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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신 오류

진심과 다르게 전달되어 유감입니다.

본의 아니게 저의 언행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매일 밤 뉴스에서 만나는 잘나신 분들이 미안함 없는 표정으로 준비된 문장을 읽은 후 카메라를 향해 고개 숙이기 전 마지막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말들이다. 진의가 다르게 전달되었다고 말하지만, 들리기에는 '무지한 니들이 못 알아들었지만, 내가 미안한 척해줄게.' 정도로 들리는 것은 삐뚤어진 내 마음 때문인지 오랜 기간 반복된 잘난 분들이 보여준 '뻔한 거짓말'에 신물이 나서 인지를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송신과 수신의 오류는 저분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악의를 가지고 못된 말을 한 후 상황 수습을 위해 애꿎은 표현력의 부족과 올바른 전달을 위한 노력 부족을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전달하려는 것이 받는 이에게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는 살아가면서 흔히 접하는 일이다. 특히, 글보다는 말이 진의와 다르게 전해진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에게 전달되기 전 다시 읽고 고칠 기회와 시간이 주어지는 글과 달리 말은 즉각적이고 쏟아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자칫 말로 인해 오해가 사해를 덮고 오랜 시간 쌓아온 평판을 한 번에 무너트리기도 한다. 그런데,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것 역시 진의와 다르게 전달된다. 보편적으로, 감정에 끌려 일어난 우발적 행동이 아닌 누군가에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일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일련의 일들은 글만큼이나 계획적이다. 그리고 한번 읽고 끝나버릴 수 있는 휘발성을 가진 글과 달리 오랜 시간 보이는 행동은 훨씬 더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직업을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멋지게 말하기도 하지만, 실은 '밥벌이'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옛말이 딱 들어맞는다. 나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성실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일련의 행동을 통해 자녀에게 성실하게 일하는 것, 약속을 지키고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의 필요성, 가족 간의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 서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함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이들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녀에게는 '돈을 좇아서', '돈이 좋으니까.' 회사에 가고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대신 업무의 연상선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회식에 참여한다고 전달된다. 나의 의도와 받아들이는 사람의 내용이 전혀 다른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우선, 스스로에게 나의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올바른 모습인지를 물어야 한다. 진정성이 결여되었다거나 눈에 보이는 순간에만 '척'하는 행동이라면 목적을 이루기에는 부족한 선택이다. 다음은, '알아서 전달되는 것은 없다.' 즉, 전달되기를 희망하는 자에게 틈틈이 물어봐야 한다. 나의 모습과 행동이 어떻게 비치고 전달되고 있는지를. 그저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면 잔소리가 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말보다는 훨씬 더 좋은 가르침과 전달이 될 것이라는, 알아서 보고 배울 것이라는 희망은 처음부터 갖지 않는 것이 좋다. 스스로에게 물으며 의지와 행동을 바로잡아 가듯이 상대에게도 올바르게 수신되고 있는지를 묻고 확인해야 한다. 잔소리가 아닌 나의 행동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송신과 수신 사이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행동으로 전달하려는 것

받는 이에게 다르게 전달된다.

스스로에게 묻고 전달되기를 희망하는 자에게 틈틈이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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