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예술가가 아니어도 괜찮아!

조금 느리게, 조금 다르게, 일상을 감각하는 연습

by 바다기린

예술이 멀리 있다고 생각했다. 화가나 시인, 작곡가,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뭔가 특별한 감각과 표현을 가진 사람들의 세계라고. 하지만 살아보니 감정이 무뎌지는 날마다 내게 가장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예술이었다. 그림 한 점, 바람 소리, 책 속 문장, 오래된 사진 한 장. 말없이 스쳐가지만 분명히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감각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살아가느라 바빴고, 견디느라 지쳤고, 감정을 묻은 채 하루를 넘긴 적도 많았다. 그럴 때 아주 작지만 선명하게 내 삶에 침투한 감각들이 있었다. 산책길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손에 들린 스마트폰 너머로 찍은 장면, 책장을 넘기다 멈춘 구절, 아이와 나눈 한마디 대화. 그건 분명 예술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건넨 다정한 감각이었다.


이 책은 그런 감각의 기록이다. 예술을 잘 몰라도, 거창한 창작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보는 감각을 조금 열고,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일렁인다면, 예술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그건 하루의 리듬을 바꾸고, 감정의 밀도를 되살리고, 삶의 속도를 조금 느리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감상-표현-연결-지속'이라는 흐름으로 독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 구성했다. 한 장면을 감상하고, 그 감정의 흔적을 표현해 보고, 때로는 누군가와 나누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의 결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각각의 글 말미에는 짧은 시구와 실천 질문이 따라붙는다. 감각이 닿는 곳에서 당신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도록.


이 책은 완성된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함께 걸어가는 연습에 가깝다. 오늘 하루의 감각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내 마음에 드는 한 줄을 붙잡고, 조금 느리게, 조금 다르게, 그렇게 일상을 감각하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괜찮다. 그 순간부터 당신의 일상도 예술처럼 바뀌기 시작할 테니까.


커버 그림: 윤희경 <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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