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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메리 Feb 14. 2023

3화.  새로운 전학생

[연재소설] 벚꽃 맨션의 비밀



    노덕 중학교는 서울에서 전학 온 ‘오서’로 인해 떠들썩했다. 바다 햇빛에 그을린 남자아이들과 달리 뽀얀 피부를 한 잘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오서는 키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작은 얼굴과 마른 몸의 비율이 좋아 교복이 잘 어울렸다. 순수해 보이는 눈망울, 오뚝한 코, 그리고 얇은 입술은 여학생들로 하여금 모성애를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그가 입을 열면 터져 나오는 나긋나긋한 서울 말은 여학생들의 환심을 샀다.


    “미지야, 니 그 얘기 들었나? 전학생이 오늘 우리랑 코딩 수업 같이 듣는다 카더라.”


    쉬는 시간이 되자,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서윤이 미지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맞나. 잘생겼다 카더만 내도 이제야 그 얼굴을 보겠네.”


    미지는 사실 얼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아빠의 잘생긴 외모를 보고 결혼했다가 돈 한 푼 없이 양반 노릇만 하는 백수였다며 후회하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기 때문이다.


    한때는 엄마도 진영 단감 아가씨에 도전할 만큼 아름다웠다고 한다. 훤칠한 외모의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엄마의 인생과 외모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지만 말이다.


    대학 졸업 후, 소방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해 오던 아빠는 결혼을 하고서도 일을 하지 않았다. 갓난쟁이 딸 하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엄마는 치킨 집, 공사장, 핸드폰 공장 등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해야만 했다. 지금은 식당을 차려 다행히도 아빠가 가게 일을 조금씩은 도와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엄마가 가장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서윤아, 그런데 니 나중에 얼굴만 보고 결혼하면 안 된다. 남자는 경제력 하고 책임감을 봐야 되는 기라.”


    미지는 항상 엄마가 해 주던 말을 서윤이에게 똑같이 해 주었다.



    코딩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전학생에 대한 각종 소문과 정보를 나누느라 시끌벅적 떠들어 댔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궁금증을 잠재우기 위해 잘생긴 전학생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자, 조용. 여기 같은 반 친구들도 있겠지만, 오서를 처음 본 친구들도 있으니까 새 친구 소개 시간을 갖겠다.”


    아이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버터처럼 녹는다는 오서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몇몇 여자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게 ‘쉿!’ 하며 눈치를 주기도 했다.


    “안녕? 난 오서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짝짝짝짝짝. 아이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들렸다.


    “오서, 그럼 저기 창가 옆 자리로 앉을까?”


    “선생님 잠깐만요. 저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친구들한테요.”


    전학생 주제에 부탁 이라니. 모니터 뒤에서 안 듣는 척하던 미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끼던 고양이가 아픈 상태에서 집을 나 갔어. 검은 몸에 하얀 눈썹을 가진 고양이야.  이곳 지리를 잘 몰라서 찾는데 애를 먹고 있어. 혹시 목격한 사람이 있으면 쉬는 시간에 알려줘. 사례는 꼭 할게.


    소문대로 오서의 중 저음 목소리와 서울 말투는 매력적이었다. 미지는 그가 생각보다 똑똑해 보였고 전학생으로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고양이 찾는 것을 부탁하는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오서가 교단에서 내려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에 미지는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짙은 머리칼에 뽀얀 피부, 살짝 자아내는 부드러운 미소는 귀공자 같은 멋이 있었다.


  미지가 그를 바라보는 순간은 시간이 살짝 멈췄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눈앞에 치요코 할머니 그림에서 봤던 분홍색과 보라색 하늘이 벚꽃 잎이 되어 교실에 흩뿌려졌다. 


   미지는 다음번 코딩 수업부터 그가 의식되어 바짝 긴장했다. 심장이 뛰는 것도 모자라, 수업내내 정신이 혼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옆 분단으로 눈을 힐끔 거렸다. 아쉽게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크게 나왔다. 행여나 복도에서 마주칠까 싶어 의자를 밀고 일어나는데, 옆에서 향긋한 섬유유연제 향이 품겨져 왔다.


    “안녕? 네가 미지니?”


    라디오에서나 들을 법한 부드러운 말투. 오서가 말을 걸어왔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어, 어. 무슨 일이고?”


    그녀는 쿵쾅대는 심장이 들킬까 몸을 움츠린 채 고개만 살짝 들어 답했다.


    “혹시 고양이 찾는 일을 도와줄 수 있을까? 아까 말한 그 고양이 말이야. 애들이 네가 지리를 잘 안다고 해서.


    우물쭈물 대는 의 축 처진 눈과 마주치자, 미지는 불현듯 벚꽃 맨션에서 봤던 검은 몸에 눈썹이 하얀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 그 고양이, 본 것 같은데? 언덕 배기 마을 위에서 말이야!"


   미지가 떨리는 목소리를 휘몰아 치듯 빠르게 내뱉으며 말했다. 그녀의 황급한 대답에 오서는 눈을 크게 뜨고는 몇 번 깜빡였다. 


    "내가 찾는 거 도와줄게. 음......오늘 수업 끝나고 3시에 학교 앞 K편의점에서 보자.”

.

   미지는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려 했지만, 심장이 너무 뛰어서 뭐라 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3시? 오케이. 그때 봐. 고마워."


    돌아서는 오서는 뒷모습조차도 멋져 보였다. 미지는 게시판 쪽 남자아이들 무리로 가는 그를 보고 계속해서 심장이 쿵쾅댔다.


     '오서단 둘이 만나다니!'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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