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좋은 사람 기준

by 새나


Y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던 날이다.

Y는 마트마다 어떤 제품이 싸고 좋은지 세일하는 날짜는 언제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날도 Y의 세일 정보에 이끌려 장 볼거리가 없었지만 함께 동행했다.

오전 시간만 소불고기를 1근에 9,900원 선착순 30명에게 판매한다는 세일 정보를 들은 Y는 아침 일찍 서둘러 장을 보러 가자고 했다.

이른 아침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마트 안은 붐비고 있었다.

오전 시간 게릴라 판매를 시작하는 소불고기 판매는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

Y와 과일과 채소 장을 보고 아이들이 먹을 과자도 몇 개 카트기에 담고 마트 안을 한 바퀴 돌고 정육점 코너 주위를 서성였다.

스피커 전선을 통해 전해져 나오는 쩌렁쩌렁한 정육점 직원의 소불고기 판매 소리에 흩어져 있던 많은 사람들이 정육점 코너로 모이고 있었다.


Y와 나는 앞사람이 5명 정도 되어 보이는 뒤로 소불고기 줄을 섰다.

선착순 30명이라고 했으니 내가 9,900원 소불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확실했다.

소불고기 판매를 시작하자 첫 번째 줄을 서 있던 사람이 소불고기를 5근을 주문했다.

이런 식으로 주문을 한다면 내 차례까지 돌아오는 것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

5근을 주문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J는 소불고기 판매대 쪽을 향해 한마디 내던졌다.

"뒤에 사람도 생각합시다"

J는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다.

상대방의 생각보다는 내 생각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에 꽁하게 담아 놓은 성격이 아니고 털털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이다.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J와 나는 서로의 성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나는 느릿한 행동에 나보다는 상대방 생각이 어떤지 눈치를 보고, 할 말 역시 꽁하게 마음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다.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J는 타인의 시선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J의 말에 많은 사람들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해 있었지만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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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선 줄이 무슨 줄였는지 몰랐던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뭐하는 줄인 지 물어보셨다.

나는 소불고기가 1근에 9,900에 판매하는 줄이고 선착순 판매라서 줄을 서 있다고 했다.

그 할머니도 장을 보기 위해 끌었던 카트 기를 한쪽에 세우고 내 앞과 옆의 중간 사이에 서 계셨다.

줄을 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선 것도 아니었다.

애매한 위치에 서 계셨다.


뒤로 가셔서 줄을 서시라고 말을 해야 하나?

그냥 모른 척 먼저 소불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드릴까?


나의 마음속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모질게 "뒤로 가세요"라고 말하기에는 싹수없는 아줌마로 보여 지기는 싫었다.

나와 할머니의 어정쩡한 거리 어정쩡한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J의 눈에 어정쩡한 위치에 서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J는 할머니에게 "줄 서 신 거예요?"라고 거침없이 말을 건넸다.

할머니는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J는 뒤쪽으로 가셔서 줄을 서야 된다고 여기 줄 선 사람들 안 보이냐고 짜증이 가미된 목소리가 할머니를 향해 내 던져지고 있었다.

J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몰랐다는 말을 남긴 채 긴 줄 맨 끝에 줄을 섰다.

그리고 또다시 모든 시선들이 J를 향했다.


J와 일행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은 순간이었다.

J를 향해 소곤대는 말들이 내 귀속을 통해 들리기 시작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양보해 주면 안 돼?"

"어른한테 버릇없이 "

"싸기지 디기 없네"

나의 귀에 들리는 말이 J에게는 들리지 않는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덤덤히 소불고기 구매 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했을 것 같아!"

우리 앞쪽에 서 있던 사람이 우리를 보며 한마디 했다.

우리 뒤쪽에 서있던 사람들은 J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고.

우리 앞쪽에 서있던 사람들은 J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 사람들 이였다.

나와 생각이 같았던 뒤쪽 사람들 말에만 집중해 있다 보니 J의 행동이 옳지 않은 행동,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잘못된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정해놓은 옳고 그름의 테투리에 벗어났던 J의 행동은 당연히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바꿔보면 J와 우리 앞에 서있던 사람들은 나의 행동이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나의 행동은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새치기하는 사람을 내 멋대로 모른 척해줬으니 말이다.




내가 할머니를 내 앞에 서 있게 해드리고 싶었으면 나는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거나, 내가 맨뒤로 가고 내 자리에 할머니가 서 있게 해 드려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자리도 지켜야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귀찮은 행동 역시 하기 싫었다.

그날 부끄러운 행동은 J가 아니라 내가 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 싹수없는 아줌마로 보이기 싫어 잘못된 행동인 줄 아는 것에 침묵했고, 번거로워지는 상황이 싫어 행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이 싫어서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어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어서

나는 내가 정한 옳고 그름의 테두리 안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평가하고 있었다.

나의 행동도 누군가의 눈에는 나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자기 성찰을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객관적인 눈을 갖기 위해선 말 그대로 벽에 붙은 파리처럼 [남의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 네 마음대로 사세요 책 내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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