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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한다.

시작은 쓴맛, 끝은 단맛

by 대석 Feb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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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뚱뚱한 몸으로 10킬로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처음 200~300미터도 겨우 뛰었던 거리를 조금씩 늘려갔다. 3개월 정도를 매일매일 달려 10월 쌀쌀해지는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완주를 했었다. 그때 성취감을 잊지 못해 지난해에도 대회를 2회 참가했다. 2번 나간다 해도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해야 했는데, 조금씩 페이스가 좋아지는가 싶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는 거리도 늘려보고 다른 방법을 찾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주변에서 달리기를 그 정도 했으면 살이 빠질 텐데..라는 걱정(?)을 하지만 나는 살이 빠지진 않았고 계속 튼튼해지는 뚱땡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식단 조절도 필요한 줄은 안다. 바보 같지만 먹는 걸 줄이는 것보다 운동량을 더 늘려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헬스장 러닝머신으로 페이스를 조금씩 올려가며 40분을 최선을 다해 달려본다. 처음에는 9km/h로 3분 달리고 1분 6km/h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 뒤로 10km/h, 6km/h, 10.5km/h, 6km/h, 11km/h.. 이런 식으로 마지막엔 12km/h로 4분을 달린다.


처음 9, 10km/h로 달릴 때는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가 잘 들린다. 숨도 크게 차지도 않는다. 평소 이 정도 속도는 감당이 되는 모양이다. 3분이라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그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있으니 후딱 지나가고 쉬는 6km/h 구간이 온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내가 평소 신경 쓰지 못했던 정보나 오디오 북의 내용이 11km/h 구간에서는 내가 모르는 언어로 흘러나오는 것 같이 들린다.  내용이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러닝머신에 3분으로 계산한 그 도달 시간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느낌도 받는다.


마지막 12km/h 구간에서 30초가 지나면 이미 숨 쉬기가 힘든 상태였던 터라 최선을 다해 숨을 몰아 쉬어줘야 한다. 이제부터는 1초, 1초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너무 힘이 든데 시간은 느려진다. 매번 뛰면서 이 4분이 최소 10분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고 꼭 해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다리를 움직였다. 3분쯤 지나면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을 느낀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만 참으면 되는대도 말이다. 이런 생각할 시간에 벌써 뛰었겠다 하지만 이미 나의 시간은 이 세상 시간의 1/10로 느려진 상태이다.


마지막 1분은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어쩌면 시간은 느리게 만들어 힘들다는 것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때의 시간은 빨리 간다. 여행을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밤은 금세 찾아온다.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살면서 시간을 느리게 하는 순간도 꾸준히 만들어야 하고 빠르게 가는 즐거운 순간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라톤 대회를 나가기 위해 매일매일 조금씩 준비했던 나는 서울 한복판 큰 대로를 많은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며 달려 볼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아주 힘겹고 불편했지만 그걸 통해 얻은 것은 또 다른 행복이었다.


 시작이 어려운 것들을 많이 하면 된다. 그 일 대부분 끝이 달콤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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