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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Dec 04. 2023

운동하는 엄마와 초딩 아들들의 동거

“엄마 나 낳길 진짜 잘했죠? 이렇게 이쁜 애가 나올 줄 몰랐지요?”


아마도 2년 전 막냉이가 내 무릎 위에서 한 말이었다. 내가 도대체 이 놈을 어떻게 키웠으면 지 입으로 저런 소리를 잘도 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로 ‘너를 낳길 정말 잘했다.‘ 는 말을 종종 해줬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키운 자존감을 굳이 누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 막냉이 이렇게 예쁜데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어. 큰일 날 뻔했다. 그지?”


라며 늘 하던 멘트를 쳤을 뿐이었건만…


“엄마… 엄마는 셋째를 낳았어도 똑같은 말을 했을 거예요.”


어… 어??  뭐지? 뭔가… 상황이 바뀌었다?!? 그래, 셋째를 낳았어도 아마도 그랬겠지… 만… 왜 그 말을 니가 하는거지??


그게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녀석이 하는 말…


“엄마, 나도 셋째 낳아주면 안 돼요? 그 기쁨(?)을 나도 알고 싶어요.”


어…? 진짜 뭐지?? 나도… 라니?? 그리고…


“너의 기쁨을 왜 나한테 부탁하는거지??“


“나는 아이잖아요. 그런 건 원래 어른이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그런 걸 부탁할 사람이 엄마 말고 또 누가 있어요?”


와… 하나하나 다 틀린 말인데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거라니… 그런게 어떤 건데?? 나는 당황한 나머지 나 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버렸다.


“엄마, 운동해야지. 임신하면 턱걸이 못 해.“


“엄마, 무슨 그런 나약한 소리를 하세요? 엄마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엄마는 임신해도 턱걸이 쌉가능이에요.“


그 말을 들은 큰 놈 도통이가 지원 사격을 날렸다.


“엄마!! 한번 상상해 보세요! 임산부가 턱걸이하는 영상 sns에 올리면 대박 날걸요? 엄마 지금 중량 풀업 15kg까지 가능하죠?? 그럼 셋째 업고 턱걸이 가능하죠. 엄마 스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어라..?? 그러네…? 그거 상당히 나이스한 아이디어… 가 아니라…  와우!! 하마터면 놈들에게 홀라당 넘어갈 뻔했다!?!


“야!!! 이 시키들아!!! 니들 동생을 턱걸이 중량으로 낳으라는 거냐??? “


그랬더니 도통이 놈 하는 말…


“아니, 엄마가 셋째를 못 낳는 이유가 운동 때문이라고 하니까 하는 말이죠. 방법이야 찾으려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에요.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고, 살다 보면 타협이라는 걸 해야 할 때도 있는거라구요.“


어쩌면 저런 개논리를 저렇게 그럴싸하게 나열할 수 있을까. 그러자 이번엔 막냉이 놈…


“엄마!! 나 업고 푸쉬업 하잖아요!!!! 형아는 너무 무거워서 못 업는다면서요!!! 내가 좀만 더 가벼웠어도 나 업고 턱걸이도 했을 거라고 아쉬워했잖아요!! 우리는 되고 내 동생(?)은 안 되는 이유가 뭔데요??? 내 동생도 업고 푸쉬업 하라구요!!“


그리고 이번엔 또 큰 놈…


“엄마… 그러려면 셋째 태어나기 전에 근력운동 많이 해놔야겠어요. 출산하면 근손실 오잖아요.”


와하?!? 어찌하여 셋째가 이미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며, 나는 요 근래 니놈들을 이겨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인 것인지…


대회 출전 <종목 - 중량 풀업 15kg> - 놈들은 나한테 왜 덤비는걸까?

그리고 며칠 후, 신랑이… 그니까 놈들의 아빠가 놈들에게 말했다.


“우리 도통이… 엄마 닮았으면 운동 잘했을 텐데…”


허허… 뭐 거의 결투신청이나 매한가지인 발언이지만 막상 저 발언을 한 본인만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도통이 녀석이 말하길…


“아빠… 저는 대신 다른걸 잘하잖아요. 굳이 운동까지 잘할 필요 있어요?“


순간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니에요, 여보. 대화를 더 진행시키지 마세요. 거기서 그냥 gg 치세요. 어차피 너는 패배할 거라고요.’


그걸 본인만 모르는 그가 역공을 펼쳤다.


“운동도 잘하면 좋잖아. 엄마 대회 나가서 메달 따오는거 멋지지 않아?”


그랬더니 큰 놈…


“아 물론 멋지죠! 근데 아빠… 엄마 운동하는 거 못 봤어요? 너무 힘들어 보이잖아요. 나는 그런 힘든 거 말고 아빠처럼 편하게(?) 앉아서(?) 돈 버는 게 내 꿈이라구요. 내 롤모델은 아빠에요.“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아리송한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거 봐요. 무조건 니가 패배한다고 그랬잖아요.‘


근데 아무것도 안 한 나는 왜 의문의 1패를 한걸까?


조만간 서열정리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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