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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10. 2024

4대 100년 훌쩍 넘은 담양 떡갈비 맛집, 신식당




담양 떡갈비 전문점 신식당은 창업 100년을 가볍게 훌쩍 넘긴 대한민국 보물같은 맛집이다. 노포 맛집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내 경우 전국 각지에 있는 대를 이어 몇십 년쯤 됐다는 음식점들을 제법 많이 다녀봤는데, 100년 하고도 십 몇 년을 더 넘긴 맛집은 이곳이 처음이었을 정도.


신식당의 창업자는 남광주 씨라는 분으로 열여섯 어린 나이에 박씨 집안으로 시집을 오셨단다. 타고 난 손맛이 좋았던 듯 음식 솜씨가 남달라 고을 수령에게 불려가 음식 만드는 걸 돕기도 했으며, 이후 마을 큰 잔치란 잔치는 다 불려다니며 음식 만들어주는 일을 도왔다. 그러던 중 그 솜씨를 아깝게 여긴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현재 자리에 식당을 열었는데, 그게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 하고도 15년도 더 전인 1909년의 일이다.


이때 그녀가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던 음식이 바로 담양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이자 신식당 시그니처메뉴로 자리잡은 떡갈비.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처럼 뭔가 다른 음식점들과는 차별화된 창의적인 음식을 선보이겠다 작정하고 야심차게 내놓은 요리 아닌가 싶은데, 이 떡갈비의 모티브가 된 벤치마킹 대상은 무려, 자그마치 임금님 수라상에나 올라간다는 고기 다짐이었다.


이 대목에서 내가 무려, 자그마치라 말한 이유는 비록 대한제국 말기라고는 해도 유교 전통이 눈을 시퍼렇게 부라리고 있던 1900년대 초 시절에 일개 평민 입장에선 자칫 금단의 열매를 건드리는 격이 될 수도 있는 임금님 수라상 위를 넘봤기 때문이다. 당시로선 파격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대담한 벤치마킹을 감행한 건데, 그녀 덕분에 담양 신식당은 오늘날 전국 각지 맛객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떡갈비 명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니 후손들로선 감사하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창업주 남광주 씨 뒤를 이은 건  며느리인 신금례 씨였는데, 이때 자신의 성씨를 따 신식당이라는 현재 상호를 지었다. 이후 신 씨 며느리인 이화자 씨가, 그다음엔 현재 사장인 한미희 씨가 4대째 바톤을 이어 받으면서 116년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서울의 이문설렁탕, 부산 평산옥과 안면옥, 남원 경방루, 전남 나주 하얀집 등 전국을 통틀어도 채 10개도 안 되는 식당만이 1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음에 비춰보면 그 연륜만으로도 아주 매우 많이 주목할 만한 노포 맛집인 셈.


버뜨(but), 담양 신식당을 지금처럼 유명세를 떨치게 만든 건 넘사벽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한 독보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특출난 떡갈비 맛이다. 나처럼 별로 고급지지 못한 입맛을 가진 사람조차도 한 입 먹는 순간 '어랏, 다른 식당에서 먹어본 떡갈비와는 퀄리티나 식감이 완전 다른뎃!'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고, 창업주 남광주 씨 손맛까지 대를 이어내려왔는지 어쨌는지 함께 내오는 김치 하나, 국 한 그릇 뭐 하나 흠잡을 게 없을 만큼 완전 '존맛'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떡갈비를 만드는 주재료인 소고기는 한우 갈비살, 그것도 부드럽게 잘 씹히는 암소 갈비만을 엄선해 사용하는 데다가, 기계 같은 건 배제한 채 일일이 직접 손으로 다져서 만드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일반 식당의 경우 마트 같은 데서 사온 간장을 쓰는 반면 담양 신식당에선 직접 만든 간장만을 고집하고 있다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갓 시집온 며느리들의 경우 갈비 손질만 10년을 한 뒤에야 비로소 주방으로 들어갈 자격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엄격한 도제식 수련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주방으로 들어간 뒤엔 다시 갈비 양념장과 반찬 만드는 법 등을 하나하나 엄격히 가르치는 게 이 식당 전통이라니 선대의 손맛을 그대로 잇는 떡갈비 명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세상에 공으로 되는 일은 없는 법이라는 격언이 헛말이 아니다.





4대째 116년을 이어내려온 유구한 전통이 깃들어 있는 만큼 떡갈비 맛은 그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맛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내가 방문한 그날, 하필이면 누군가가 실수를 저지른 거라고 믿고 싶긴 하지만 곁들여 나온 고추 끝부분이 먹기 꺼려질 만큼 물러터져 있어 부득이 3분지 1 정도는 잘라서 버려야 했던 것과 파김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전국적인 유명세 덕분에 그 정도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면 식재료 회전률이 좋아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관리 소홀이란 판단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담양 신식당은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한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며, 식당 앞뒤로 전용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너무 손님이 몰리는 피크시간대만 아니라면 편안하게 주차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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