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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08. 2024

담양국수거리 52년 터줏대감 맛집, 원조대나무국수




담양국수거리 대표맛집 가운데 하나인 원조대나무국수에서 열무비빔국수 한 젓가락을 떠먹는 순간 나는 솔직히 좀 놀랐다. 목 막히지 말라고 함께 내준 멸치국물을 먹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매우 많이 맛있었기 때문이다.


국수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뭘 그렇게 놀랐다고 호들갑까지 떠냐고 못 마땅해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다. 심지어는 국수집에서 뭘 좀 받아먹고 공연히 설레발치는 거 아니냐 의심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오해는 자유지만 미리 밝혀두건대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이름에 맹세코 백퍼 내돈내산 이용후기 되시겠다.


담양 원조대나무국수 맛을 보고 내가 놀란 이유는 사실 별 기대감 없는 상태에서 방문을 했었기 때문이다. 앞서 두 차례나 이 동네 국수를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 비록 다른 집이긴 했지만 당시 나름 맛집이라고 화제가 됐던 곳을 찾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우리 동네 단골국수집 하고만 비교해도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예의 단골국수집도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맛집이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없는 곳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 주말 같은 땐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맛집 수준이 그렇다는 건 실망을 넘어 화가 날 정도였다.


맛집 관련 포스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담양 여행을 떠올릴 때면 그런 인연으로 한 번씩 문제의 국수집이 떠오르곤 했다. '혹시 그날 내 입맛이 이상했던 건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맛있다며 찾아가는 건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된단 얘기 아닐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던 거다.


그래서 얼마 전 담양 여행길에 다시 한 번 찾아가봤다. 앞서 갔던 집은 아무래도 좀 아니다 싶어 인터넷 검색 끝에 52년 전통 맛집이라는 원조대나무국수집을 선택했고, 그나마 미심쩍은 마음에 다른 떡갈비 맛집을 메인으로 삼은 뒤 간식 코스 정도로 가볍게 맛이나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 또한 크다는 생각이었는데, 세상에나 마상에나 한 젓가락 먹는 순간 나는 '어랏!' 하는 감탄사를 속으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혀끝이 살짝 아릿할 만큼 매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감칠맛이 촥 감겨드는 게 어지간한 국수집에선 맛보기 힘든 '존맛'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께 곁들여진 잘 익은 열무김치와 콩나물이 더해주는 아삭한 식감은 최고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유명세 대비 하찮은 맛집'이란 오해로 가득 찼던 담양 관방제림 명물 국수집에 관한 내 기억창고가 허물어지면서 문득 비빔국수와 함께 나온 멸치국물 맛이 궁금해졌다. 대다수 국수집 시그니처메뉴가 물국수임을 감안했을 때 그 국물맛을 보면 물국수 맛을 짐작할 수 있을 거라 판단돼서다.


결론적으로 담양 원조대나무국수 멸치국물맛은 아주 매우 많이 훌륭했다. 개개인의 취향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도 있겠지만, 국수 좀 먹어봤다는 내 입맛 기준으로는 진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인게 메인디쉬인 떡갈비를 먹느라 배가 꽉 찬 상황만 아니었으면 즉석에서 추가로 멸치국수 한 그릇을 더 청해 먹고 싶었을 만큼 '대존맛'이었다.


사람들 몸에 이로운 갖가지 한약재와 대잎을 함께 넣어 삶아냈다는 대잎계란 역시 곱고 매끈한 자태에 어울리는 고급진 맛을 선사했다. 내 입이 미슐랭급은 아니라 일반 삶은계란과의 차이점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대잎 향이 배어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면서 한층 깊은 맛이 났다고나 할까.


담양 원조대나무국수가 더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간판에 소개돼 있는 것처럼 이 집이 '52년 전통'이라는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노포이기 때문. 우리나라 자영업 5년 평균 생존률이 20% 남짓밖엔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50년 넘는 노포라면 어떤 이유에서건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그 오랜 세월을 꿋꿋이 살아남은 것일 테니 존중받아 마땅하다 생각해서다.






정확히 그 간판이 언제 만들어진 건지는 모르겠으되 대략 1970년 전후쯤 문을 열었다는 얘기인데, 담양 대나무를 토대로 한 특산품 죽세공품 덕분에 당시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대규모 오일장이 열렸던 담양시장과 불과 300미터 남짓한 지척에 위치한 걸로 미루어 장꾼들을 대상으로 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결국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터줏대감 음식점 아닌가 판단된다.


담양 원조대나무국수는 매일 오전 8시30분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한다. 손님이 워낙 많아 정신이 없는 데다가 사람들 오가는 관방제림 길 한편 야외에 음식테이블이 있다 보니 선결제 후 음식을 갖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주차장은 관방제림 하천변 공영주차장 이용시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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