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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은 Aug 14. 2023

함부로 소원을 빌지 말 것

그래도 원한다면 다음 목표는

 사람은 자기가 말하는 대로 되는 경향이 있다. 2014년에 대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엔 그런 게 될리 없다고 생각했다. 나같은 애가 언론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그러다 우연히 SBS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냐고, 시험에 통과한 비법이 뭐냐고 묻자 그는 명함을 건넸다. 외주제작사였다. 왠지 여기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1년 뒤, 나는 그 곳에 취업했다. 


 그 때 만약 꿈을 더 크게 가졌더라면 나는 지금 방송국에서 일했을까. 모르겠다. 다만 스스로를 한계 짓는 방식이 아쉬울 뿐이다. 조연출 생활을 10개월하고 나는 나왔다. 대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아도 좋으니 작더라도 직접 쓰고, 편집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개인 프로덕션을 차렸다. 편의에 맞게 비디오를 만들어 주겠다는 의미로 ‘비디오편의점’이라 이름 짓고, 스스로를 알바생이라 생각했다. 당시 친구가 나를 인터뷰 했을 때 한 말이 생각난다.


 “이 회사엔 알바생의 자아와 사장님의 자아가 공존해요. 알바생일때는 고객이 필요한 걸 만들어 주고 돈을 받고, 사장님일 땐 번 돈으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거죠.” 


 하지만 ‘그런 날이 올까?’ 싶었다. 나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었으니까. 다만 쓰임당하고 싶었다. 나의 편집 센스와 기술을 누군가 알아봐주기를, 프리랜서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고용당하기를, 그래서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기를. 하나 둘 불러주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촬영하고, 편집하고, 보내주고, 수정하고... 그렇게 3년을 일하자 한 달에 300만원 정도는 저금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갈아 넣은 대가였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카메라를 켰다. 내 삶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혼자 한번 중얼거려 보았다. 그리고 내 인생은 정말 이 영상처럼 되어버렸는데...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당시 취미로 썼던 글은 본업이 되었고, 다른 이의 영상을 외주로 만들어 주던 나는  내 콘텐츠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인생에서 일하고 돈 버는 걸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나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일을 안 할 수 있을까 궁리 중이다. 한 권의 책을 내고, 이제 그다음 책을 준비하면서. 


 2023년 7월, 도쿄로 가는 신칸센 안에서 생각했다. 거장이 되어야겠다고. 이유는 없다. 그냥, 이제는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꿈을 크게 가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믿어야 하니까.


 거장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거장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자일 것. 둘째, 나이가 많을 것. 셋째,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낼 것. 넷째, 인성이 좋을 것. 다섯째, 자화자찬하지 않을 것. 의외로 젊은이들은 마지막 항목을 지키기 쉽지 않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면 하도 자랑을 해서 민망할 때가 많다. 나 역시 그렇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한다면, 거장이 되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과 체력,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나는 영화를 만들 게 아니니 100억은 필요 없다. 다만 살아 숨 쉬는데 드는 최소한 생활비가 필요하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자본주의 시대 모두의 관심사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단순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나도 좋고 상대에도 좋은 일, 나의 창작에도 도움 되고 세상에 기여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창작자로 살면서 생활비를 창의적으로 버는 과정을 연재해 보고 싶다는 이 말씀. 궁핍할테지만, 그것마저 껴안을 수 있기를.  


 목표는 월에 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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