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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실패

실패는 없다

by 샨띠정

실패라는 단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연 우리 인생의 여정 가운데 무엇을 실패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화살로 겨누던 사슴을 놓치고 말았을 때.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했을 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미역국을 먹고 그만 미끄러져 버렸을 때.

바라던 취업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을 때.

많은 돈을 벌지 못하고 파산하여 사업을 접었을 때.

계획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우리는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과연 그건 실패일까?

순간에 겪어내야만 하는 고통과 괴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결말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 결말이 아니기에, 마지막이 아니기에 실패라 인을 치고 싶지 않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찬란한 빛만 창조하신 게 아니라 어둠도 같이 만들지 않으셨던가? 어두운 밤이라고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저 반대쪽으로 밝은 빛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않는가? 그리고 곧 캄캄한 흑암이 걷히고 빛이 온 세상을 밝히게 될 거라는 걸 예지하고 있지 않은가?


깊고 깊은 칠흑 같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갈 때는 실패라는 말이 나 자신을 찌르고 무력하게 하기도 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희망 같은 것은 아예 보이지 않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던 것처럼. 대낮의 밝았던 기쁨과 감사는 깡그리 다 잊어버린 채로.


이제는 아골 골짜기와 같은 힘든 여정을 지나가는 그 모든 과정을 감사함으로 받아 안는다. 브레이크를 걸어 멈추어 서게 하는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우고 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후로 걸음을 시작해 홀로 두 발로만 걷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지 우리는 안다. 넘어짐이 없이 결코 홀로 설 수 없다는 것도. 어떻게 넘어지면서 다시 걷기를 시도하며 일어나는 아기에게 실패라는 단어를 감히 붙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도전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던가?


나는 그 어린아이로 돌아가길 원한다. 실패라는 어휘 대신 도전이라는 용어로 새롭게 입히고 싶다. 부모의 박수로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 씩 앞으로 나아가는 아기처럼 그렇게 서기 원한다.


실패라는 단어는 잊어버렸다. 기억 속에서 지우기로 하자. 새 일을 향해 담담하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기로 하자. 보이지 않는 응원부대와 들리지 않는 함성 소리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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