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당사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
하루 이십사 시간 중 이십 시간 정도를 누워서 보내고 열흘 동안 스무 번 이상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뭔갈 하고 싶어졌다가도 한 시간 내로 금세 의욕이 사그라들곤 하는데,
어제는 문득 그게 지겨워져서 침대에 누운 채 스스로 목을 졸라봤다.
움켜쥔 양손 위쪽으로 머리통이 점점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파도가 밀려나듯 솨아아 하고 묘하게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숨이 막히면 생존본능이 발동해 쥐고 있던 손을 놓을 줄 알았는데 몸은 상상 이상으로 뇌의 명령에 충실했다. 내 정신이 죽음을 원한다면 내 몸은 기꺼이 살인을 돕겠구나,라는 확신이 살짝 아득해진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도 아직은 살고 싶은 마음 쪽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해 양손에 힘을 풀었다.
또다시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다가 시야에 살짝 분홍빛이 감도는 걸 발견하고선 어라 이게 뭐지 하며 양 눈을 번갈아 깜빡여보는데 왼쪽 눈에서만 눈앞이 분홍빛으로 보인다는 걸 알게 된다. 이거 설마 아까 목 조른 거 때문에 눈알에 있는 실핏줄이 터져서 그런가 싶어 괴상한 탐구심에 약간 들뜬 마음으로 거울 앞으로 갔다가 별안간 울음을 터뜨렸다.
거기에는 왼쪽 눈알에 빨갛게 실핏줄을 세운 웬 작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올망졸망한 이목구비가 들어간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울고 있었다.
내가 죽이려고 한 여자애. 그 여자애를 내가 죽이려고 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너무 지쳐서 그랬어…. 청소도 안 하고 설거지도 빨래도 안 해서 미안해, 돈도 안 벌어와서 미안해, 조금만, 앞으로 조금만 더 쉬면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미안해, 미안해….
살인미수 교사범과 살인미수범 그리고 피해 생존자가 한 집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