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TV 외화 시리즈들
브런치북 "나의 TV 외화 시리즈들"을 연재하게 된 이유가 이 외화 시리즈 때문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외화 시리즈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이 외화만 한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TV 외화 시리즈 "맥가이버"입니다. (TV 외화 시리즈 "맥가이버"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맥가이버는 다른 TV 외화 시리즈들과 다릅니다. 단순한 액션물이 절대 아니죠. 최초(?)로 과학을 접목한 수준 높은 지적 모험물이라고 할까요? 맥가이버는 총을 혐오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쉬운 폭력보다 머리를 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말해주죠. 지금 저의 생활습관이 조금이나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면 그것은 어린 시절 맥가이버를 보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잠깐 맥가이버 시리즈의 스토리 라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맥가이버"라는 요원이 있습니다. 정보기간의 스파이는 아닌데 세상을 누비며 스파이 같은 일을 하죠. "피닉스"제단이란 기관의 소속으로 활동을 합니다. 그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총을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뛰어난 지능과 과학적 지식으로 주위의 사물들을 이용해 적들을 물리치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맥가이버 시리즈가 놀라운 점은 과학적 문제 해결의 콘셉트를 오래 지속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한두 시즌이 지나면 한계에 다다를 것 같았습니다. 과학적 사건해결의 소재와 아이디어가 금방 고갈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방영을 했습니다. (방영 기간은 미국 현지 기준입니다.)
"맥가이버" 시리즈의 서브 캐릭터들도 잊을 수가 없는데, 영원한 상사 "쏜튼 국장"이 먼저 떠오르네요. 어느 시즌부터인가 눈이 안 보이는 설정으로 쏜튼 국장이 나오길래 좀 의아해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그 배우의 눈이 안 보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맥가이버의 말썽꾸러기 친구 "잭 돌턴"도 있는데 참 얄밉고 골칫거리라서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웅 캐릭터에게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악당 캐릭터가 존재하죠. 맥가이버도 인생 최대의 적이 있습니다. "머독"이란 캐릭터입니다.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맥가이버를 위기의 순간으로 몰고 갑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시즌 후반부에 머독이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맥가이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이후 머독을 시리즈에서 못 본 것 같습니다. 시리즈 최고의 악당을 악당으로 남겨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 시리즈에도 단점이 많이 존재합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리즈의 한계가 보이는 다른 외화 시리들과 똑같이 맥가이버도 그 길을 따라갑니다. 이번 시즌에서 좋았던 설정이나 캐릭터가 다음 시즌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아니면 갑자기 등장한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드는데 시즌 내내 따라다니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맥가이버 시리즈가 단점을 만회할 수 있었던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족들 중에 맥가이버 시리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시청했었죠. 그때는 TV가 가정에 한 대밖에 없었던 시절입니다. "또 뚝딱 만들어서 나쁜 놈 해치우겠지."라며 그는 비아냥되었습니다. 그런데 맥가이버의 아이디어가 먹히지 않고 악당에게 당하는 겁니다. 그 순간 그는 "어! 웬일이냐?!? 맥가이버가 실패할 수도 있어?!"라고 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맥가이버는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론과 실전이 다르다는 것을 맥가이버는 종종 보여주었죠.
"리처드 딘 앤더슨"이란 배우는 저에게 언제나 "맥가이버"입니다. 배우라는 틀에서 벗어나도 참 개성이 강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맥가이버 헤어스타일을 대한민국에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고요. 시리즈 중에 필요 없는 장면 같은데 아이스 하키하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그가 좋아하는 스포츠여서 그런 것 같은데 독특한 연기관을 가졌던 것 같네요. 아마도 맥가이버의 제작에 그가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후 "스타게이트"란 시리즈에서 다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시리즈는 저에게 관심 밖이었습니다. 극장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TV용 배우인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뉠 것입니다. 평가와는 무관하게 평생의 캐릭터를 가진 몇 안 되는 배우임에는 분명합니다.
한 어린아이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진 캐릭터는 인생을 좌우합니다. 저에게는 그런 캐릭터들 중 하나가 "맥가이버"입니다. 이렇게 저의 그림과 글로 맥가이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https://youtu.be/D0LiNj5e7Us?si=liRv8xxTBWxJ34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