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펌을 하러 갔다. 머리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심리적 변화가 생기거나 결의를 다짐할 때 머리의 변화를 준다. 긴 머리를 짧게 잘라 나의 굳은 결심에 힘을 보태기도 하고, 머리스타일에 변화를 주어 나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tv속 드라마에서도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굳은 결심을 한 뒤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미용실이다. 그렇게 머리스타일이 변화된 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은 180도 바뀐 삶을 살아가게 된다. 드라마의 영향이 컸을까? 나 역시 계획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더 굳건히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게 된다. 사소한 심리적 변화가 필요할 때도 그렇다. 스타일 변화에 주된 목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머리스타일이다. 어깨를 넘는 길이의 머리카락이면 짧은 단발이나 쇼트커트로 변화를 주고, 펌이 없는 생머리라면 뽀글뽀글 펌으로 누가 봐도 파마머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스타일로 변화를 준다.
변화가 필요했다.
헤어디자이너분이 나의 얼굴형과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는 스타일을 권해 주셨다. 전문가 말에 나는 솔깃했다. 이미 미용실을 방문하기 전 어떻게 머리에 스타일 변화를 줄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스타일과는 반대되는 스타일을 권해주시는 헤어디자이너 분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미용실에 방문한 목적도 잊은 채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지루한 나의 일상에 변화가 필요해서 찾은 미용실에서 나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커트와 펌을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 길이는 어깨선에서 3센티정도 짧게 커트가 되었고, 펌 역시 굵은 웨이브를 넣어 펌을 한 듯 안 한 듯 머리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이게 아닌데...." 나의 선택은 실패였다. 별반 달라지지 않은 나의 머리스타일은 지루한 나의 일상에 아무런 힘을 보태지 못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억지웃음으로 미용실을 나와 집으로 걸어오는 길은 후회와 나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스타일대로 했어야 하는데... 커트라도 짧게 해달라고 할까?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떨쳐 버릴 힘을 얻으러 갔다가 후회와 아쉬움이라는 혹하나 더 붙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아이가 나의 머리를 보고는 "엄마 머리스타일 예쁜데!" 굵은 웨이브에 촉촉한 헤어 에센스가 발라진 나의 머리를 보고 말했다. 나는 작은 탁상용 거울을 가지고 와 이리저리 변화된 나의 머리스타일을 보고 있었다. 딸아이의 말 때문이었을까 미용실 커다란 거울 속에서 봤던 모습과 작은 탁상용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이 달라 보였다. 우리 집 탁상용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꽤 도시적인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꽤 괜찮은데..!" 잘못된 선택은 없었다. 내가 하고자 했던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예뻤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 책 속의 말처럼
그러니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머리스타일을 했다면 만족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헤어디자너 분 말대로 내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했다면 나의 머리는 삼각김밥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혹여나 그 선택이 옳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 선택을 옳게 만들면 된다. 옳고 그른 선택은 없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