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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Feb 11. 2021

기억이 났어 #004

나는 명절에 자빠져 잔 지 6년째야


어릴 때 시골에서 노동을 했다. 엄마의 노동을 그냥 보지 못해 돕기 시작한 것들이 와 여동생의 일들이 되었다. 혼하기 한 달 전까지 나는 시골에 가서 김장을 했다. 나서 먹고 얘기하는 게 싫지는 않았지만 일머리가 빠르지 않은 나는  천덕꾸러기이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결혼을 했다. 제사가 없는 집. 그리고 시어머니. 그냥 춘천 어머니. 새벽에 일어나면 그냥 들어가 자라고 밥 먹으면 다 같이 치우고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고. 꼭 뭘 해야 하는 게 없다. 그래서 만나기 위해 만나고 먹기 위해 먹는다. 낮잠을 자고 서로 필요한 것을 묻고 아이는 할머니에게 그림을 그려준다.


내가 춘천에 이틀이나 삼일을 잔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나는 오히려 좀 그러고 싶어서 그렇게 있다가 온다. 밥 먹고 얘기하고 설거지 돌아가면서 하고 딸아이는 나에게 징징대지 않고 할머니와 삼촌에게 고루 매달리며 놀고 나에게 아이 보느라 힘들었겠다며 롯이 만남에 집중하는 만남(나만 그리 느낄 수 있음). 나의 명절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다.


엄마가 하늘에서 지켜본다면 잘하고 있다고 할 것 같다. 아빠도 내가 시집가서 노동하는 줄 알겠지만 사실 실컷 쉬다 온다는 걸 안다면 그래 그것도 니 팔자다 부럽고나 할 것이다.


Fin.


저녁 먹고 아이가 할머니랑 노는 동안 남편과 춘천교대 산책을 했다. 공주교대는 물론 공주대학교보다 학교가 더 크더라.  광장도 없는 공주교대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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