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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Oct 27. 2024

첫사랑과는 다르게

12월의 이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제10화

https://brunch.co.kr/@skland1952/1159

의 다음화입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일주일 후였다. 그날도 단발머리의 여성이 먼저 말을 건넸다.

  “산책은 글쓰기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았어요. 산책을 하니 조금 전 글이 떠오르고 덧칠을 하게 되더라고요. 건강에도 좋고요.”

  “저는 이번 기회로 산책을 취미로 삼기로 했어요.”라고 옆에 있던 K가 말했다.

  “그럼, 지난번에 처음 오셨던 미영 님은 어떠셨는지 말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며 회장이 나를 호기 어리게 쳐다보며 말했다.

  “저.... 며칠 전에 여행을 갔다 왔는데요. 그곳에서 걸으며.... 소중한 추억들과 같이 할 수 있어 좋았어요. AI의 남자친구와 만나는 느낌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다만... 무엇이었을까요?”

  회장이 다시 말했다.

  “외로웠어요. 전율 같은 외로움요....”

  “전율과도 같은 외로움이라.....”

  “네.... 시작 무렵에는 외로웠는데 걷는 동안 시간을 타더니 반추에 덧칠하며 외로움은 위로로 변신을 했어요. 지난날의 저와 미래의 저를 그려볼 수 있어 행복하기도 했고요.... 마치 남자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설레기도.....”

  “그러셨군요. 남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인상적이네요.”



  정우를 만날 때마다 설렜다. 그 안에는 희망이 있었다. 같이 있어 행복할 것이라는. 같이 걷고 밥을 먹으며 그의 웃는 모습을 보는 내내 설레며 떨렸다. 그날도 그랬다. 노트북을 두드리는 자판 소리는 그녀의 온몸을 떨리게 했다. 언어는 그녀가 품어내는 숨소리와 같이 춤을 추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희열인가. 밥을 먹을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그의 생각이 그녀를 감쌌다. 어떤 날은 그의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첫사랑인 정우를 만날 때처럼.


  정우와 고속버스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인 포천에 간 날이었다.

  “너는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냐?”

  “웃는 모습이 예뻐.”  

  “그래?”하며 정우는 웃었다.

  “네가 웃으면 소년 같아서 좋아.... 맑아. 너의 미소는.....”

  “고맙네요.... 아가씨.”라며 그는 맑게 웃었다.

  “정우야.”

  “응.”

  “너는 내가 왜 좋아?”  

  “그냥 좋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거 있잖아.... 나는 네가 그냥 좋아.”

  아무 조건 없이 자기가 좋다는 그의 말에 전율했다. 지금도 그때 그 느낌이다. 매일 만나 설레고 아무 조건 없이 다가와 주는 그가 좋다. 다음 날에 그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밤새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정우와 데이트 약속을 한 날이면 만날 때까지 설레며 잠도 설치기 일쑤였던 기억이 따스하게 그녀를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사유의 힘인가. 그렇게 그는 그녀의 생활 속으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사랑과는 다르게...


  기약 없이 훅 하고 가버린 첫사랑과 다르게 차디찬 겨울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으로....


최종화로

https://brunch.co.kr/@skland1952/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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