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소설 디누 1부 30화 디누투어 브뤼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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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마드모아젤 뮤우 꾸온.”
프랑스어 섞인 묘한 뉘앙스의 영어가 들렸다.
미우가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일어섰다. 정우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을 찡그렸다. 미우의 모습이 치과에서 이름 불린 어린이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꾸온 양.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확인을 위한 절차니 사실대로 말씀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담당자의 말투는 느긋하던 사람마저 뻣뻣이 굳게 만들 것 같은 딱딱하고 불친절했다.
“1라운드는 파가니니, 이자이, 바흐의 무반주 독주곡들 중 20분가량을 자유로이 선곡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2번을 고르셨군요. 맞습니까?”
“예.”
“2라운드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브람스, 프랑크의 2중주 소나타 중 하나를 선곡하게 되어 있습니다. 베토벤 9번 소나타를 골랐습니다. 여기서 좀 문제가 있습니다. 공식 반주자 아닌 피아니스트를 고용한다고 되어 있는데, 성함이 무슈 디누 꾸온. 가족입니까?”
“동생입니다.”
“예?” 담당자 눈길에 의심이 한 가득 담겨 있었다. “꾸온 양도 참가자들 중 두번째로 어린데 반주자는 더 어리다고요?”
“예.”
“대회 공식 반주자들이 국제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유능한 피아니스트들이란 것은 아시죠? 그 분들이 아닌 소년 피아니스트와 연주 하시겠다? 뭐, 좋습니다. 하지만 불이익은 감수 하셔야 합니다.”
“불이익은 없을 겁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좋습니다. 결선에 진출하면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오케스트라는 벨기에 방송오케스트라로 지정되어 있고, 연주곡은 2라운드 통과한 다음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다 되었습니다.”
정우 역시 사무원에게 불려가 반주자 등록을 하고 서류에 서명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가 휴가 무한정 내기도 어렵고, 프랑크푸르트 지사 출장 나온 김에 온기라, 서독에 좀 다녀 와야겠다. 괜찮겠나?”
“걱정 마요. 숙소, 연습실, 공연장 외엔 돌아다닐 일도 없고. 나보다 어린 아이도 있는데요 뭐.”
“어디? 설마. 아니? 어, 그거 정말일세?”
미우가 가리킨 곳에 인형처럼 귀여운 여자 아이가 키가 큰 러시아계 아니면 폴란드계로 보이는 노인과 함께 서 있었다.
미우가 말했다.
“이반 캘러니안 선생님이네요.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선생님이죠. 아녜스, 지네트 모두 캘러니안 문하생이죠. 디누. 그만 봐. 눈 빠지겠다.”
미우가 손바닥으로 정우의 등을 쳤다.
“쟤가 그렇게 좋아?”
“저렇게 예쁜 애는 첨 봐.”
“처음? 그럼 누나보다?”
“응.”
정우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로 대답해 버렸다. 미우는 살짝 언짢아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고 말았다. 미우 눈에도 아녜스는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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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꿈 잘 꿨어?”
정우가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누나 방으로 불쑥 들어섰다. 답례 대신 베개가 폭탄처럼 날아왔다.
“이게 어디서 숙녀 방에 불쑥 들어와?”
“나가서 옷 갈아입을 때 까지 기다릴까?”
“됐네요. 그냥 들어와.”
“괜히 심술이야.”
정우가 투덜거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미우가 침대 위에 무대용 드레스 두개를 걸쳐 놓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뭘 그렇게 봐?”
“드레스.”
“그런데?”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어.”
“명색이 브뤼셀 콩쿠르 결선인데 기껏 드레스 걱정이야?”
“결선이야 당연히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난 우승하러 왔어.”
“당연히 올라가? 2라운드에서 내 피아노가 곡 살려 준 덕분이지 뭐가 당연이야?”
“그건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네가 대회 공식 반주자보다 훨씬 멋지게 연주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결선은 오케스트라 앞에 서야 하잖아? 그러니까 눈에 확 띄는 게 좋을텐데… 어떤 게 좋을까?”
“어깨 다 드러나고 가슴 푹 파인 거. 하하.”
미우 손바닥이 정우 어깨를 후려 갈겼다.
“어떻게 된 게 넌 나이도 어린 게 밝히기만 하냐?”
“연습이나 하시죠? 예쁘게 보일 생각만 하지 말고. 내가 피아노로 오케스트라 역할 해 줄 테니까.”
정우가 바이올린 케이스를 대신 들어주며 말했다.
“그래. 가자. 하하. 지금은 네가 동생 같지 않고 오빠 같네? 애 늙은이 같으니라고.”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연습 장소에 도착하자, 결선을 대비해 연습하는 다른 네 명의 결선 참가자들의 바이올린 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울려 퍼지고 있다.
“누나, 누나, 저기 봐.”
정우가 상기된 얼굴로 가리키는 곳에 독일계로 보이는 소녀가 금발을 흩날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느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무척 거만해 보였다.
“저기 뭐?”
“안네소피 무터가 있어.”
“나도 쟤가 누군지는 알아. 여긴 왜 왔대?”
“몰라. 구경 왔나 보지. 그런데 누나는 안네 소피 무터를 왜 그렇게 싫어 해? 난 좋은데?”
“너야 예쁜 애들만 보면 무조건 헤벌레 하겠지만. 너나 카라얀 영감이나, 하여간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
미우가 정우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콩쿠르가 진행되면서 받았던 온갖 스트레스가 폭발한 탓이다. 애초에 음악을 비교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영 마땅하지 않았기에 그 스트레스가 하루하루 미우의 영혼을 갉아 먹었다.
정우가 그런 누나 말에 눈치 없이 토를 달았다.
“헨릭 셰링도 국제 대회 입상 경력 없이 루빈슈타인이라는 노친네 눈에 띈 덕분에 낙하산 데뷔 했잖아?”
하지만 미우는 그 토를 단숨에 제압했다.
“셰링은 그때 이미 서른이 넘었어. 충분히 공부가 된 상태였고, 정작 데뷔하라고 조른 것은 셰링이 아니라 루빈슈타인이었다고. 사정이 달라. 휴우. 내가 애 상대로 뭔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담? 자, 그만 열 내고 연습이나 하자. 어? 벌써 연습실이 다 찼네? 다들 엄청 부지런도 하네?”
“그럼 기다리지 뭐.”
미우가 복도를 따라 줄지어 선 소파에 앉자 정우도 하는 수 없이 그 옆에 앉았다. 연습실 안에서부터 피아노 반주로 편곡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들려오고 있다.
“이제 겨우 1악장 도입부 하고 있는 거야? 40분 기다려야 하잖아?”
정우가 툴툴거렸다.
“감상한다고 생각해.”
미우가 의외로 넉넉한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경쟁자중 하나의 연주를 들어볼 준비를 갖추고 정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정우는 여전히 불만이다.
“뭔, 겨우 연습에서 인트로를 전부 다 연주하고 난리야?”
정우가 투덜거리는 동안 인트로가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음. 좀 약한데.”
바이올린으로 유도되는 제1주제 연주를 듣고 미우가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
“내 귀에도 좀 그러네? 누굴까?”
“글쎄? 누군지 알게 뭐야?”
미지의 경쟁자가 자기보다 수준 이하라고 판단한 미우 얼굴에 조금은 잔인해 보이는 미소가 피어 올랐다. 이럴 때 미우 모습은 짖궂은 공주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미우의 그 공주 표정은 제1주제 제시부가 끝나는 순간 싹 사라져 버렸다. 미지의 경쟁자가 약하게 느껴지는 연약한 소리로 파가니니의 1번 협주곡을 너무 쉽고 여유 만만하게 연주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지 살짝 보고 올게.”
누나 얼굴이 변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읽은 정우는 연습실로 살금살금 다가가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한동안 연습실을 훔쳐보던 정우가 펄쩍 뛰며 돌아왔다.
“맙소사! 지금 이거, 저번에 봤던 그 애가 하는 거야.”
“그 애라니?”
“있잖아? 캘러니안 선생이랑 같이 왔던 그 여자애.”
“아, 아녜스? 걔가 결선 까지 올라왔어?”
“결선에 올라온 게 문제가 아니야. 이 연주 좀 들어봐.”
“잘 하네. 말도 안돼. 파가니니를 가지고 놀이해. 작년에도 나이에 비해 조숙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1년 만에 이렇게 늘 수 있지?”
“그럼, 누가 더 잘해? 누나, 아녜스?”
“쟤.”
미우가 냉정한 목소리로 너무 쉽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미우가 너무 쉽게 대답하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정우 쪽이었다.
“진심이야?”
“나, 농담 안하는 거 알잖아?”
“하지만 2라운드에선 누나 점수가 가장 높았어.”
“그건 네 덕을 본거야. 네 피아노 실력이 대회 공식 피아니스트들보다 월등했으니까.”
“어, 그것도 인정하는 거야?”
“그럼. 난 언제나 너의 첫 번째 팬이야. 쉿. 잠깐만. 저 카덴짜 좀 들어봐.”
미우가 입술에 손을 갖다 대며 정우의 말을 끊었다. 연습실에서는 한창 1악장의 카덴짜 부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가니니 협주곡에 붙은 카덴짜 중에서도 어렵기로 가장 유명한 이자이 버전이었다.
“쟤는 저걸 ‘나비야 나비야’ 하듯이 하네. 힘이 하나도 안 드나 봐. 손가락이랑 활은 아주 난리가 났을 텐데.” 미우가 지금 들리는 연주에 따라 허공에서 연주하듯 손을 놀려보았다. “이걸 어쩜 이렇게도 쉽게 하지?”
미우 입에서 계속해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누나의 모습을 보는 정우는 거의 눈물이 쏟아지기 직전이 되었다.
순간 바이올린 소리가 멈추었다. 1악장이 끝났다. 이윽고 연습실 문이 벌컥 열렸다. 2, 3악장은 연습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하긴 1악장도 굳이 연습할 필요 없어 보였다.
캘러니안 선생의 손을 잡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종달새처럼 지저귀며 나오던 소녀가 정우 쪽으로 깡총거리면서 다가왔다. 정우는 소녀의 깡총거리는 걸음의 박자에 맞추어 점점 달아오르는 뺨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정작 소녀는 정우가 아니라 미우에게 말을 걸었다.
“미우 언니?”
그런데 뜻밖에도 소녀의 입에서 서투르고 혀가 꼬이기는 했지만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임에 분명한 말이 흘러 나왔다.
“네? 네.”
“작년에도 만났죠?”
“네. 그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반가워요. 아녜스.”
“세컨드 라운드 때 언니 연주 듣고 감동 많이 받았어요.”
“나도 지금 아녜스 연주 듣고 놀랐어요.”
“어머, 고마워요. 그런데.”
아녜스가 의자에 폴싹 앉더니 미우를 빤히 올려보며 말한다.
“지금 연습 하실 거죠?”
‘이것 봐라?’ 정우가 씨익 웃었다. ‘당돌하네 이 아이?’
그 귀여운 얼굴 속에 결코 깜찍하지 않은 승부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미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우의 손을 잡아 끌었다.
“디누. 뭐해? 연습 해야지?”
“응.”
누나를 따라 연습실로 들어가면서도 정우는 자꾸 고개를 뒤로 돌려 아녜스를 훔쳐 보았다. 마지막으로 다시 아녜스를 훔쳐보려는 순간 눈이 정통으로 마주쳐 버렸다.
아녜스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리며 “Hi.” 라며 인사했다. 정우는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이 부끄러워 답례도 하지 않고 연습실로 뛰어 들어갔다.
“저 애 좀 봐. 아주 대놓고 어디 한번 해봐라. 얼마든지 들어 줄 테니 이러고 앉아버렸어.”
“어떻게 하지? 기다릴까? 쟤 갈 때 까지? 누난 아까 쟤 연주 듣고 자신 없어 했잖아? 저러고 앉아 있으니까 웬지 기분 나쁘지 않아?”
“어머,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 아이한테 가르치는 기분으로 연주할 거야.”
“가르친다고? 누나가 쟤보다 더 못한다고 했잖아?”
“처음 들었을 땐 그랬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1년 동안 엄청나게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있긴 했지만 사실은 악기가 바뀐 거야. 쟤, 델 제수. 저런 걸 어디서 구했지?”
“데...ㄹ...ㅈ..”
정우는 너무 놀라 나머지 발음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저렇게 가벼운 터치로도 나약하지 않은 연주가 가능한지 이젠 충분히 설명이 돼. 한 마디로 악깃빨. 하하. 자. 연습 시작하자. 바이올린이 기계가 아니라 악기라는 것을 가르쳐 줘야지.”
“기계가 아니라 악기? 아, 그렇구나!”
별안간 정우가 자기 이마를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강하게 두드렸다.
“아! 역시 누난 대단해. 누난 벌써 말 한마디로 날 가르쳤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러니까 너도 손가락 잡아 짼다며 손가락 사이에 골프 공 끼우고 자고 그런 짓 좀 하지마. 우리가 다루는 건 기계가 아니라 악기야. 악기는 연주하는 것이지 조작하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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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이 잠잠해지고 조명이 꺼지더니 결선 첫 번째 순서인 아녜스가 무대 위에 나타났다.
아녜스는 결이 고운 긴 머리를 분홍색 리본에 묶어서 뒤로 넘기고, 리본은 다시 하트모양 비슷한 나비 형태로 커다랗게 매듭 지워 놓았다.
속눈썹을 붙였는지 안 그래도 또랑또랑한 눈의 윤곽이 더 뚜렷해 보였고 하얀 드레스에 반투명 레이스를 겹겹으로 둘러놓아 마치 날개가 펄럭이는 것 같았다. 정우는 박수치는 것도 잊어버리고 무대 위를 응시했다.
오케스트라의 요란한 도입부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정우는 정신을 차렸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정우는 이 소녀가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라는 이 대곡을 얼마나 쉽게 연주 할 수 있는지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청중은 요정같이 귀엽고 깜찍한 소녀가 -실제보다 서너살 어려 보였기에 그 효과가 더욱 컸다- 감히 이 곡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놀라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모든 청중이 궁금해 하던 순간이 왔다. 협주곡 치고 제법 긴 관현악 서주가 끝나고 바이올린 독주가 등장하는 순간.
아녜스가 바이올린을 살포시 들어 어깨에 걸치고 제1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습 때 들었을 때 보다는 한결 힘있고 찰 진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중의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이미 연주를 들어 본적 있었던 정우조차 놀랐다. 아녜스의 얼굴에서 살그머니 미소가 피어 오른 것이다.
정우의 머리 속이 혼란에 빠졌다. 웃어? 대가들조차 눈을 부릅뜨고 온 몸의 신경을 곧추세워야 하는 곡을 연주하면서 웃어? 이런 황당한 일이?
정우는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방실방실 웃으며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 정우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녜스의 얼굴은 더욱 환한 미소로 채워졌다. 카덴짜를 연주할 때는 까르르 웃는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심지어 연주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예술이었다. 고대 신화의 님프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정우 귀에는 음악 소리 대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렸고 그 속에서 환상적인 미소를 던져주는 아름다운 님프의 모습이 보였다.
아녜스의 미소는 1악장은 물론 3악장 마지막 코다가 끝나는 부분까지 40분간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마침내 연주가 끝났다. 환상적인 여행에서 돌아 온 청중들은 잠시 박수 치는 것마저 잊어버리고 멍하니 무대 위의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데 10초 이상이 걸렸다. 이어지는 환호성. 소녀는 환호성의 바다를 향해 날개 옷 같은 스커트 끝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