적당이 나즈막한 꽃병이 활용도가 높고 꽃을 꽂기가 쉬우며 입구가 너무 넓은 꽃병은 꽃의 양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태가 고정되지 않고 꽃들이 퍼져 보일 수 있다.



얼굴이 크고 무거운 꽃들이 너무 길고 높은 곳에 위치하면 전체적으로 뭉툭하고 무거워 보이기 때문에 그런 꽃들을 아래쪽, 그리고 잘 보이는 곳에 넣어주고, 가늘고 긴 꽃들, 가벼운 텍스처를 가진 꽃들을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넣어준다. 하지만 꽃들이 종류에 따라 경계가 져보여서는 안된다. 그라데이션의 느낌으로 위치를 잡아준다. 그리고 꽃들의 사이 사이를 필러플라워와 폴리지들을 넣허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결해 주는 것이 좋다.

뿌리가 없는 꽃은 잘린 줄기 끝 단면으로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물이 닿는 표면적이 가장 넓게 사선으로 깔끔하게 자르고, 물에 들어가는 부분에는 잔잎이나 가지가 없도록 다듬어 준다. 물에 잎이나 잔가지가 들어가면 물이 금방 부패하고 그러면 그 물을 마시는 꽃이 금방 시든다.



고려할 것

1. 꽂은 꽃의 줄기끝이 모두 물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할 것

2. 물 속에 잎이나 가지, 꺾이거나 부러진 줄기가 들어가 있지 않은지 확인 할 것

3. 꽂은 꽃들의 높낮이가 모두 다른지 확인할 것

4. 무게중심을 고려하여 불안정하거나 위가 위거워 보이지는 않는지 확인할 것












꽃 관리하기
How to Care



땅을 떠나 우리에게 오는 꽃들을 ‘절화’라고 하는데, 위에 말한 것처럼 절화들은 뿌리가 아닌 잘린 줄기의 끝의 수관으로 물을 먹는다. 그러므로 그 수관이 막히거나, 흡수되는 물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꽃의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 이미 정리하여 꽂아놓은 꽃이라도 며칠이 지나 줄기 끝이 흐물거리거나 녹아버렸다면 단단한 부분까지 잘라내고 다시 꽂아주어야 한다.

2. 물은 당연히 매일 갈아주는 것이 좋다.
락스나 설탕물, 아스피린 같은 것으로 수질을 관리하는 것보다 매일 미끌거리는 꽃의 줄기를 흐르는 물에 씻어주고,
꽃병도 깨끗하게 닦아서 시원한 물을 채워 다시 꽂아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수명 연장의 방법이다.

3. 환기와 통풍이 잘 되는 곳, 서늘한 곳에 두고 감상한다. 직사광선과 세찬 바람에 노출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보통은 꽃의 줄기를 짧게 잘라 꽂는 것을 꺼려하지만 실제로는 줄기가 짧은 꽃들이 더 오래가는 편이다. 뿌리가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뿌리가 잘린 상태의 절화들은 줄기 끝으로만 물을 마시기 때문에 줄기가 길어지면 물을 빨아들여야 하는 경로가 더 길어진다.

오래 보고 싶은 꽃이라면 줄기를 너무 길게 꽂아놓지 않아야 한다. 또 매일 조금씩 줄기를 잘라주면서 마르거나 부패하는 수관을 뚫어주는 것이 수명에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 꽃병으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유리꽃병은 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쉬울 뿐 아니라 꽃들이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도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뿌리가 없어도 꽃은 물을 먹는다. 줄기끝이 물밖에 드러나지 않도록 채워주어야 한다.



온도도 꽃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여름 꽃의 수명이 짧고 겨울 꽃의 수명이 긴 것은 꽃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온도의 차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꽃들은 후끈한 것 보다 서늘한 것을 선호한다. 꽃집의 꽃냉장고가 10도시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꽃냉장고의 온도는 꽃의 생장을 멈추는 온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꽃을 빨리 피우고 싶다면 따뜻한 곳으로 옮기면 되지만 좀 더 천천히 피고 오랫동안 있길 원한다면 집에서 가장 서늘한 곳에 두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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