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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Sep 15. 2022

근력 운동의 꽃, 턱걸이 성공하기!

쌉가능!

“여보야!!! 나 오늘 푸쉬업 성공했어요!!!”


무릎을 대고 꾸역꾸역 겨우 하던 푸쉬업을 오늘! 무릎을 떼고 정자세로 10개나!! 성공한 것이다!

그랬더니 신랑 하는 말.


 “우와!! 우리 여보야 대단한데? 근데… 푸쉬업은 웬만하면 다 하지 않아? 풀업이 힘들지. 특히 여자들은 풀업 하는 사람 많지 않을걸? 울 여보야도 그거는 힘들 듯?”


으흥? 뭐라고요?? 그런데 여보야…


“그런데 여보야. 풀업이 뭐예요?

 “어… 어?? 풀업?? … 턱걸이??”


그렇다. 나는 그때 풀업이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뭐… 턱걸이가 별건가? 매달려서 철봉 위로 턱을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까이꺼…

하여 길 가다가 철봉이 보이길래 덥석 잡았다. 그리고 야심차게 땡겼… 땡기려고 했는데… 내 발이 땅에 뿌리를 내려 깊숙이 박힌 것 같았다. 그야말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에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뿐이었다.


어?!? 왜지?? 왜 안 올라가는 거지?

그러자 신랑이 웃으며 말했다.


 “거 봐요!! 여보야, 턱걸이는 안 된다니까. 그거 아무나 못 하는 거야.” (그러는 지도 턱걸이 못함.)


오케이! 인정!! 내가… 턱걸이를!! 내 체중을!!! 지구의 중력을!!! 무시했다. 그런데 아무나 못 한다는 것이 아무도 못 한다는 뜻은 아니잖은가.


그래서 시작했다. 아무나 못 한다는 그 턱걸이!

철봉을 잡고 올라가서 쇄골 찍고 도로 내려오면 되는 단순한 운동! 하지만 이걸 다시 해석하자면, 양손으로 50kg가 넘는 내 체중을 손등과 쇄골이 동일한 높이가 될 때까지, 팔이 완벽하게 접힐 때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는 땅에 놓여있는 50kg를 허리까지 들어 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땅에 발을 박고 전신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 공중의 봉을 잡고 상체로 끌어올리는 것, 즉 내 체중이 곧 중량이었다. 처음엔 올라가기는커녕 하강하는 것도… 아니, 철봉을 잡고 매달려 있는 것마저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점프 턱걸이부터 시작했다.

점프 턱걸이란, 자력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니 점프로 올라간 후에 내려올 때만 등으로 버티면서 천천히 하강하는 동작인데, 여기에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이 ‘등으로 버티면서 천천히 하강’ 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천천히고 나발이고 그냥 중력가속도로 냅다 추락했다. 봉 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대략 0.01초.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당연했다. 악력도 등근육도 없을 뿐 아니라, 보조해 줄 수 있는 팔근육, 어깨 근육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면 산 고도에 쫄아 등산로 입구에서 막걸리에 파전만 먹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격이 된다. 뭐…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조금만 더 가보자.


딱 점프 턱걸이 만번!

정확히 세어본 건 아니다. 그냥 하루에 수행한 횟수와 세월을 계산하니 대충 그 정도 추산이 나왔다.

그랬더니 봉 위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즉 봉 위에서 턱을 띄우고 매달리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때부터 존버에 들어갔다. 아침저녁으로 하염없이 매달려만 있었다. 어차피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하니 딱 한 개!!! 올라갔다!

물론 팔을 다 펴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점프로 올라간 후에 팔을 반 정도 편 상태에서 도로 올라간 것이었다. 그러니 명백히 말하면 제대로 된 턱걸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승모는 화나고, 모가지는 사라지고 자세가 개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끌어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 날뛰었다. 심지어는 스승님께 몹시 자랑했다!


“스승님!!! 저 턱걸이 한 개 성공했어요!!!”


우리 스승님 그때… 정말 몹시 엄청 칭찬해주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턱걸이라고 자랑하고 다닌 내가 살짝 부끄럽다.


그리고 다시 한 달 후, 팔을 조금 더 펼 수 있게 되었고 어깨도 다소 진정되었다. 하지만 아직 승모의 화가 덜 풀렸고, 전완근만 팔딱거리는 걸로 봐서 여전히 등이 아니라 팔로 땡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올라갈 때마다 시계추처럼 앞뒤로 흔들리는 것은 코어 힘 부족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함부로 상탈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상탈 할 상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훌렁훌렁 벗어제꼈다.

심지어 뭐 하나 할 때마다 동네방네 자랑했다. 그때 생각하면 진심으로 과거의 나 자신을 백드롭하고 싶다. 제발 고만해!! 이 푼수야!!


또 한 달이 지났고 2022 새해가 밝았다.

드디어 턱걸이의 주도권이 팔에서 등으로 넘어갔다. 어깨도 많이 내려갔으며, 승모도 꽤 진정되었다. 이때부터 등 중앙에 골이 파이기 시작했고, 시계추 같던 몸통도 고정되었다. 주권이 등으로 넘어가면서 코어 역시 지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등 쓰는 법을 알게 되면서, 견갑을 접으며 올라가고, 고정시킨 채 하강하는 법을 터득했다. 동시에 횟수보다 자세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제 성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멋있게’ 성공해야만 했다.


이때부터 턱걸이 부심이 생겼다.

나 자신이 매우 잘하는 거 같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툭하면 등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근육만 보면 웃음이 나왔다. 더불어 거울만 보면 이두에 힘을 주는 인간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두 달 정도 더 지나자 인간이 점점 미쳐갔다.

남의 시선 따위 개나 줘 버리는 시점이 오면서 봉만 보면 매달리기 시작했다. 전완근이 선명해지고 광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맘때쯤 이두와 삼두를 짜는 법을 배웠다. 그것들을 짜라고 할 때마다 당황스러웠는데 이젠 더이상 당황하지 않는다.


더 이상 운동의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니게 된다.

등근육을 만들기 위해 턱걸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턱걸이를 하기 위해 등근육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감량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턱걸이를 위한 체중 감량을 했다. 그냥 턱걸이 말고 딴 건 관심도 없게 된 것이다.


이때쯤부터 ‘작작 좀 해라.’ 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더 이상 동네방네 자랑하지도 않았다. 신랑도 안중에 없었다. 남의 칭찬 따위는 필요 없어진 것이다. 그저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턱걸이를 잘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즐기는 자는 미친 인간들을 이길 수 없다. 일반인들이 무슨 수로 덕후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당시 나는 진짜로 미쳐있었다.


또 한 달 후, 광역적으로 미쳐가기 시작했다.

지인에게 ‘몸이 가벼우니까 턱걸이가 가능한 거다. 턱걸이는 체중 40kg 대만 가능하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중량 턱걸이를 시작했다. 가벼울수록 턱걸이가 유리하다는 말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반박하고 싶었다. 내 체중 48kg에 10kg 중량을 달고 턱걸이를 했다. 그러니 58kg까진 체중 핑계 대지 말라는 세상 쓸모없고 유치한 소모전까지 펼쳤다.

ㅇㅇ. 대략적으로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이맘때쯤 광배 뽑는 법을 배웠다.

그전까지는 그게 뽑히는 건지도 몰랐다. 동시에 전완근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이젠 내 근육을 보면 좋아서가 아니라 웃겨서 웃었다. 친구들에게 핏줄 넣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또 웃었다. 내 통제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심지어는 간헐적으로 이마에도 핏줄이 섰다. 만화에 나오는 이마 핏대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점진적으로 다소 난폭한 비주얼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 턱걸이하실 때 봉 꽉 잡지 마시고 손가락만 걸고 하세요.”


봉을 잡지 않으면 전완에 힘을 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턱걸이할 때 전완근, 즉 더 이상 팔은 쓰지 말란 뜻이었다.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


“턱걸이 전에 푸쉬업 먼저 하세요.”


ㅇㅇ. 수퍼 셋트를 하란 뜻이었다.

즉 길항근이나 다른 보조 근육들은 유배 보내고 순수 등근육만으로 땡기란 뜻이었다. 그렇게 숨어져 있던 기립근 트리가 튀어나오고 등이 쫙쫙 갈라지기 시작했다.


(좌) 10kg 중량 풀업 (우) 손가락 두개 풀업

하루는 어떤 프로틴 카페에서 ‘남성은 턱걸이 12개, 여성은 턱걸이 1개’ 를 하면 음료를 반값에 주는 이벤트를 했다. 거기서 나는 턱걸이 12개를 해치웠고, 웬만한 여성 트레이너들보다 턱걸이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네, 저 턱걸이 잘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랑 때문에 시작한 턱걸이였다. 그땐 그냥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나 못 하는 거라니 더더욱 성공시켜보고 싶었다.

요즘 울 신랑, 길 가다가 철봉만 보면,


“여보야. 턱걸이 한 번만 보여주세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턱걸이하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눈으로 바라본다. 도대체 왜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나는 그 눈빛을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보야! 나 턱걸이 멋지게 성공했다! 인정?

그림 by 울신랑

QnA Time

Q. 턱걸이하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A. 매달리지도 못했던 세월을 제외하고, 매달린 후부터 계산하면 약 4,5개월 정도 걸린 듯해요. 그리고 그 후로는 쭉 레벨업의 시간이었지요. 당연히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Q. 턱걸이할 때 어깨 내려라, 견갑 접어라, 가슴 펴라, 코어 잡아라. 신경 쓸게 너무 많아요.

A. 솔직하게 말할게요.
두 팔로 중력을 거슬러 내 체중을 끌어올리려면 일단 다소 힘이 세야 합니다. 요령, 방법은 그다음이에요. 근력부터 키우세요. 그냥 땡겨서 올리는 것을 목표로 근력을 키우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한 개 땡겨지면 그때부터 차근차근 자세를 신경 쓰시면 됩니다.
Q. 턱걸이 성공했다면서 왜 아직도 진행 중이란 겁니까?

A. 턱걸이는 맨몸 운동의 시작임과 동시에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입문입니다. 할 거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철봉 위의 괴물이 되는 그날까지 달립니다!!
Q. ……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요?

A. 왜긴요. 멋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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