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명상일기 #2
#1
구체적으로 영혼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영혼이라는 화두로 여행이 시작됐다. 깊게 깊게 명상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감각도 없고 공한 상태에 도달했다.
영혼이 뭐지?
느끼는 것이지.
뭘 느끼는 거야?
‘있음’을 느끼는 거지.
‘있음’? 그럼 ‘결정’을 느낀다는 건가?
그렇지.
그럼 결정을 느낀다는 건 오감으로 되어지는 건가?
넌 지금 헤매고 있어.
사람들마다 영혼을 느끼는 게 다르잖아.
그건 다르게 느끼는 게 아니야.
그럼?
각각 가장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선택하는 것 뿐.
모든 결정이 있음을 만들고, 있음이 영혼이며, 그걸 느끼는 거라면, 내가 내린 모든 결정도 영혼인가?
비슷한 거지.
#2
물질적 내가 주도권을 쥘 때가 많아. 이젠 진정한 나에게 주도권을 넘기려 해. 자, 여기있어.
황금열쇠를 건내주려고 내밀었다. 이 황금열쇠는 주도권의 마스터키였다.
이거 나한테 정말 줄거야?
왜?
정말 원하는지 생각해봐.
순간 내가 왜 주도권을 놓지 못했는지 떠올랐다. 나는 세상에 사랑하는 것이 많았다. 아이들, 가족, 강아지들, 햇빛, 바람, 흙, …나는 힘들다면서도 이 세상에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이게 아니야. 이건 모두 환영이야. 난 진정한 내가 되길 원해. 큰맘먹고 황금열쇠를 진정한 나의 손에 건내주었다.
진정한 내가 주도권을 쥐었다. 나는 진정한 내가 뜻하는 대로 움직이는 작은 존재감의 형태가 되었다. 문득 진정한 나와 합일을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내가 하나되길 바라. 그것이 진정한 자유야. 찌그러져있는 것보다 낫다고.
그렇게 말하자 진정한 나와 물질적 나는 황금열쇠를 가운데 쥐고 손을 맞댔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러자 나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황금열쇠가 땅으로 툭 떨어졌다. 나는 그저 전체였다. 모든 걸 관찰하며 알아차렸다. 시시때때 여여히 행동했다. 나는 이 사람이기도, 저 사람이기도 했다. 나와 내가 합쳐지자 나는 진정 확장되었다.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팔을 뻗어 열쇠를 잡았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넓은 공원이었다. 열쇠를 한참 쥐고 빨았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기는 되돌아갔다. 황금 열쇠는 다시 땅으로 떨어져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있었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면서. 명상하는 내가 물었다.
왜 열쇠가 하나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잖아.
누군가 바라면 더 많이 생겨날 거야.
#3
우리집 창틀 화단에 새가 날아왔다. 그릇에 받아놓은 물을 마시려는 모양이었다. 부리가 자그맣고 뾰족했다. 머리는 갈색에 배는 하얗고 등과 날개의 무늬가 예뻤다. 파닥파닥 날갯짓이 작지만 강했다. 참새였다. 그 참새는 종종 날아와 창틀 화단에서 물을 마셨다. 집 안에 있는 나를 때로 빤히 쳐다보다 날아가곤 했다.
어느날 길을 걷다 참새가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집에 날아오던 그 새였다. 사고가 난 듯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그 새를 감싸 쥐었다. 손에 들어올려 바라보았다. 이대로 길에 있으면 지나가는 차에 짓눌릴 것이 뻔했다. 집으로 데리고 왔다.
참새는 기운을 차리는가 싶더니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한쪽 날개만 끊임없이 파닥거렸다. 물도 마시지 않았다. 하루종일 스러져가다 파닥거리기를 반복했다. 다음날 새는 더욱 기운이 없었다. 느낌이 이상해 가만히 손에 올려놓고 이야기했다. 잠깐 내려놓고 물을 마시고 온 찰나 참새는 싸늘히 식어있었다.
그 참새를 큰 나무 아래 고이 묻어주었다. 새의 명복을 빌었다. 자리를 일어나 걸어 나오는데 큰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보니 커다란 봉황이었다. 작은 참새가 봉황이 되었구나. 봉황은 내 머리 위를 빙글 빙글 돌았다. 한참을 반복하더니 하늘 높이 날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