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에 참여하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세요
친구들과의 영상통화
우리는 서로의 가장 못생긴 시절에 만났다고 말하곤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친구들이다. 눈썹이 반밖에 없는 얼굴을 하거나 머리에 뽕을 한껏 넣고 다녔다. 쉬는 시간에 매점이나 교문앞 떡볶이 집으로 함께 달려갔다.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돌려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스트레스는 있는 대로 받았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와 허구한 날 싸웠고 독서실에서 괜히 새벽 두 시까지 있곤 했다. 자판기 커피를 즐겨마셨고 변비에 시달리며 타이트하게 줄인 교복이 차곡차곡 찐 살로 꽉 꼈다. 국진이빵이랑 핑클빵을 먹고 온 책상에 스티커로 도배를 했다.
한 방에서 밤새 먹고 떠들다 잠들었고 해도 해도 할 말이 많아 매일 만나면서도 쪽지와 편지를 써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날을 받아놓고는 술을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얼싸안고 통곡을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 대학생활을 열심히 했고 비슷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 명씩 결혼을 했고 유부녀가 되었다. 잊을만하면 출산을 하고 몸조리를 하는 통에 (주로 내가) 분기에 한 번씩 만나면 다행이었고 만날 때마다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수다를 떨었다.
가끔씩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면서,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실감하면서 이 시국을 보내고 있는 와중,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한탄하다가 우리 중에 유일한 커리어우먼이고 트렌디한 삶을 사는 편인 친구 하나가 퍼뜩 아이디어를 하나 던졌다.
"화상통화라도 하자."
친구는 회의하면서 썼던 프로그램 링크를 공유해주었다. 아이들이 모두 잘 시간으로 일단 약속을 잡았고 나는 화상통화로 맥주 한잔이라도 하자며 들떠버렸다. 그날따라 쉽게 잠에 들지 않는 막내 녀석 때문에 애가 닳았으나 짬에서 오는 바이브로 이내 재우고 신속하게 씻고 나오니 약속시간이 되었다.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한 친구는 끝내 참여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화상통화에 접속을 했다. 어버버 할 뻔했으나 다행히 성공했고 우리는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었다.
화면 속 친구들의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가 너무나 반가웠고 감자로, 해변의 여인으로, 이렇게 저렇게 변신하며 재주를 부려주는 친구가 재밌었다. 씻고 만사가 귀찮아진 나는 맥주를 챙기지 못했고 늦은 시간인데도 엄마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깬 친구의 아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훌쩍 큰 채로 비쳐 우리는 호들갑을 떨었다. 친구의 남편과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다육이를 키우기 시작한 친구가 집안에 꾸민 정원을 보여주었고 나는 수다를 떨다 마침 늦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온 남편의 밥을 차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별것 아닌 것을 이야기하고 보여주다 보니 말하지 못하고 지나갈뻔한 일상에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꼬박 세 시간이 가깝게 화상통화를 했다. 여러 번 잠에서 깨는 막내 녀석도 재잘재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서인지 고맙게도 쭉 자주었다.
가장 못생긴 시절에 만난 내 친구들은 작은 화면 속 내 표정을 보고 삶의 무게를 단박에 알아채버렸고 그래서 나는 적당히 솔직해버리고 말았다. 말하지않고 지나갈뻔한 속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었고 친구들도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가 꽤나 개운해지는 것이었다.
어쨌든 멋진 커리어우먼 친구와 혼란한 시국이 선사해준 신문물과 조우한 우리는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약속을 잡는 대신 아쉽게 참여하지 못한 친구도 함께 하기로 다음 화상통화를 약속했다.
세상이 좋아졌고 우리는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