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시절이었다. 즐겨하던 에어로빅을 할 수 없게 되었던 그때의 황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뛰어야 하는데...' 운동에 대한 열의를 어찌할까 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서 두꺼운 매트를 깔고 (아파트 1층은 강점) 운동화를 신고 유튜브를 틀고 따라 하는 것이었다. 바로 홈트. '어차피 지금은 어딜 가도 등록을 할 수 없어. 홈트. 홈트를 하는 거야.'
홈트레이닝 (Home training) 거창한 도구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방식을 말한다. <나무위키>
운동은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왜 이제 알았을까. 운동이 필요해서, 누군가 운동을 지도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만 해 봤지 이렇게 자발적으로 했던 적이 없던 터라 집에서 운동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나에게 놀라운 변화였다. 나도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벅찬 기분이었다. 어쨌든 유튜브에는 에어로빅 영상이 넘쳐났다. 하루에 50분씩 했으니깐 50분 러닝타임으로 맘에 드는 음악과 리딩을 선택하기만 하면 됐다. 첫날 열심히 따라 하다 보니 집에서도 숨이 차는 느낌이 올라오면서 힘들었다. 힘들다는 것은 운동이 되고 있다는 것, 매우 만족스러운 싸인이었다. '이런 것이군. 이렇게 운동하면서 코로나를 버티는 거야.'
그렇게 3~4일 한 것 같다. 그 유명한 작심삼일의 고개가 찾아왔다.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이렇게 뛰는 게 어딘가 하면서 레깅스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힘들다. 힘든 게 사실이다. 마음 한 구석에서 '오늘은 쉴까?', '아니야 무조건 해야 하는 거야. 당장 시작해' 두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영상을 플레이했지만 결국 멈추고 말았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잠깐 쉬었다 해야겠어. 10분만 쉬었다 틀자.' 10분 쉬고 또 생각한다. '곧 틀 거야 틀면 되지. 아 너무 힘들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지.'
다음날이 되었다. 문제는 영상을 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틀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마치 아들이 구몬 하기 싫어서 시간 끄는 것처럼 말이다. '아하, 이건 또 뭐지.' 혼자 하려 하니 운동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희미해지면서 아예 없어지는 것이었다. '나의 운동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구나. 나를 달달 볶고 의지를 심어주는 코치가 필요하구나.'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혼자 자책할 필요가 없다. 단지 나는 혼자 운동할 내공이 없었을 뿐이다. 해법은 간단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사람들이 없으면 코치라도 나에겐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를 막 굴려서 운동하게끔 하는 사람 말이다.
혼자 운동하는 게 실패한 또 하나의 이유는 힘듦을 감당하는 역치값이 다른 사람보다 낮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는 스쾃자세를 하다가 힘든 신호가 오면 바로 멈춰버린다. 20개 할 거 10개 넘으면 됐다 싶다. 하지만 에어로빅을 함께 하다 보면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하게 된다. 또 강사님이 오셔서 레이저를 날리시기에 힘들어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다. '아, 나에게는 조금만 힘들어도 놓아버리는 그런 게 있구나. 엄살이 심하구나.'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잘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집중력이 좋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 그나마 집중하려고 애쓰는 노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도서관이 필요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홈트를 실패한 이유는 집은 운동하게 적절한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편안하다. 편해도 너무 편안하다. 운동하러 센터로 가는 수고는 운동하려는 의지를 다잡는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운동하러 나서는 그 순간부터 이미 운동은 시작된 것이니까. 하지만 집은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그 시간 아껴서 더 운동하면 되지'가 안 된다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집은 늘 복작복작했다. 수시로 엄마를 부르는 아이, 엄마가 뭐 하고 있는지 구경하는 아이, 같이 하자고 참여하는 아이. 뭔가 웃기면서 산만한 집은 운동을 지속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차라리 나가서 걷는 게 낫겠어.'
그리하여 홈트는 7일 천하로 막을 내리고 아파트 가까이에 위치한 테니스를 배우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혼자서 운동하는 경지는 아직 못 이르게 된 것을 알았다는 것, 그래도 운동을 계속해보려는 시도한 나 자신을 칭찬하는 것, 스트레스받지 않고 나에 대해서 파악한 것으로 얻은 게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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