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Dec 18. 2023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 연약해요!!

도통이 시점

이번회차는 도통이 시점에서 쓰였으며 ‘우리 엄마가 저런다면 나는 어떨까.’ 라는 필자의 상상이 가미된 글입니다.




우리 엄마는 턱걸이 챔피언이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색상의 메달을 가져오니 내 기준에서는 챔피언이 맞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엄마가 힘이 세니까 도통이 너 엄청 든든하겠다.“


놉!! 그건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턱걸이 챔피언인 우리 엄마는 상상 이상으로 연약하다. 예를 들면 등에 달린 지퍼를 혼자서 못 잠근다. 팔이 뒤로 안 간다나 뭐라나. 엄마는 그런 종류의 옷을 입을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옷은 이제 더 이상 엄마랑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뽀로로 음료병을 맨손으로 못 딴다.


“도통아… 엄마가 손바닥이 다 까져서 병을 못 따겠어. 이것 좀 따줄래?”


뭐 이 정도면 거의 환자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굳이 내 손을 끌어다가 자기 손바닥을 만지게 한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손바닥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질 수가 있는지… 아니, 너덜거리는 건 둘째치고 일단 엄마의 손바닥은 사람 그것이 아니다. 막 구운 쥐포 같은 재질의 무언가가 뼛속까지 침투하여 본인의 자아까지 잡아먹은 듯한 상태다. 모르긴 몰라도 아빠 발바닥이 엄마 손바닥보다 더 부드럽지 않을까 싶다. 저 때밀이 같은 손바닥으로 내 몸에 로션이라도 발라줄 때면 내 껍질까지 덩달아 넝마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저도 이제 다 컸으니 로션 같은 건 혼자 바를게요.‘ 라고 했더니 엄마는 이유도 모른 채 마냥 기뻐하셨다. 뭐… 살짝 단순하기도 한 것 같다.


턱걸이 챔피언인 우리 엄마는 종종 거울을 보며 팔에 힘을 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위쪽으로만 솟아올라있던 엄마의 팔뚝은 어느덧 아래까지도 솟아있다. 아니 진짜 도대체 뭘 어떻게 얼마나 하면 사람 팔이 저렇게 고래처럼 되는고 물었더니 본인의 선생님들 때문이라고 했다. 거참… 어른이라면 응당 자신의 결과물에 책임을 지고 남 탓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알려주려던 찰나 그녀가 갑자기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도통아, 근데 내 팔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걸까?“


허… 본인은 진정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인가!?

그리고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시는 것인지…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을 맘껏 내뱉고 싶었지만 태평양의 범고래를 품은 그녀의 팔뚝을 보니 단어를 몹시 신중하게 골라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적당히 위험하지 않은 작문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막냉이가 한마디 툭 던졌다.


 “엄마는 여전히 날씬해요.”


그냥 현상태고 나발이고 정해진 답만 날리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 하지만 저 성의 없는 멘트에 그녀의 기분이 대충 풀린 듯했다. 어쩌면 턱걸이란 그냥 저런 단순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가 또 팔뚝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도통아!!! 엄마 팔뚝 엄청 멋지지?“


아니, 도대체 왜 저러시는 것인지…

분명 어제와 같은 팔뚝이건만 왜때문에 기분이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뭐… 어쨌든 본인이 행복하다니 된 건가?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엄마, 근성장 축하드려요.“


그랬더니 그녀의 기분이 또다시 좋아진 듯했다.

이쯤 되면 살짝… 자아분열의 초기 증상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지만 방금 잠깐 스친 그녀의 어깨 재질을 생각하면 결코 그 발언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저런 원피스는 스스로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하루는 엄마가 한 손으로 소파를 들어 올린 채 다른 손으로는 소파 아래를 청소기로 밀고 있었다. 물론 4인용 소파였다.  그 모습을 보신 아빠가 말씀하셨다.


“와… 대박!!! 역시 우리 여보야 힘…“


그때 그녀의 얼굴에… ‘아차차… 실수했다.’ 라는 표정이 스쳐갔다.


 “아니… 아니에요. 이거 나한테 엄청 무거워요.“


ㅇㅇ. 이미 늦었다.

명백한 언면불일치였다. 저렇게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입으로만 힘들다고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일이었다. 심지어는 그녀가 팔에 힘줄 때마다 본인의 대흉근이 움찔거린다는 사실을 본인은 아는지 모르겠다.


학교 행사 밴드 공연

그런 엄마가 오늘 울었다.

내 공연을 보고 펑펑 울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내 영상을 한없이 돌려보면서 계속 훌쩍거렸다. ’내 새끼 너무 잘한다.‘를 연신 반복하면서 내 공연 영상을 끊임없이 재생시켰다. 저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저렇게 많이 보면 질리지도 않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1등을 해서 금메달을 따올 때는 웃었다. 근데 왜 내가 공연하는 것을 보고는 저렇게 통곡을 하는 건지… 그래서 물었다.


 “엄마… 나 잘했다면서 도대체 왜 울어요? 엄마 금메달 땄을 땐 웃었잖아요.“


그랬더니 그녀가 말하길…


“어… 원래 내가 잘하면 웃음이 나도 내 새끼가 잘하면 눈물이 나는 거야. 원래 그래.“


아?!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알겠다.

역시 우리 엄마는 연약하다.


엄마랑 악력 싸움하다가 털려서 우는 중
다른 분들도 공감하시려는지 모르겠는데 저에게 큰아이는 눈물 버튼이에요. 아이의 이름이 귓가에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이 때문에 한없이 약해졌다가 아이 덕분에 한없이 강해지고… 아이 때문에 세상이 무섭다가도 아이 덕분에 세상 용감무쌍해지는…

그렇게 다들 엄마가 되는가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