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왜 이상할까?
+112
전국 1인가구 비율 34.5%(2022년 기준), 구례군 전체인구에 전국 1인가구비율을 적용한다면 8천이 넘는 숫자가 구례군 1인가구수로 추정된다. 물론 실제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중 구례에서 혼밥을 하거나 혼술을 할 수 있는 숫자를 50%(약 4,000명) 정도로 임의대로 추정해 보고 그중 10% 비율이 외식을 자주 하는 인구(약 400명)라고 한다면 그중 우리 가게에서 혼밥 또는 혼술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외식을 자주 하는 인구 중에서 1%가 우리 식당을 이용한다면 한 달 평균 4명이 혼밥 혼술을 해야 하는 게 맞을 텐데... 사실 혼밥 혼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밝히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가끔은 궁금하다.
혼밥과 혼술 하는 사람은 나름의 이유로 자의적, 타의적 혼자서 먹는 시간을 즐긴다.
처음의도는 그랬으나 지금은, 사실은 아직도 혼자 와서 먹는 사람들은 주위의 눈치를 본다. 그럴 필요 없는데 다른 손님이 있건 없건 그들은 적당한 밥값을 내고 먹는 건데 혼자라는 이유로 눈치를 본다.
때때로 혼자서 먹는 시간을 즐기는 이들은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좋아하는 것을 시청하며 밥과 술을 마신다. 간간히 나의 말에 대꾸도 해주고 하며 처음보아도 어제 본 사람들처럼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술보밥상의 처음의도는 딱 두 가지였다.
혼밥도 가능하지만 혼술도 가능할 것,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배부르게 술을 즐길 수 있을 것.
어떤 사람들은 도시락 가게로만 인식하거나 또는 술집으로만 인식한다.
술보밥상의 진정한 정체성은 한식당이다.
한식당에서는 밥도 술도 혼자서 또는 여럿이 모두가 가능하다.
무엇으로 어떤 것으로 생각하든 그것은 자유지만 식당의 이름에서 두 가지 정체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홍보가 아직 부족한 잘못인 것이다.
사실 도시락으로 만나는 1인 두루치기 정식은 혼술 하기 좋은 구성으로 나름의 고심 끝에 만들었다. 대체로 술꾼들은 좋아하지만 도시락 전문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찬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고기양이 쓸데없이 많다고 한다. 반찬이 별로이니깐 이럴 바엔 고기양을 줄이고 반찬을 더 많이 달라고 한다.
물론 그런 불평은 10명 중 한 명 정도이니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술보밥상의 정체성과 처음 의도와 벗어난 것에 대한 모든 것들이 신경 쓰인다.
차라리 백 선생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식당 '반주'처럼 술밥으로 할걸 이름을 잘못 지었나 싶다.
그랬다면 술밥집의 도시락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찌 되었든 과도기이다.
그런 날이 있다. 습관처럼 준비하고 습관처럼 만들다가 자신의 끼니를 챙기지 못해서 뱃속의 꼬르륵 소리를 들어야 했다.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밥을 먹고 와인 한 잔을 하려는데 손님에게 혼자인 채로 먹는 모습을 들킬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았다.
여기는 혼밥 혼술이 가능한 술고래밥상인데, 주인장은 술보(=술고래)이니 다 용인되는 것 아닌가 왜 쓸데없는 생각을 했을까.
혼자서 조용히 오는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다.
두루치기 1인분에 소주 2병을 먹고 간다.
식사와 계란말이, 소맥을 하고 간다.
고기가 빠진 메뉴로 식사를 하며 소주 반 병만 마신다.
때론 안주와 술만 마시고 간다.
혼자 와서 먹는 사람들에게 늘 제일 사랑받는 술은 소주다.
맥주를 마시더라도 서민의 술, 소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소주를 준비해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상 모든 소주는 무리인 것 같아서 무난한 종류로 몇 가지만 채워둔다.
혼자든 둘이든 상관없다.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상관없다.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상관없다.
편하게 즐겁다 머물다 가길 바란다.
저는 소주를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소주는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소주를 먹는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과 다음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기에 소주를 마시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술들은 몇 명을 마셔도 다음날 지장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주만 빼고 다 마시는 편입니다.
혼자 오든 둘이 오든 원한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