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보이는 것들

by 새나


생각해보면 즐거울 때 보다 힘들 때가 더 많은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나의 힘든 시간을 사랑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내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니 내 삶이 새롭게 느껴졌다.

힘든 시간도,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까지 모두 축복인 것이다.


- 내가 상상하면 꿈이 현실이 된다 책 내용 중에서 -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가 어질러 놓은 것들을 정리한다.

결벽증 정도는 아니지만 눈앞에 어질러진 것들을 보고 있으면 그 어질러진 것들에 계속 눈길이 간다

책을 읽는 중에도 내 앞에 널브러져 있는 인형들이 내 눈에 들어오고 그 인형이 있어야 되는 자리에 두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결국에는 읽던 책을 덮고 아이방 문 앞에 서서 아이 침대 위로 휙 던져 놓는다.


어질러진 모든 것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만 있어 주면 된다.

책은 책꽂이에 장난감은 장난감 정리대 위에 인형들은 아이 침대 위에 색연필은 서랍 안에 각자 자리에만 있어 주면 된다.

가지런히 군대 열병식을 하든 칼 맞춤 정리는 필요 없다.

그냥 그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 그곳에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

"어린이들 모두들 제자리에~"

아이들에게 매번 가지고 논 것들을 제자리에 놓으라고 소리친다.


한두 번은 나의 말을 듣고 어질러진 것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지만 또 다른 것이 거실 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10원짜리 팬티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노랫말처럼 매일 매번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내 눈앞에만 보이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철 지난 이불을 정리해서 놓는 커다란 이불 가방 하나를 가지고 와서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과 아이들 물건을 넣으라고 했다.

1m 정도 되어 보이는 이불가방에 아이들 물건들로 가득 채워 딸아이 옷장에 넣어 두었다.

딸아이 옷은 둘째 아들 옷장에 함께 정리해 두고 딸아이 옷장은 아이들 장난감이나 잡동 사리들을 정리하는 수납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옷장 안은 널브러진 장난감들과 잡동사니들로 뒤엉켜 있지만 옷장문을 닫고 나면 옷장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깔끔한 방이 된다.


거실 소파에도 서랍장을 만들어 거실에 보이는 잡동사니들을 모조리 서랍 장안에 넣어 둔다.

거실 서랍 장안에는 수십 가지 종류의 물건들이 들어있다.

대일밴드, 건전지, 손톱깎이, 소형 드라이버 등등

일상에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자주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게 서랍 안에 넣어둔다.

정리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넣어 두는 표현이 어울린다

tv리모컨 건전지 교체를 위해 서랍 속에 건전지를 찾으려면 서랍 안의 모든 물건들을 하나둘 꺼내 보면서 찾아 한다.

운이 좋으면 한두 가지 물건을 꺼내 보다가 발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모든 물건들이 다 나와 서랍장 바닥이 보일 때쯤 내가 찾고자 하는 물건들이 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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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으면 보이지 않는 것 까지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눈 바로 앞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한다.

아이방 옷장 속까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

거실 소파 서랍 장안에 뒤죽박죽 섞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보다 내 눈에 보이는 거실의 겉모습을 치장하고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한다.

손님들이 우리 집 서랍을 열어보거나 아이 옷장을 열어 보는 일은 거의 없다.

보이는 것만 번지르하게 치장해 놓는다.

아이방 옷장 속 제멋대로 쌓여 있는 잡동사니들이 넘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다 옷장을 팍 치고 우르르 밖으로 쏟아져 내릴지도 모르는 위태한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채 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안경을 쓰고 신문을 보고 책을 읽는 흉내를 내는 사람들

한 달 생활비도 아슬아슬한 생활에 명품가방에 명품 신발을 찾는 사람들

속에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으면서 겉으로는 명품이 되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나의 20대 때의 모습이었다.

내면의 지식을 쌓기보다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집중했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보다는 남이 좋아하고 인정해주는 공부를 했다.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주지 못하면서 타인들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의 20대는 어리석음 그 자체였다.

설 익은 감정에 설 익은 가치관으로 쓸데없는 것들에 집중했다.

20대의 어리석음을 알아채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난 뒤였다.


타인의 시선으로 내 감정이 움직이는 마음의 습관은 20대 때의 설익은 감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우선 이였던 그때의 감정들이 마음의 습관처럼 남아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깨끗이 청소를 하고 정리하는 것도 어쩌면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나의 마음의 습관 때문인 줄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나의 마음의 습관이 결벽증과는 또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을 눈치 보는 마음의 습관, 칭찬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습관,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습관,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만큼 나의 마음공부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이 모든 마음의 습관도 사라질 수 있을까?


힘든 시간도,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까지 모두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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