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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작 김미희 Mar 12. 2021

(시 마중 이야기 3)
​아이와의 대화

-아이들은 시인으로 세상에 온다

당신의 아이는 시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엄마 아빠 어릴 때도 /김미희


엄마, 아빠 

어릴 때도 

미희, 진수였어?

-그랬지?


참 이상하다

정말 미희야 진수야

그렇게 불렀어?

-그렇고말고


버릇없는 사람들 

참 많았네요


  딸이 5살 때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어릴 때도 미희였어?” 

 아, 이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라니. 어른은 절대 떠올릴 수 없는 아이들 세상 질문.

 "그럼! 외할아버지가 지어 주셨는걸.” 

 그랬더니 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정말? 친구들이 미희야 그렇게 불렀어?” 

  재차 확인한다. 

  어른들 이름은 함부로 부르는 게 아닌 란 걸 유치원에서 배워서 아는데 왜 어른들 이름을 함부로 부를까?

(사실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이름보다 누구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질 때가 태반이니 엄마 이름을 들을 기회가 차츰 줄어들기도 했다.) 


엄마 친구들은 같은 어른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 어른들끼리도 나이가 같은 친구끼리라는 연관성을 이해하기엔 어렸던 것이다. 뭔가 어색했나 보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었다. 우리 친구들이 할머니가 되었을 때 보람, 은빈, 슬기. 이런 이름에 할머니가 붙으면 참 안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때는 할머니에 어울리는 이름을 짓고 아이 때는 아이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 거라는 생각한 적이 있다.


  아, 이게 우리 딸만 가진 궁금증이 아니구나. 시가 되기 위한 보편성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이 시를 읽고 많은 이가 “아, 맞아"라는 공감을 불러오겠다는 깨달음이 오자 시로 빚었다. 사실 우리 딸의 말을 그냥 받아썼을 뿐인데 시가 되었다. 


 그때 당시 육아일기 한 페이지에 다섯 살 딸은 기쁨의 전령이 되어 고스란히 들어있다. 아직도 일기장을 열면 다섯 살 딸이 그때 그 모습으로 내게 와 웃음을 준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 아이가 어쩜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놀란 적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은 시인으로 우리 곁에 온다. 다만 우리가 위대한 시인을 몰라보고 넘겼을 뿐이다. 아이들이 말로 썼을 100편 넘는 시들을 시간 도둑에게 야금야금 갉아 먹히고 겨우 두세 편만을 남겨놓지는 않았는지? 엄마들이여, 육아일기를 쓰시라! 아니, 일기까지는 어렵다 해도 메모를 하시기를, 우리 아이 어록을 적어보시기를! 그럼,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바로 시인이구나!” 


 잘 듣고 받아 적는 엄마들만이 시인을 키울 수 있다. 아이들이 받아쓰기에서 하나만 틀려도 세상이 끝날 것처럼 타박하기 전 나는 진정 받아쓰기를 잘하는 엄마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아이가 태어날 때 여러분은 이미 "시인의 엄마"라는 직함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특별한 주사/구름(딸, 닉네임, 초4)


다른 아이들은 

10초 동안 주사를 맞았어 


나는 기다리는 

40분 내내 주사를 맞았어 


40분 동안 마음에 

주사를 맞았어 


두렵고 무서워서 

그 마음에 주사를 맞았어  




오늘의 TIP:-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성을 획득하면 시가 된다.

                 -아이 말을 받아 적어 어록을 만들어라! 


(e북)아이들은 시인으로 세상에 온다,김미희,이페이지,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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