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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꿈

하늘 위를 날다

by 샨띠정 Jan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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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멈추어 서면 하늘을 봤다. 버스를 타면 바깥세상을 바라보다가도 눈길이 하늘로 향했다. 버스든 기차든 뭐든 탈 때마다 창가석에 앉기를 원했다. 풍경 위로 펼쳐진 하늘과 구름을 보기 위해서였다. 비슷하지만 결코 똑같지 않은 변화무쌍한 하늘이 좋았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는 빙글빙글 돌며 푸른 하늘 전체를 눈에 담아보고 싶어 했다.

어린 시절 바라보던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길게 그려진 하늘색 도화지가 되곤 했다. 종종 비행기가 방귀를 뀌는 건지 아니면 흰색 똥을 싸는 건지 비행기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털 뭉치가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다. 나는 손톱만큼의 크기의 비행기가 멀리 달아나 버리고, 꼬리에 남겨진 몽글몽글한 비행기 길이 다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서 하늘을 바라볼 때도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때론 터무니없게도 달음박질을 하여 비행기를 쫓아갈 때도 있지 않았던가? 나는 그렇게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철새들이 군무를 이루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갈 때도 그들이 가는 여정이 궁금했다. 남쪽으로 우두머리를 따라가는 새들 중의 한 마리라면 그들과 함께 날갯짓을 하며 항로를 따라가는 행복한 상상을 하곤 했다. 내가 새가 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면서. 날개가 없어 하늘을 날지 못하여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언젠가 나도 하늘을 날고 싶다. 내가 어른이 되어 하늘 위를 날며 구름 속을 헤집고 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새처럼 날 수 있다면...'


내가 26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 해외여행 자율화로 나라의 문이 열린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다.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일반인이 여권을 만들어 비행기를 타고 자유롭게 해외 생활을 할 수 있는 개방의 시대를 맞이했던 그 시절, 나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막 배낭여행을 떠나는 많은 젊은이들 틈에서  나는 일본으로 단기선교를 떠났다.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그것은 나의 첫 비행이었다.

난생처음 하늘 위 구름보다 더 위로 올라가서 하늘 아래에 있는 구름바다를 보았다. 당장 비행기 문을 열고 뛰쳐나가 푹신푹신한 구름밭을 폴짝폴짝 뛰면서 걷다가 솜사탕 같은 구름을 한 주먹 뜯어서 입에 넣어 보고 싶었다. 그 구름 솜사탕의 맛은 어떨지. 아무 맛도 없는 맹탕일지, 달콤한 설탕 덩어리가 구름에 섞여있어 달달할지 궁금증을 이길 수 없었다.

폭신한 이불 구름을 침대 삼아 드러누워 잠들고 싶은 충동과 욕조에 하얀 구름 거품을 잔뜩 만들어 몸을 씻어 피로를 풀고 싶은 욕망이 끌어 올랐다. 내가 난생처음으로 구름 위에서 바라본 하늘 위 구름 세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하늘을 가로지르는 나의 비행은 70여 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하늘을 비록 날개는 없지만 훨훨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다. 꿈이 이루어졌다.


장거리 비행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비행기 중앙에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언제나 나는 창가 쪽 좌석을 선호한다. 타원형 비행기 작은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하얀 뭉게구름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새 모양의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 새처럼 날 수 있다니, 내겐 그저 꿈만 같은 현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꿈을 이루었다.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많은 비행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하늘 위에서 폭신폭신한 구름밭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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