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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보다는 존버 하기!

by 공감의 기술


오늘 한 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했습니다. 곡기는 끊었다고 할 만큼 겨우 연명할 정도만 먹었고요. 기대를 품고 체중계에 올랐습니다.

'에게게? 겨우 200g??'

이리 안 먹고 땀만 흘린 결과가 고작 200g이라니. 실망 그 자체입니다.

그제는 몸이 축 처지고 기운이 없어 운동을 못했습니다. 더 아프기 전에 억지로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좀 먹었죠. 다행히 염려했던 것보다 몸무게가 늘지 않아 좋아했는데.

체중계 숫자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그저께 같은 날은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가고 오늘 같은 날은 기분이 꿀꿀해집니다.


프로 야구가 열립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죠. 매일매일 이길 수는 없지만 내가 관전할 때만은 이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중계를 시청합니다.

어떤 날은 초반부터 속절없이 무너져 콜드게임 수준으로 박살 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5:0, 7:0 앞서 나가다가 7:8 허무하게 역전패 당해 억장을 무너지게 합니다. 애간장을 태우며 1:0으로 간신히 이기는 경기도 있고, 거짓말 같이 9회 말 끝내기 홈런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는 날도 있습니다.


며칠 전 대형마트에서 2+1 할인행사를 했습니다. 득템 했다고 좋아했는데 오늘은 똑같은 물건을 1+1 행사를 하고 있네요. 사람들이 기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줄을 섭니다. 보는 순간 심사가 뒤틀립니다.

"두 번 다시없는 기회입니다",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없는 가격입니다", "이 행운을 놓치지 마세요" 홈쇼핑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판촉 합니다. 대박심리로 옷을 샀습니다. 두 번 다시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다음날 똑같은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던 옷이 보기 싫어지고 괜한 심술이 납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

기뻤다가 슬펐다가, 나빴다가 좋았다가를 반복합니다.

우연히 건진 행운에 좋아 어쩔 줄 몰라합니다. 이런 행운이 쭉 이어질 것 같고, 더 많은 행운이 올 것 같은 기대감이 들지만 얼마 못 가 실망할 일이 생깁니다.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사자성어입니다.

본래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마라고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나요? 좋은 일이 일어나면 기뻐하고 슬픈 일을 겪으면 가슴 아프고 나쁜 일을 당하면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일희일비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소설가 이외수에게 요즘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더니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라고 하더군요.

존버. 엄청 힘든 고난을 겪고 있거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비속어인 '존* 버티기'의 줄임말입니다.


순간적으로 좋아했다가 돌아서면 슬퍼하고,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가 갑자기 기뻐 춤을 춥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좋았다 나빴다를 되풀이합니다. 일희일비. 너무 빨리, 자주, 쉽게 변하면 심신에 좋지 않습니다. 자칫 제 명대로 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기도 하죠. 밑바닥에서 위로 끝없이 올라갑니다.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멈춥니다. 공포의 순간입니다. 그리고 아래를 질주합니다. 무섭지만 짜릿합니다. 높고 낮음이 있기에 스릴과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인생은 마라톤이다'라고 합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은 길게 봐야 한다고 하면서요.


인생을 멀리 길게 보면 지금의 기쁨에 마음 편히 놓을 수 없고 현재의 슬픔에 연연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살다 보면 위기가 닥쳐도 인생이 끝날 때까지 위기이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일이 와도 죽을 때까지 좋을 리도 없고요. 기쁨 뒤엔 슬픔이 오고, 기쁨이 슬픔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기쁨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사는 것도 높낮이가 있으니 희로애락을 겪습니다. 앞날을 모르니 무섭기도 하지만 스릴도 느끼고요. 짜릿함도 경험합니다.




일희일비를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일희'를 맞으면 겸손을 떠올립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영원히 지속될 리 없을 테니 우쭐대고 내가 잘난 줄 아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일비'가 닥치면 '존버'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뼈와 살을 태우는 고통도 언젠가는 끝이 있으리니 그때까지 잘 버티기에 돌입합니다.


삶의 흐름에 마음을 비우고 순리를 따릅니다. 내 앞에 놓인 미지의 그 무엇도, 지금 삶 속에 겪는 어떤 일이든 당장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인생 자체입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으니 일희일비는 그만하려고 합니다.

대신 그 어떠한 상황에서든 존버, 버티기는 버티되 삶을 '존중하며 버티는'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려고요


특히나 요즘처럼 다들 힘든 때일수록 일희일비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존버 하기!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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