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그가 잘 생겨서 좋아했다.
그리고 잘 생겨서 사귀었다. (& 그가 받아줘서…) 그런데 잘 생겨서 결혼?! 이건 좀 다른 문제 아닐까?
“외모는 결혼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나도 니 아빠 얼굴만 보고 결혼했다.”
라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ㅇㅇ. 아빠도 엄마 눈에만 잘 생김.)
아하, 내가 엄마를 닮았구나.
“직업? 사랑? 성격? 다 모래성 같은 거야… 사람이 살다 보면 사랑도 변하고, 직장도 바뀌고, 직업도 바뀌고, 나이가 들면 성격마저도 변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엄마… 외모도 변해요. 늙잖아요.”
그랬더니 엄마가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절대 변하지 않는 그것은 유전자니라. 니 자식이 니 남편과 똑같이 나올 것이라는 걸 명심하고 결혼하거라. 너의 유전자는 할 수 없다 치더라도 나머지 반절은 너의 배우자의 유전자로 만들어질 텐데 어떻게 외모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장담하건대 니 새끼는 추후 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다. 니가 키 작고 못생긴 남자를 고른다면 넌 입이 열개라도 니 새끼한테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 사는데 외모는 겁나게 중요하다.”
와… 진짜… 뭔가 열받는데 어디서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나의 유전자는 할 수 없다 치는 것인지… 이거 반절은 어머님 것이고, 나머지 반절은 어머님이 고르신 아버지 것이건만…
그렇게 우린 곧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열 달 후… 정말 외모도, 성격도, 성향도 어느 한 부분 어긋나는 부분 없이 놀라울 정도로 그와 똑같은 아이가 태어났다. 내 유전자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아이가…
결국 엄마 말이 다 맞았다.
내 남편과 똑같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나의 전부가 될 것이라는 것까지.
나는 그를, 내 신랑을 미친듯이 짝사랑했고, 그런 그와 결혼했고, 그와 똑닮은 아이를 낳았다. 내 아이를 보거 있으면 그와 너무 닮아서, 그리고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온다.
한 번은 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왜 아빠 같은 장난꾸러기랑 결혼했어요? 더 멋진 사람 없었어요?”
어쩜 이리 말하는 것도 그와 닮았다.
“도통아…. 엄마가 먼저 좋다고 아빠를 따라다닌 거야. 왜냐하면 엄마 눈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졌거든.”
그리고 너는,
나보다 더 소중한 너는,
나보다 더 사랑했던 니 아빠랑,
똑닮았단다.
사랑한다.
내 아가들 그리고 내 율군, 내 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